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여담] CNN의 ‘생중계’와 바이오의 ‘불통’

이중백 대외협력파트장(LG화학 생명과학본부)

2026-05-12     뉴스더보이스

미국 CNN 창립자 테드 터너가 8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치매로 투병하면서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그는 미디어 역사의 거인이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CNN은 바그다드 현장의 포성을 ‘날것 그대로’ 중계하며 전쟁의 실상을 전 세계 거실로 배달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보다 CNN에서 더 많이 배운다”던 ‘아버지 부시’(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극찬은 당시 CNN의 위상과 생생한 정보가 갖는 파괴력을 여실히 증명한다.

이달 들어 한국 자본시장은 코스피가 전인미답의 7000선을 돌파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전략 산업인 제약·바이오 섹터는 유독 긴 정체의 늪에 빠져 있다. 올해 개장 후 최근까지(5월 7일) 48곳 중 32곳의 시가총액이 쪼그라들었다. 증발한 시총만 12조 697억 원, 감소율은 7.57%에 달한다. 3분의 2에 가까운 기업의 가치가 깎여나가는 동안 시장의 온기는 차갑게 식었다.

바이오주의 뼈아픈 부진은 기업들이 ‘사실’을 주주들에게 제대로, 그리고 쉽게 전달하지 못한 탓이 크다. 난해한 학술 용어와 복잡한 임상 데이터의 장벽 뒤에 숨어, 시장이 진정 궁금해하는 핵심 정보를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터너의 CNN이 포화 속에서도 현장의 진실을 가감 없이 보도하며 정보기관 이상의 신뢰를 얻었듯, 우리 업계도 시장과 ‘생중계’ 수준의 투명한 소통에 나서야 한다.

산업의 본질은 미래 가치에 대한 믿음이다. 그 믿음은 화려한 수사가 아닌, 투명하고 이해하기 쉬운 팩트로부터 싹을 틔운다. 이제는 복잡한 담론을 걷어내고 주주의 눈높이에서 진실을 말할 때다. 정보의 장벽을 허물고 시장과 날것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 그것이 코스피 7000 시대에 K바이오가 다시 비상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전략이다.

* 이중백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대외협력파트장은 한국제약바이오헬스 정책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