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상] 한국에 몰리는 글로벌 빅파마 투자…혁신형 인증 새 변수 되나

로슈·MSD·바이엘·암젠, 임상·오픈이노베이션·인큐베이팅 투자 확대 "복지부의 혁신 인정 기조, 본사 투자 결정에 긍정적 신호" R&D 투자·MOU·국내 파트너십 기여도, 평가에 반영 필요

2026-06-08     권소희 기자

[기획] 한국을 선택한 빅파마…투자 유치의 조건
(상) 투자처가 된 한국, 글로벌 빅파마가 움직인다

(하) 인증만으론 부족하다, 투자 부르는 제도의 조건

글로벌 빅파마들이 한국 시장을 단순한 의약품 판매처가 아닌 글로벌 R&D의 핵심 거점이자 전략적 투자처로 낙점하고 있다. 최근 'BIO KOREA 2026' 등에서 보여준 국내 바이오텍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는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수천억 원 규모의 자산 투입과 본사 직속 플랫폼 구축을 동반한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사진=제미나이]

한국로슈, 5년간 7,100억 원 투입…글로벌 임상 및 인프라 구축

7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한국로슈는 보건복지부와 체결한 대규모 투자 MOU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약 7,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주요 투자 분야는 다빈도·난치성 질환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의 글로벌 임상시험 국내 유치, 바이오헬스 전문 인력 양성, 그리고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프라 지원 등이다.

로슈 관계자는 "지난 40여 년간 한국 환자들과 함께해 온 파트너로서 한국의 우수한 R&D 역량과 윈윈(Win-win)하기 위한 전략적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등 혁신의 가치를 인정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적극 지지한다"며 "글로벌 본사차원에서 한국과 같은 핵심 국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 중에는 혁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지속 가능한 '제도적 기반(Framework conditions)'의 확립 여부와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산업의 잠재력 등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한 "산·학·연·관의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혁신의 가치가 체계적으로 인정받는 안정적인 규제적·재정적 환경이 조성된다면, 로슈를 비롯한 여러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한국을 중장기 투자 대상국으로 고려 및 선정하는 데 있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국MSD, 본사 직통 'BD&L 오피스' 개소…51개사와 밀도 높은 파트너링

한국MSD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본사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고정형 물리적 공간을 마련하며 플랫폼화에 집중하고 있다.

MSD는 지난 4월 2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과 오픈 이노베이션 협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하고, 서울 중구 연세봉래빌딩 내 보건산업창업혁신센터(K-BIC)에 'MSD BD&L(사업개발 및 라이선싱) 오피스'를 정식 개소했다. 이 오피스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MSD 본사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접점 플랫폼으로, 아이디어 단계의 초기 논의부터 구체적인 계약 체결까지 전 과정을 밀도 있게 지원한다.

실제로 MSD는 오피스 출범과 함께 4월 27일부터 5월 1일까지 '오픈 이노베이션 위크'를 개최, 총 51개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과 1:1 미팅을 진행하며 공동 연구와 라이선싱 협력을 심층 논의했다. 또한 리서치 데이, 디지털 헬스 분야 혁신을 위한 'PartnerIQ'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기업에 연구 협력 및 임상 약 무상 제공 등의 실질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7월에는 디지털 헬스를 주제로 한 '오픈 이노베이션 서밋'을 개최할 예정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한국 시장을 단순한 의약품 판매처가 아닌 글로벌 R&D의 핵심 거점이자 전략적 투자처로 낙점하고 있다. 최근 'BIO KOREA 2026' 등에서 보여준 국내 바이오텍과의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는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수천억 원 규모의 자산 투입과 본사 직속 플랫폼 구축을 동반한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사진=챗GPT]

바이엘·암젠, 글로벌 선진 인큐베이팅 모델 'K-바이오텍'에 이식

글로벌 본사의 독보적인 스타트업 육성 인프라를 한국 시장에 그대로 이식해 가교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도 구체화되고 있다.

바이엘 코리아는 올해 'BIO KOREA 2026'을 통해 '바이엘 코랩 커넥트 서울(Bayer Co.Lab Connect Seoul)'을 본격 출범했다. 이는 베를린, 보스턴, 상하이, 고베 등 전 세계 4곳에 위치한 바이엘의 글로벌 초기 바이오텍 인큐베이션 경험을 한국에 확장 적용한 모델이다.

과거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이었던 '그랜츠포앱스 코리아(Grants4Apps Korea)'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유망 기술을 발굴해 바이엘의 글로벌 R&D, 사업개발(BD), 투자자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한다. 특히 바이엘이 글로벌 차원에서 집중하고 있는 4대 핵심 치료 영역인 종양학, 심혈관/신장, 면역학, 세포·유전자 치료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바이오텍 및 연구기관과의 시너지를 모색 중이다.

바이엘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및 외국계 제약사 대상 지원 확대 논의에 대하여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기업의 국내 투자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혜택이 해당 인증 제도를 통해 구체화 될수록 한국 투자 확대 검토 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암젠코리아는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프랑스에 이어 전 세계 다섯 번째로 한국에 '암젠 골든티켓(Golden Ticket)' 프로그램을 전격 도입했다. KHIDI 등 정부 기관과 협력해 현재까지 총 10개 국내 바이오벤처를 선정했으며, 이들에게 글로벌 전문가 멘토십, 본사 방문 기회, 사무·연구 공간인 '골든티켓 센터' 입주 등 전방위 인큐베이팅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차세대 치료제 등 첨단 기술 분야로 대상을 확대 중이다.

아울러 암젠은 국내 연구자들과의 기술 교류를 위한 '바이오데이'를 올해로 6회째(누적 참가자 1,000명 이상) 개최하며 AI 기반 단백질 설계 및 생성형 생물학 등 본사의 핵심 미래 파이프라인 기술을 긴밀히 공유하고 있다.

또한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주요 의료기관과 R&D MOU를 체결했으며,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암젠의 글로벌 전략적 항암 연구 네트워크인 'APoC(Amgen Partners of Choice)'에 참여해 고도화된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기여를 인정받아 암젠코리아는 지난 2024년 12월, 다국적 제약사 중 유일하게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암젠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혁신에 대한 인정과 지원 노력은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암젠은 한국의 우수한 연구 역량과 바이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정부와의 신뢰 기반 협력을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 생태계와의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암젠은 한국 환자들에게 혁신 치료제를 보다 빠르게 제공하고, 한국 바이오 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관한 뉴스더보이스의 질문에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IPC) 제도를 통해 혁신신약 개발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려는 정책 방향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며 "특히 제도 운영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업계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R&D), 글로벌 협력, 오픈 이노베이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장려하려는 정부 기조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며 "기업들도 IPC 인증 제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본사가 투자 여부나 투자 확대를 검토할 때는 해당 국가의 산업 역량뿐 아니라 정책적·제도적 지원 환경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며 "정부 차원의 제약·바이오산업 지원 정책은 산업의 중장기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이자 본사의 투자 의사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글로벌 본사의 R&D 투자, 한국 정부와의 업무협약(MOU), 국내 기업과의 파트너십 등 다양한 형태의 글로벌 협력 노력이 보다 폭넓게 반영된다면 제도의 실효성과 파급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한국의 우수한 연구 역량과 바이오 산업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정부와의 신뢰 기반 협력을 바탕으로 국내 바이오 생태계와의 접점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현재 글로벌 제약사 중 혁신형 인증기업을 받은 기업은 암젠코리아, 한국얀센,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오츠카제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