금연지원 예산·이용자 동반 감소…약국, 국가 금연정책 새 축 될까

병의원 금연치료 이용자 6년 새 57% 급감…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도 37% 감소 입법조사처·약사회 "현행 체계 한계 명확"…약국 활용한 전달체계 개편 필요성 제기

2026-06-01     최은택 기자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과 이용자가 동시에 감소하면서 현행 금연지원 전달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병의원 금연치료사업과 보건소 금연클리닉 이용자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약국을 금연지원체계에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책권과 약사사회에서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과 대한약사회는 최근 각각 공개한 자료를 통해 현행 국가금연지원서비스가 흡연자의 실제 금연 실천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연을 결심한 흡연자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생활밀착형 접점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달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챗GPT]

예산 줄고 이용자 감소…국가 금연정책 '정체'

국회입법조사처가 서영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예산은 2017년 1468억원에서 2026년 928억원으로 감소했다. 10년 사이 37%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병의원 금연치료 이용자는 약 40만명에서 17만명으로 57% 급감했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자도 2017년 42만4636명에서 2023년 21만8589명으로 48.5% 감소했다. 질병관리청 지역건강조사 결과 성인 현재흡연자의 금연시도율 역시 2024년 42.6%에서 2025년 40.6%로 하락했다.

이 같은 수치는 국가금연지원사업이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서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약사회가 전국 만 20~69세 흡연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됐다. 현재 흡연자의 금연 시도율은 90.3%에 달했지만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참여 경험은 27.9%에 그쳤다.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인지도는 74.9%로 높았지만 실제 이용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크게 낮았다.

이는 금연정책에 대한 국민 인식은 높아졌지만 현행 전달체계만으로는 흡연자를 실제 금연 실천 단계까지 연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시사한다.

"금연 의지 있는 사람만 지원" 구조적 한계

입법조사처는 현행 금연지원체계의 가장 큰 문제로 금연 의지를 이미 가진 흡연자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금연 동기가 낮거나 아직 금연을 결심하지 못한 흡연자를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기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보건소 금연클리닉, 병의원 금연치료사업, 금연상담전화 등 다양한 사업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사업 간 연계 지침이 부족해 대상자 특성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어렵고, 재흡연 이후 금연 지원이 단절되는 구조적 공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흡연자들이 꼽은 금연 실패 원인은 '의지 부족'(58.9%), '흡연 충동'(58.0%), '흡연 환경'(36.8%) 등이었다. 또 금연지원서비스 참여자 가운데 전체 프로그램을 끝까지 이수한 비율은 절반 수준에 그쳤으며, 의지 약화와 방문시간 제한이 주요 중도탈락 요인으로 조사됐다.

결국 금연을 결심한 순간 즉각적인 상담과 지속적인 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약국 활용론 부상…"가장 가까운 금연지원 창구"

이 같은 배경에서 입법조사처와 대한약사회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대안이 '약국형 금연지원 모델'이다.

입법조사처는 약국이 금연보조제를 구매하려는 흡연자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별도의 의료기관 방문 없이도 접근할 수 있어 금연 결심 직후 개입이 가능하며, 금연동기가 낮은 흡연자를 금연지원체계 안으로 유입시키는 생활밀착형 접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79.9%가 약국에서 금연지원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참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상담과 치료제를 동시에 제공받을 수 있는 편의성과 시간·장소 측면의 높은 접근성을 약국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대한약사회는 서울시 세이프약국 시범사업과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의 금연약국 시범사업 등을 통해 약국 기반 금연지원의 가능성이 이미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유민상 대한약사회 보험이사는 "현재 금연치료 처방 및 조제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2015년 이후 정체돼 있는 기존 국가금연지원서비스의 한계를 보완하고 금연 시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해외 여러 나라처럼 약국을 활용한 금연지원 모델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약국은 전국 어디서나 즉시 접근 가능한 생활밀착형 보건 인프라이자 전문 상담과 치료 연계가 가능한 공간"이라며 "청소년과 청년층이 약국 방문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보다 폭넓은 계층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금연 지원체계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는 이미 약국을 금연정책에 활용 중"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약국을 금연지원 전달체계의 중요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17개 주에서 약사의 금연 관련 의약품 처방 또는 제공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등을 중심으로 약국 기반 금연상담과 금연보조제 제공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호주와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도 약사가 금연상담과 니코틴대체요법 제공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약국 활용이 단순히 서비스 제공기관 추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약사의 역할과 권한, 표준 상담 프로토콜, 기록관리체계, 보건소·의료기관 연계 시스템, 재방문 관리체계, 적정 보상체계 등이 함께 마련돼야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영석 의원은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지금의 금연지원 체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할 때"라며 "이번 입법조사처 검토를 통해 약국 편입의 가능성과 방향이 확인된 만큼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가금연지원체계 개편안에 약국을 반드시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연지원체계 개편 논의,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단순히 금연약국 도입 여부를 넘어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전반의 전달체계를 재설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는 "현재 금연지원사업은 보건소, 병의원, 금연상담전화 등으로 분산돼 있지만 이용자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흡연자가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약국을 금연지원체계에 포함하는 것은 접근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순히 약국을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보건소·의료기관·금연상담기관과의 연계체계를 구축하고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까지 함께 마련해야 실질적인 금연율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금연의 날을 계기로 제기된 약국 활용 논의가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금연지원체계 개편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 반영될지 주목된다. 감소하는 예산과 이용자라는 현실 앞에서 금연정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