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기업, R&D만으론 안돼…리베이트 기준 완화 재검토해야”
“행정처분 아닌 위반 종료시점 기준 적용 시 제도 신뢰성 약화 우려” 환자단체연합회, 복지부 개정안 의견서 제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 개편을 추진 중인 정부를 향해 환자단체가 “윤리성과 공공성을 보다 엄격히 반영해야 한다”며 제도 완화를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리베이트 관련 평가 기준과 행정소송 진행 기업에 대한 조건부 인증 허용 조항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칙안’에 대해 이 같이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3월 26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칙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인증 심사 과정에서 리베이트 등 위반행위 판단 기준을 ‘행정처분 시점’이 아니라 ‘위반행위 종료 시점’으로 변경하는 내용과 행정심판·행정소송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 조건부 인증 또는 인증 연장을 허용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7일 뉴스더보이스가 입수한 의견서 공문을 보면, 연합회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는 단순한 산업지원 제도가 아니라 약가 우대, 연구개발 지원, 세제 혜택 등 국민 재정이 투입되는 공적 인증제도”라며 “연구개발 역량뿐 아니라 기업의 윤리성, 공공성, 사회적 책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정안 중 ‘위반행위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5년이 지난 리베이트 행위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문제를 제기했다.
연합회는 “리베이트 사건은 실제 위반행위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행정처분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위반행위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최근 행정처분을 받은 기업도 인증 심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불법 리베이트는 환자의 치료 선택에 영향을 미치고 불필요하거나 고가의 의약품 사용 증가로 이어져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약품 분야에서는 일반 산업 분야보다 더욱 엄격한 윤리성과 공공성이 요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심판·행정소송 진행 기업에 대한 조건부 인증 허용 조항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요구했다.
연합회는 “현실적으로 제약기업들이 약가인하, 급여정지, 리베이트 처분 등에 대해 장기간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 경우 해당 기업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혁신형 제약기업 지위를 유지하며 각종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사실상 제재 효과를 약화시키고 제도의 공공성과 형평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공적 제도인 만큼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합회는 결론적으로 ▲‘위반행위 종료 시점’이 아닌 ‘행정처분 시점’을 기준으로 유지할 것 ▲행정심판·행정소송 진행 중 조건부 인증 허용 규정을 재검토할 것 등을 복지부에 요구했다.
아울러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단순히 연구개발 투자 규모만을 평가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환자안전,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 등 공공적 가치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약사들로 구성된 보건시민단체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도 별도 의견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 재검토를 요구했다. 건약은 리베이트 위반행위를 일정 기간 이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구조와 행정소송 진행 기업에 대한 조건부 인증 유지 조항에 대해 “제재 실효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단순한 산업 지원 제도가 아니라 공공성과 책임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 필수의약품 생산, 공공보건 기여 등 사회적 책임 요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한 평가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