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⑤]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공청회 지상중계...플로어토론
정부와 보험당국이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안)을 제시하고 의견수려믈 위한 공청회를 27일 진행했습니다. 행사의 중요성을 감안해 뉴스더보이스는 패널토론과 플로어토론을 지상중계합니다. [편집주자]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관하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위한 신속등재 추진방향 공청회」가 27일 오전 서울중구소재 포스트타워에서 열렸습니다.
이날 공청회는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의 본격적인 제도 도입에 앞서 현장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고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설명했습니다.
공청회 종합토론은 함명일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 교수가 맡았고, 플로어에서는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대표, 한국 GNE근육병환우회 관계자,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 한국듀센근이영양증환우회 관계자,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 순으로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신속등재 혜택만이 아니라 제약사 책임성도 같이 설계돼야”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대표=우선 저는 지난해 11월 신속등재 관련 제도가 발표되고 6개월 만에 이번 공청회가 열렸는데,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정말 많은 의견을 제출했고 복지부에도 여러 요구사항이나 제도 개선방안을 제안해왔음에도 이번 공청회에서 토론 채널이나 토론자로 참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그래도 6개월 만에 열린 이번 공청회가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 위해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노바티스 정재호 전무님께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신속등재와 관련해서 환자 입장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FDA나 EMA에서 허가를 받고 나서 한국에서 실제 등재되기까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정부나 건강보험공단만의 책임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제약회사들이 한국 허가 자체를 늦게 한다거나, 허가가 났는데도 등재 신청을 상당 기간 끌고 가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등재 지연 과정에서 제약회사의 책임성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또 하나는 가격 문제입니다. 일반 만성질환 약은 비싸도 연간 치료비가 대략 100만~200만원 정도인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희귀질환 치료제나 일부 항암제는 수억원 수준의 가격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원래 허가 단계에서는 환자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아무도 사용할 수 없는 가격을 설정한 다음 등재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이야기가 되는 구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소수 환자들이 배제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제약회사들은 연구비나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서 가격이 비싸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연구개발비가 들어갔는지, 생산비용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이 요구하는 가격이 적정한지 판단하려면 연구비나 생산비용에 대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
또 공단과 심평원에서 오늘 사후평가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는데, 사실 신속등재에서 중요한 것은 제약기업이 혜택만 가져가는 구조가 아니라 책임성도 함께 가져가는 구조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독일 같은 경우를 보면 신속등재를 하고 난 이후 사후 가격 결정이 이뤄질 때 자유가격으로 받았던 금액 일부를 환급하는 방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국가 입장에서도 기업이 사후평가 과정에 협조할 유인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또 경제성평가 생략제도와 이번 신속등재 제도의 관계도 조금 더 명확했으면 좋겠습니다. 발표 내용을 보면 경제성평가 생략제도 내용이 상당 부분 들어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을 고려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임상적 위험성 평가는 여러 위원회를 거쳐도 30일 안에 진행하겠다고 설명하시는데, 그렇다면 경제성평가는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도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상평가는 30일 안에 가능한데 경제성평가는 왜 몇백 일이 더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타브노스 사례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근 일본이나 미국 FDA에서도 재심사 문제가 제기됐는데 관련 평가 과정 공개를 요구했지만 답변을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빠르게 허가하고 평가하겠다는 것이 부실한 허가나 부실한 평가로 이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속하게 진행하더라도 심사와 평가가 충분히 충실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어떤 보완책을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희귀질환, 일반 신약 기준으로 적용하면 개발 멈출 수 있어”
한국GNE근육병환우회 관계자=저희는 한국 GNE근육병환우회에서 왔고, 앞에서 정진향 사무총장님께서 환자 입장을 많이 말씀해 주셨지만 환자 입장에서 조금 더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 자체가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신약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개발 자체가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부터 일반 신약 수준의 자료를 요구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현재 구조를 조금 더 완화하고 희귀질환 특성을 반영한 단계적이고 유연한 개발 및 심사 체계를 도입할 계획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환우회는 현재 약 200여 명 정도의 환자들이 있고, 환자들이 직접 제약회사를 찾아가 임상시험을 추진했던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식약처 단계에서도 서류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환자들은 정말 어렵게 임상을 추진하고 있고 실제 치료를 받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제도적인 벽에 계속 막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보건복지부에서 말씀하신 방향이 식약처와도 동일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규제를 조금 더 완화하고 개발 및 심사 체계를 조금 더 유연하게 운영해서 환자 입장을 더 빠르게 반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환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약을 빨리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환자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치료 기회는 점점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 입장을 조금 더 대변해서 실제로 환자들이 조금 더 빨리 약을 먹을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업 의무를 환자 부담으로 전가하는 구조는 안 된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신속등재라는 용어 자체를 환자단체에서는 2016년부터 정부에 계속 요청해 왔습니다. 약 10년 만에 저희가 요구했던 것과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이렇게 추진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환자단체 입장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심평원 발표 자료를 보면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과장님도 그렇고 공단도 그렇고 계속 제약회사 협조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도 결과적으로 보면 첫 번째 약제가 등재되기까지 2년이 걸렸습니다.
