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O는 리베이트의 온상?...제대로 된 판촉영업자 육성을 위해 필요한 건
오관후·이창준 “신고제 한계…표준계약·공시·인증체계로 전환 필요” 협회 역할 강조…“자율규제·교육·컴플라이언스 관리 축 돼야”
의약품 판촉영업자(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 제도를 둘러싼 구조적 한계가 국회 토론회에서 재확인됐다. 신고제 도입으로 제도권 편입에는 성공했지만, 급증한 시장 규모와 파편화된 산업 구조를 감안할 때 보다 정교한 관리체계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단순 신고 중심 관리에서 벗어나 표준계약, 공시체계, 인증제 도입 등 제도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데 발제자들의 의견이 모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은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의약품판촉영업자협회와 함께 ‘의약품 판촉영업자 발전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는 오관후 법무법인 수오재 파트너 변호사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을 지낸 이창준 법무법인 세승 상임고문(전문병원협회 정책부회장)이 맡았다. 각각 국내 제도 현황과 글로벌 비교를 중심으로 CSO 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CSO는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판촉·영업·마케팅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조직이다. 단순 외주 영업이 아닌 제약사의 상업화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신약개발 비용 증가, 영업비 구조 변화, 치료영역별 전문화 요구 등이 확산 배경으로 꼽힌다.
제도적으로는 2024년 10월 19일 약사법 개정을 통해 신고제가 시행되면서 법적 지위를 확보했다. 신고 의무와 함께 재위탁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제한, 교육 이수, 지출보고서 제출 등 규제가 도입됐다.
“1만5000곳·1인 사업자 70%”…관리체계 한계 노출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확인된 시장 규모는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신고 CSO 업체는 1만5000곳을 넘어섰고, 이 중 1인 사업자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복지부 초기 예상치의 3배 수준이다. 업계 구조가 지나치게 파편화돼 있어 정부 주도의 직접 관리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관후 변호사는 “CSO 신고제는 규제의 완성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며 “그동안 음성적으로 운영되던 영업 활동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는 가시화된 시장을 어떻게 투명하게 관리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이 곧 환자 안전과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오 변호사는 현행 제도의 한계로 ▲자격 기준 부재 ▲형식적 교육 ▲컴플라이언스 체계 미흡 ▲표준계약 부재 ▲지출보고 신뢰도 문제 등을 짚었다.
특히 “의약품 정보를 전달하는 영업 인력에 대한 최소한의 자격 기준조차 없는 구조는 제도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일본식 MR 인증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표준계약·공시체계…“리베이트 차단의 출발점”
표준위탁계약서 도입 필요성도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 계약 구조는 업무 범위와 수수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불공정 거래와 책임 공백, 나아가 우회적 리베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오 변호사는 “수수료 산정 기준과 처방 연계 금지, 책임 소재 등을 계약에 명확히 반영해야 한다”며 “계약 표준화가 리베이트 차단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지출보고서 역시 제도 신뢰 확보의 관건으로 꼽혔다. 현재는 접근성과 투명성이 제한적이어서 실질적인 감시 기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미국 Open Payments와 같은 통합 공개 시스템, 이른바 ‘K-선샤인’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오 변호사는 신고제 이후 단계로 ▲단기(표준계약·교육체계 정비) ▲중기(MR·CSO 인증제·공시포털 구축) ▲장기(등록제 전환·디지털 규율 확립)로 이어지는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협회가 1차 관리 축”…자율규제 역할 부각
이 과정에서 협회의 역할도 중요하게 언급됐다. 업체 수가 급증하고 1인 사업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에서는 정부 단독 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오 변호사는 “협회가 1차 스크리닝과 교육, 컴플라이언스 점검을 담당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자율공정경쟁규약을 통해 업계 내부 규율을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율규범에는 리베이트 금지 기준, 정보 제공 범위, 학술행사 지원 기준, 지출보고 작성·공개 기준, 재위탁 관리, 교육 의무, 모니터링 체계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는 ‘투명성·전문성’…“한국형 모델 필요”
이창준 상임고문은 글로벌 사례를 통해 국내 제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핵심은 ‘투명성’과 ‘전문성’이라는 두 축이다.
이 고문은 “영업의 자유는 인정하되 그 과정은 철저히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글로벌 기준”이라며 “CSO를 규제 사각지대가 아닌 산업 파트너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Sunshine Act와 Open Payments를 통해 CSO 경유 지급까지 공개한다. 제약사가 CSO를 통해 의료진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더라도 동일한 보고 의무가 부과된다.
유럽은 자율규제와 공시를 병행하고, 일본은 MR 인증제도를 통해 영업 인력 전문성을 관리한다. 중국 역시 등록 요건과 기록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이 고문은 국내 문제로 ▲리베이트 우회 가능성 ▲계약 불명확성 ▲전문성 부족 ▲규제 사각지대를 지목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동일 책임·동일 기준 ▲인센티브 구조 개편 ▲실시간 모니터링 ▲경제적 이익 공개 ▲거버넌스 강화 등 5대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매출 중심 평가에서 벗어나 컴플라이언스와 서비스 품질을 반영하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며 “제약사와 CSO의 공동책임 원칙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디지털 기반 영업기록 관리와 AI 기반 이상 탐지 시스템, 한국형 공개 플랫폼 구축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신고 이후가 진짜 시작”…산업·규제 균형 과제
이번 토론회는 CSO 제도가 ‘신고제 도입’이라는 1단계를 넘어 다음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단순한 업체 파악을 넘어 실제 영업행위, 경제적 이익 제공, 계약 구조까지 관리해야 제도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발제자는 CSO를 단순 규제 대상이 아닌 산업 경쟁력의 한 축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 전제는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종합하면 신고제 이후가 핵심이라는 지적이다. 제도는 시작됐고, 이제는 어떻게 정착시키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두 발제자의 공통된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