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여담] 백신의 황제, 이종욱 박사의 꿈을 이루자
이중백 대외협력파트장(LG화학 생명과학본부)
지난 20일, 스위스 제네바 세계보건기구(WHO) 본부에는 숙연한 공기가 감돌았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에 올라 ‘지구촌 주치의’로 헌신했던 고(故) 이종욱 박사의 서거 20주기 추모식이 열린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고 이종욱 박사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대한민국이 세계 보건 증진과 질병 퇴치에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그의 선구자적 삶을 추모했다.
이종욱 박사는 생전 ‘백신의 황제’로 불렸다. 연간 30만 킬로미터가 넘는 강행군을 소화하며 전 세계 소외된 이들의 곁을 지켰다. 2003년 제6대 WHO 사무총장 취임 후 소아마비 발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가난한 나라의 에이즈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보급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화려한 집무실보다 먼지 날리는 현장을 선호했던 그는, 인류를 향한 무한한 책임감과 겸손함을 몸소 실천한 ‘행동하는 지성’이었다.
이제 우리는 그의 유지를 단순한 추억에 가두지 말고 국가적 비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시절 제안했던 ‘이종욱 스쿨’은 그 시작점이다. 글로벌 바이오·백신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이 박사가 꿈꿨던 ‘질병 없는 세상’을 향한 핵심 열쇠다.
대한민국이 반도체 신화로 세계 경제의 주역이 되었듯, 이제는 백신과 바이오 산업에서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야 한다. 백신 주권 확보는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팬데믹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인도적 사명이기도 하다.
‘모든 인류가 건강할 권리’를 위해 헌신했던 이종욱 박사의 열정이 대한민국의 바이오 기술로 다시 꽃피길 기대한다. 그의 꿈이 실현되는 날, 대한민국은 진정한 보건 선도국으로서 전 세계인의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 이중백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대외협력파트장은 한국제약바이오헬스 정책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