허가부터 등재까지 2년이 걸렸는데 그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회사 자료 보완이나 협조 과정에서 시간이 줄어들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신속등재 추진 방향에서는 단순히 “협조를 부탁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조금 더 구체적인 구조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첫 번째 의견입니다.
두 번째는 사후평가 부분입니다. 기존 위험분담제나 여러 제도에서도 사후평가 안에는 환자 보호 대책이 항상 포함돼 있었습니다. 기존에 약을 사용하던 환자들에 대한 보호 방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신속등재 사후평가 내용을 보니까 환자 보호 정책에 대한 부분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성과 기반 급여 조정안 예시를 보니까 자료 미제출 등의 경우 전액 본인부담 전환이라는 예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료 제출은 회사가 해야 하는 의무입니다. 회사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인데 그 부담을 환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사후평가 과정에서 급여 조정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존 환자와 신규 환자는 구분돼야 하고, 환자 보호에 대한 대책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들이 제도 변화로 인해 갑자기 부담을 떠안는 상황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속등재는 속도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
한국듀센근이영양증환우회 관계자=저희 환자 입장에 대한 부분은 앞에서 정진향 사무총장님께서 많이 말씀해 주신 것 같습니다.
다만 저희 듀센근이영양증은 다른 희귀질환과 조금 다릅니다. 진행성 질환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진행성 질환이라는 것은 치료 시기가 바로 생명과 연결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신속등재는 저희 입장에서 단순히 빨리 하자는 문제가 아닙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듀센 아이들은 매일매일 근육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질환은 예방할 수 있는 질환도 아니고 발생 자체를 막을 수도 없습니다. 결국 발생한 이후 치료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능한 방법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치료에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현재 스테로이드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재정 문제를 말씀하시는데 이 치료제는 심각한 부작용 문제도 있고 오히려 국가 재정 부담이 이중, 삼중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할 치료제가 해외에는 이미 존재합니다. FDA와 유럽에서는 이미 승인됐고 영국에서는 급여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그런 정보 자체를 잘 모르고 계신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정보 접근성 문제부터 해결해 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해외에서는 임상 데이터를 통해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고 있고 국내에서 발생하는 재정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가 존재합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이제 남은 것은 신속등재라고 생각합니다.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실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움직여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부탁을 드립니다.
“접근성 향상 제도인지, 사후관리 강화 제도인지 고민이 든다”
최인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오늘 공청회에 오면서 기대를 많이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공청회 이후에 드는 마음은 솔직히 굉장히 먹먹하고 답답한 마음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업의 책임과 역할을 말씀해 주셨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기업도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오늘 발표된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향상 방향과 관련해서 세 가지 정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정합성 문제입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향상을 강조하면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했을 때는 “이번에는 정말 개선이 되려나 보다”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정부가 노력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벤치마크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희귀질환 신약 접근성은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허가도 3분의 1 수준이고 급여도 절반 수준입니다. 이런 모든 책임을 기업에만 두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발표를 들으면서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제도가 발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두 번째는 실효성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도 여러 제도를 계속 추진해 왔지만 실제 환자들이 체감하는 부분은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발표한 사후관리 강화 조건을 보면 과연 이런 제도가 희귀질환 신약을 더 많이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구조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희귀질환 치료제 상당수는 글로벌 신약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도 구조가 기업 입장에서 예측 가능하고 수용 가능한 방향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은 수용성 문제입니다. 지금 발표된 내용을 보면 시범사업을 5년 정도 해야 하는 구조 같습니다. 그러면 이 제도가 5년 뒤 어떻게 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또 시범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희귀질환 치료제는 어떤 방향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제도 수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이 듭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5년 뒤 여기 계신 분들 중 몇 분이 다시 이 자리에 있을지, 저를 포함해서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