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사법 상정 막아라"...법안소위 앞두고 의사단체 불붙은 성명전
의사협회 등 “환자안전 위협” vs 국회·환자단체 “방문재활 위해 필요” 공개 안건엔 미포함...추가될 가능성 열려 있어
오는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지역·전문과 의사단체들까지 반대 성명이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해당 개정안은 공개된 법안소위 안건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가 상정 가능성이 열려 있어 의사단체의 이런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환자 안전 위협·책임 붕괴”…의사단체들 반대 확산
의사들의 반대 움직임은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보도자료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의협은 개정안이 의료기사 업무 수행 기준을 기존 ‘의사 지도’에서 ‘지도 또는 처방·의뢰’로 확대하는 점을 문제 삼으며, “의료기사가 의사의 직접적 감독 없이 업무를 수행할 경우 환자 상태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고,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행위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를 약화시키는 것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문재활 확대 필요성과 관련해서도 “이미 정부 시범사업에서 전화·플랫폼 등 양방향 소통을 통한 지도 체계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법 개정을 서두르기보다 기존 체계 내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의협은 24일 추가 입장문을 통해 일부 의료기사 단체의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의협은 “정부 및 의료기사 단체와 개정안 수정안을 사전에 합의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법안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며, 통합돌봄 사업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재활의학계뿐 아니라 정형외과·안과·내과 등 각 직역과 시도의사회 등 다수 의사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국민이 호도되지 않도록 엄정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협의 논평을 시작으로 이후 지역 및 전문과 단체들의 성명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전라남도의사회는 24일 “처방·의뢰만으로 의료기관 외부에서 의료행위가 가능해질 경우 응급 상황에서 의사의 개입이 차단될 수 있다”며 “환자 생명과 건강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의사의 지도는 환자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망”이라며 법안 심의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대한재활의료기관협회는 같은 날 “지도는 실시간 감독을 의미하지만 처방·의뢰는 사전 지시 후 독립 수행을 허용하는 개념”이라고 짚으며 “개정안은 의료기사 업무를 의사의 실질적 통제 밖으로 이동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증상이 비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 의사 감독 없이 재활치료가 진행되면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사례를 들어 “방문재활은 반드시 의사의 지시서와 지속적인 보고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된다”며 “안전 확보 장치 없이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역시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명분으로 의료기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한 접근”이라며 “환자 안전보다 편의성을 앞세운 정책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일부 지자체에서 의료기관 소속이 아닌 의료기사 연계를 검토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무면허 의료행위 논란과 책임소재 불명확, 응급 대응 한계 등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의사는 처방만 하고 책임만 지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며 “의료기관 참여 위축과 의료전달체계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직역 간 오랜 제도적 균형을 단순한 용어 변경으로 흔드는 것은 졸속 입법”이라며 신중한 논의를 촉구했다.
국회·환자단체 등 “방문재활 막는 규제”…통과 촉구
반면 국회와 환자·복지단체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통과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노인·환자·사회복지·의료기사 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돌봄을 제대로 실현하기 위한 수요자 중심 민생법안”이라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대한물리치료사협회 등 다양한 단체가 참여해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집에서 필요한 재활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인순 의원은 “재택의료사업이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의료기사법이 개정되지 않아 방문재활이 본사업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기사가 가정과 시설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개정안은 의료기사 단독 개원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소속 의료기사가 원내에서는 의사의 지도, 원외에서는 처방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여전히 의사의 통제 범위 내에 있다”고 설명하며 의료계 우려를 반박했다.
최보윤 의원도 “병원 중심에서 벗어나 삶의 터전으로 찾아가는 보건의료가 필요하다”며 “낡은 규제로 인해 환자들이 필수 재활서비스를 포기하는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생법안을 특정 직역의 이해관계로 지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은 ‘환자 안전과 책임체계 유지’와 ‘통합돌봄을 위한 서비스 접근성 확대’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법안소위 상정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