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여담] 실타래서 바이오까지, 송도 신사옥에 깃든 ‘5세대 패기’

이중백 대외협력파트장(LG화학 생명과학본부)

2026-04-28     뉴스더보이스

인천 송도에 갓 완공된 SK바이오사이언스 신사옥 로비에 들어서면 눈길을 사로잡는 기묘한 풍경이 있다. 벽면을 채운 5,538개의 가느다란 실 가닥들이다.

이는 SK의 모태인 수원 선경직물 공장을 형상화한 조형물로, "구부러진 것은 피고, 끊어진 것은 잇는다"던 창업주의 투박한 근성을 상징한다. 새 터전의 시작점에서 과거의 실타래를 마주하는 것은, SK가 걸어온 파란만장한 도전의 역사를 다시금 증명하기 위함일 것이다.

SK의 변천사는 그 자체로 한국 산업의 극적인 ‘퀀텀 점프’ 기록이다. 1세대 방직(선경)으로 옷을 지어 국민의 몸을 데웠고, 2세대 정유(유공)로 산업의 엔진을 돌렸다. 3세대 통신(SKT)으로 정보의 고속도로를 닦더니, 4세대 반도체(SK하이닉스)로 세계인의 뇌세포를 장악했다. 사업의 외피가 완전히 바뀌는 격변기마다 그들을 밀어 올린 동력은 단 하나, 바로 ‘패기(覇氣)’였다.

최근 SK는 AI 기술로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을 현실에 소환했다. 홀로그램 속 선대회장은 인자한 미소로 "어려운 문제 앞에 좌절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가 강조한 패기는 단순히 힘 있게 밀어붙이는 기세가 아니다. 닥쳐온 난관을 즐기며 돌파하는 지적인 근성이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확신이다. 낡은 공장의 실타래가 반도체 칩이 되었듯, 이제 그 패기는 인류의 생명을 지키는 바이오를 향하고 있다.

이제 송도에서 SK그룹의 5세대 대전환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5,538개의 실 가닥이 촘촘한 직물이 되어 추위를 막아주었듯, 새롭게 완공된 이곳에서 빚어낼 바이오 기술이 전 세계인의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AI로 되살아난 선대 경영진의 응원처럼, 패기로 무장한 SK의 다섯 번째 점프는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 산업사에 또 하나의 전설이 ‘직조’되기를 응원한다.

* 이중백 LG화학 생명과학본부 대외협력파트장은 한국제약바이오헬스 정책전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