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완화 논란…“리베이트 기준까지 풀어주나”
복지부, 일반형·외국계 ‘투트랙’ 도입·R&D 기준 상향 건약 “공공성 훼손 우려…윤리 기준 강화 필요”
정부가 추진 중인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 완화안에 대해 보건시민단체가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리베이트 위반행위에 대한 심사 기준까지 완화되는 방향이 포함돼 제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게 핵심 이유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20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칙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인증 기준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앞서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일반형과 외국계로 구분하는 ‘투트랙’ 체계를 도입하고,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 기준을 2%포인트 상향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평가항목도 25개에서 17개로 줄이며 제도를 간소화했다.
문제는 인증 기준 중 리베이트 관련 조항이다. 개정안은 인증 심사 시점을 기준으로 5년 이전에 종료된 리베이트 위반행위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사실상 일정 기간이 지난 위반행위는 인증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한 것이다.
“리베이트 기준 완화, 제재 실효성 약화 우려”
건약은 이 같은 기준 변경이 제재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리베이트 사건은 위반행위와 행정처분 사이에 시간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위반행위 종료 시점을 기준으로 할 경우 실제 제재 효과가 크게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과거 위반 이력이 있는 기업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에 대해 인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역시 논란이다.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인증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제도 취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약은 “인증이 국가 지원과 직결되는 만큼 위반행위에 대한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며 “현행보다 완화된 구조는 제도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R&D 중심 넘어 공공성 평가로 전환해야”
이번 개편안이 연구개발 중심 평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건약은 의약품 공급망 안정성, 필수의약품 생산, 공공보건 기여 등 사회적 책임을 반영한 평가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가 형식적으로 반영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실질적 평가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사회적 기여 항목을 일정 점수 이상 충족해야 인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공공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건약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단순한 산업 지원 제도가 아니라 공공성과 책임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기준 완화가 아니라 제도 취지에 맞는 방향으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의견수렴을 거쳐 하반기 중 신규 인증 및 연장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