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방암 늘었지만…재발 막는 치료는 ‘급여 사각지대’
퍼제타 수술 후 보조요법 8년째 비급여…키스칼리도 급여 지연 환자단체 “완치위한 치료 끊긴다”…국회도 재발 관리 논의 착수
유방암 조기 진단율이 높아지면서 생존율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정작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 단계에서는 급여 공백이 이어지며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술 후 보조요법에 사용되는 주요 항암제가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적용이 지연되면서 치료의 연속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가운데 발생 1위를 차지하는 질환으로, 전체 여성 암 환자의 약 2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국가 암검진 확대와 진단 기술 발전으로 병기 0~2기 등 조기 단계에서 발견되는 비율이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조기 발견이 곧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방암은 치료 이후에도 장기간 재발 위험이 이어지는 질환으로, 일부 환자에서는 수년이 지나 재발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재발이 발생할 경우 예후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초기 치료 단계에서 재발 위험을 낮추는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치료는 끝나지 않았는데”…비용 앞에 멈춘 환자들
“치료는 끝나지 않았는데, 비용이 앞을 막았다.”
HER2 양성 3기 조기 유방암 환자 A씨는 수술과 선행항암치료를 마친 뒤 재발 방지를 위한 표적치료를 이어오다 치료 중단을 고민하게 됐다. 의료진은 치료를 지속해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손보험 적용이 종료되면서 약 12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A씨의 사연은 환자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돈이 없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암보다 더 무섭다”,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 치료를 중단했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치료 지속 여부가 경제적 여건에 좌우되는 현실이 드러났다.
환자단체 한 관계자는 20일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조기 발견 이후에도 마지막 치료 단계에서 비용 때문에 멈추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완치를 위한 치료가 경제력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약, 다른 급여…퍼제타 ‘단계별 차등’ 구조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치료는 수술 전 보조요법, 수술,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이어지는 연속된 치료 과정이다.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동일 계열의 표적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퍼제타(퍼투주맙)는 허셉틴과 병용해 HER2를 이중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로, 재발 고위험군 환자에서 표준 치료로 활용된다. 국내에서도 수술 전 보조요법에는 선별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수술 후 보조요법 단계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퍼제타는 2018년 허가 이후 현재까지 해당 단계에서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동일 환자가 같은 약제를 사용하는 치료임에도 ‘치료 단계’에 따라 급여 여부가 달라지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조기 유방암 치료는 전주기적으로 설계된 전략인데, 국내 급여 체계는 이를 나눠 적용하고 있다”며 “결국 환자가 재발 예방이라는 가장 중요한 단계에서 치료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키스칼리도 지연…보조요법 급여 논의 ‘정체’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 환자군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나타난다. CDK4/6 억제제 계열인 키스칼리는 진행성 유방암에서는 이미 급여가 적용되고 있지만,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에서는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허가 범위 확대 이후 급여 신청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같은 계열 약제인 버제니오 역시 보조요법 급여 확대 신청 이후 수년째 관련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단체는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초기 단계에서 보조요법을 적용하는 것이 예후를 좌우할 수 있다”며 “허가된 치료제가 있음에도 급여가 지연되면서 치료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올해 들어 두 차례 집단 행동에 나섰다. 지난 1월 퍼제타 수술 후 보조요법 급여화를 촉구하며 1700여 명의 서명서를 제출한 데 이어, 3월에는 키스칼리 보조요법 급여 적용을 요구하며 1800여 명의 서명을 추가로 전달했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고 말했다.
국회도 논의…재발 관리·접근성 해법 모색
한편 국회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며 정책 논의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유방암 여성환자 30만 시대, 재발 관리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유현재 서강대 교수가 '조기 유방암의 사회경제적 부담과 정책 과제', 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의 임상 특성과 치료 근거'를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이어지는 종합토론에서는 김성배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최승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대표, 박인혜 고려대구로병원 교수, 어윤호 데일리팜 기자, 김민정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 곽애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기준부장이 참여해 재발 관리 전략과 급여 정책 개선 방향을 논의한다.
조기 진단 확대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진단 이후 치료 단계까지 포함한 전주기적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발을 막는 핵심 치료가 비용 문제로 중단되는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정책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