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투여에 2400만원"...소세포폐암 신약에도 웃지 못하는 환자들
수십년 만에 혁신 신약 등장했지만 고가 약값에 가로 막힌 생존의 기회 정책토론회서 치료 접근성 확대·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촉구
황원민 건양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의 아내는 2020년 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았다. 임종 위기까지 놓인 상황에서 소세포폐암 신약 ‘탈라타맙’은 걸어서 퇴원까지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비급여 기준 1회 투여 비용이 약 2400만 원, 연간 5억 원대에 달해 환자들의 시름이 깊다. 실제 투병 중인 의사 가족 사례에서도 보듯, 치료제의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높은 가격 탓에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를 계기로 8일 국회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이개호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폐암환우협회가 주관하는 ‘소세포폐암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연자로 참여한 육정환 서울대학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소세포폐암 혁신 치료 접근성 확대의 시급성: 치료 차수 상승에 따라 급격히 좁아지는 생존 창‘을 주제로 발표했다.
육 교수는 “소세포폐암은 가장 공격적인 유형의 폐암으로, 신경내분비 분화를 특징으로 하며, 빠른 성장속도와 암세포의 높은 성장률, 그리고 (초기의) 광범위한 전이가 특징”이라며 "초기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약제 내성 진행이 매우 빠르며(몇 달 이내), 대부분의 환자들이 결국 재발해 사망한다“고 말했다.
2023년 국내 암사망률에 따르면,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종 1위는 폐암(전체 암사망자의 21.9% 차지)이다. 소세포폐암 전이성 환자의 90%는 치료 2년 이내 다시 암이 진행된다.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모든 유형의 폐종양 중 가장 공격적인 진행 양상을 보이며, 확장병기에서의 평균 생존기간은 8~10개월에 불과하다.
특히 비소세포폐암(NSCLC)이 다양한 표적 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등장으로 생존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과 달리, 소세포폐암은 소외돼 왔다. 소세포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단 4%에 불과하며, 암의 진행이 워낙 빨라 최근에는 5년 생존율보다 ‘1년 생존율’을 주요 지표로 삼을 정도다.
육 교수는 “탈라타맙은 기존 치료제처럼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 몸의 강력한 면역세포인 T세포를 암세포(DLL3 발현 세포) 옆으로 물리적으로 끌고 와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발표된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기존 치료법으로 생존 기간이 4개월 수준이었던 재발성 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탈라타맙을 투여한 결과, 전체 생존 기간(mOS)이 약 14.3개월(1년 2개월)로 크게 늘어났다.
두 번째 연자로 참여한 임형석 한국폐암환우협회 이사는 '소세포폐암 환자의 목소리로 조명한 치료 현실'을 주제로 발표했다.
탈라타맙을 처방받은 한 환우는 인터뷰를 통해 “현재 암 수치가 일반인보다 낮게 나올 정도로 호전되었고, 일주일에 5일 풀타임 근무가 가능할 만큼 컨디션이 좋다”며 기적 같은 근황을 전했다.
임 이사는 “하지만 이러한 '치료의 기쁨'은 극소수에게만 허용된 현실이다. 해당 신약들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돼 고소득층이 아닌 이상 치료를 시작하거나 유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세포폐암 환자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안명주 한양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소세포폐암은 지난 30~40년간 획기적인 신약이 없어 2~3차 치료 시 세포독성 항암제에 의존해 왔다. 이 질환은 전이가 매우 빠르고 환자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3차 치료까지 생존하는 환자는 20~30%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이미 2차 치료제로 영역을 넓히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높은 약가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얻기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장기 생존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만큼,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윤미 청년의사 기자는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 방향은 고무적이나, 실제 실행을 위한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심사 기간을 100일로 단축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약제가 대상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사후 평가의 임상 지표나 성과 미달 시 환급 기준 등이 불투명해 제약사가 급여 신청 전략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환자들이 자신의 치료 타임라인을 알 수 있도록 정보 공개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환자 보호자는 "소세포폐암은 한두 달 만에도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며 "임상시험 기회마저 놓치고 500만 원이 넘는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절망하는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숙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약등재부장은 "고가 신약의 적정 약가 산정에 어려움이 있으나, 재정 지속성과 환자 접근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암질심 등 급여 첫 관문부터 세밀하게 검토 중"이며 "국내 임상 데이터를 평가에 적극 반영해 신속한 치료제 보급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숙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과장은 "약의 급여 등재 절차를 효율화하고, 식약처 허가와 약가 협상을 병행하는 등 등재 기간을 단축하여 환자들이 신약을 빠르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