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 막을 마지막 기회인데”…조기 유방암 치료 공백 해소 요구 커져
국회 토론회서 버제니오 급여 지연 문제 집중 조명…“허가 후 4년째 급여 공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의 치료 공백 문제와 CDK4/6 억제제 급여 필요성이 국회 토론회에서 집중 논의됐다. 환자단체와 의료진은 재발 위험 감소와 생존율 개선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가 장기간 급여권 밖에 머물면서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속에 치료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상을 흔드는 여성암을 파헤치다 토론회는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주영 의원 주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주관으로 열렸다.
이날 현장에서는 실제 환자 사례도 공유됐다. 유방암 진단 후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마친 40대 초반 환자가 재발 예방을 위한 CDK4/6 억제제 치료 여부를 고민하자 의료진이 “제 돈이라도 빌려드릴까요?”라고 말할 정도로 경제적 부담이 컸다는 설명이다. 해당 환자는 가족의 도움으로 치료를 이어가 현재 5년 이상 생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치료 공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부분의 암은 치료 후 5년 내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로 보지만, 유방암은 꼬리가 긴 암이라 10년 이상, 길게는 30년 후에도 재발할 수 있다”며 “유방암은 재발하면 95% 이상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조기 유방암 단계는 사실상 완치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유방암은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허리’ 역할을 하는 40~50대 젊은 환자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경력 단절, 긴 치료 기간, 재발 위험, 재발 시 추가적으로 투입되는 의료 자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약 6420억원 규모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유방암은 서구와 달리 40~50대 환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 경험 여성 10명 중 8명은 치료 후 우려 사항으로 경력 단절을 꼽았으며, 실제 환자의 90%가 암 진단 이후 경력 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회에서는 재발 고위험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 대상 CDK4/6 억제제 버제니오의 급여 지연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버제니오는 2022년 11월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의 수술 후 보조치료로 허가받았지만, 이후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 세 차례 상정됐음에도 급여 기준은 설정되지 않았다. 토론회에서는 허가 후 4년째 급여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박 교수는 “조기 단계에서 완치의 기회를 놓치면 이후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며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버제니오의 조기 유방암 치료 급여화를 요청하는 동의가 단기간에 6만명 가까이 모였다는 점만 봐도 환자들의 절실함을 알 수 있다”며 “환우회에서도 국회에 진정서를 지속 제출하고 있지만 복지부와 심평원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임상 연구를 통해 버제니오를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의 항암 치료 후 호르몬 치료와 병용할 경우 사망 위험을 16.5% 낮출 수 있다는 데이터가 확인됐다”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도 강하게 권고하고 있고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monarchE 연구 코호트1 분석 결과, 버제니오와 내분비요법을 2년간 병용한 환자군은 치료 7년 시점에서 내분비요법 단독군 대비 사망 발생 가능성이 1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단체 측은 재발 예방 치료 접근성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최승란 회장은 “유방암은 한 사람의 병이 아닌 가정 전체의 병”이라며 “환자 절반 이상이 40~50대 여성인 만큼 엄마이자 아내의 진단은 가정의 안정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살아갈 기회, 가족 곁에 머물 기회”라며 “재발 위험 감소와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가 이미 여러 국가에서 급여 적용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조속한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김종봉 실장은 “유방암을 포함한 중증 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신속한 급여 적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버제니오 급여 건 역시 계속 검토 중이며 환자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급여가 적용될 수 있도록 다음 암질심이나 약평위 상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주영 의원은 “유방암 환자들은 평생 재발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며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의학적 기반이 충분한 만큼 정책적 지원과 급여 기준 설정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