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환자 인센티브 도입...임상 공시 기준 명확화 추진

정부, 바이오헬스 규제 24개 로드맵 공개...과제별 이행시점 명확화 오가노이드·빅데이터 활용 문턱 낮춰…연구개발 패러다임 전환 약가·AI 보상체계·허가 프로세스까지 개편

2026-04-17     최은택 기자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전 주기에 걸친 규제 합리화 방안을 제시하고, 과제별 세부 내용과 이행 시점을 구체화했다. 이번 로드맵은 신약 개발, 의료데이터 활용, 약가제도, 의료기기 인허가 등 핵심 규제를 동시에 손질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2026년 상·하반기를 기점으로 주요 제도 개편이 집중되면서 산업 환경 전반에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신약 개발 패러다임 전환…“동물실험 대체까지 제도화”

신약 개발 영역에서는 연구 방식 자체를 바꾸는 과제가 포함됐다.

오가노이드 등 신약 개발용 혁신기술평가 방안 마련은 기존 동물실험 중심의 비임상시험 체계를 대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인체 장기 기능을 모사한 칩, 컴퓨터 기반 약물 반응 예측모델 등 다양한 동물대체시험법을 허가·심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는 이러한 기술이 존재하더라도 규제 기준이 없어 실제 허가 자료로 활용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안전성 분야는 2026년부터 2027년까지, 유효성 분야는 2028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연구와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30년 12월까지 최종 가이드라인과 심사자 교육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비임상시험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동물실험 감소 효과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진=정부합동자료]

데이터 규제 대폭 완화…“연구 접근성 획기적 개선”

데이터 활용 분야에서는 연구 인프라 성격의 규제 완화가 포함됐다.

건강보험 빅데이터 접근성 강화는 산업계의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과제다. 그동안 기업은 건보공단 분석센터를 직접 방문해야만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컸다. 정부는 개인 식별 위험이 낮은 가명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원격분석 환경을 도입하기로 했다.

조치계획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1차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같은 해 하반기 추가 시범사업을 통해 시스템을 검증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데이터 분석센터를 48개까지 확대해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절차 간소화 과제도 함께 추진된다. 현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와 데이터심의위원회(DRB)를 각각 거쳐야 하는 이중 심의 구조로 인해 연구 착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정부는 이를 통합 운영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고, 2026년 12월까지 관련 법 제정을 통해 제도화를 완료할 방침이다.

희귀질환 신약·의료기기 “2026년 속도전”

시장 진입 규제는 가장 직접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영역이다.

희귀질환 의약품 등재 절차 간소화는 급여 진입 속도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조치다. 현재는 심평원 평가와 공단 협상, 건정심 의결을 순차적으로 거치며 최대 240일이 소요되지만, 이를 임상적 유용성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단순화해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해당 제도는 2026년 6월까지 설계가 완료될 예정이다.

중증·희귀질환 의약품 신속 등재 제도화도 병행 추진된다. 정부는 허가와 급여평가, 약가협상을 병행하는 구조로 전환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등재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2026년 12월까지 시범사업을 운영한 뒤 2027년 12월 제도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가 이어진다. 시장 즉시진입 의료기기 품목 확대는 임상평가를 거친 의료기기에 대해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제도로, 기존보다 적용 범위를 넓혀 디지털의료기기와 체외진단기기, 의료용 로봇 등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2026년 12월까지 추가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2등급 의료기기 심사·인증 일원화는 민간 심사와 공공 인증으로 나뉘어 있던 절차를 하나로 통합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심사 기간은 기존 약 40일에서 25일로 단축될 전망이며, 관련 시행규칙 개정은 2026년 12월 이뤄진다.

의료기기 허가 자료 제출 요건 완화도 추진된다. 외국어 자료 번역 시 공증을 요구하던 기존 규정을 개선해 전문가 번역과 제조원 확인으로 대체하도록 하고, 2026년 6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출범식과 제1차 회의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바이오헬스 분야 24개 규제합리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사진=국무총리실]

AI·약가 제도 개편…“보상 구조까지 재설계”

가치 기반 평가 분야에서는 보상체계와 약가 제도가 동시에 개편된다.

혁신의료기술 의료기기 보상체계 마련은 인공지능(AI) 의료기기와 디지털 치료기기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수가 체계를 도입하는 데 목적이 있다. 기존 수가 체계는 기술 사용 방식과 임상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기술 사용량과 임상적 효과, 환자 부담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보상 구조를 설계하고, 2026년 상반기 연구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같은 해 12월까지 최종 등재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혁신의료기기 선진입·후평가 제도 간 전환 허용도 추진된다. 기존에는 선진입 제도로 시장에 진입한 기술이 다른 제도로 이동할 수 없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해 기업의 전략적 선택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관련 지침 개정은 2026년 6월 이뤄질 예정이다.

시장 즉시진입 제품 정보제공 강화는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과제다. 부작용 정보와 사용 현황, 임상 적용 사례 등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와 의료진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2026년 12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바이오시밀러 구매·처방 활성화는 환자 인센티브 도입을 통해 저렴한 대체 의약품 사용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2026년 12월까지 업계 의견을 반영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약가 유연계약제 대상 확대는 표시가격과 실제 거래가격을 분리하는 구조를 기존 일부 신약에서 신약 전반과 바이오시밀러까지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다. 관련 제도 개정은 2026년 6월 추진된다.

의약품 임상 공시 기준 명확화는 임상 성공률 표기 방식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기존 단일 수치 중심의 표현에서 벗어나 임상 단계별 의미를 명확히 제시하도록 하고, 2026년 9월 가이드라인 개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허가·심사 체계 개편…“규제기관→지원기관”

규제기관의 역할도 ‘관리’에서 ‘지원’으로 전환된다.

첨단재생의료·의약품 심의 투명성 강화는 심의 과정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질병청은 2026년 6월까지 예방접종위원회 회의록 공개 규정을 정비하고, 식약처는 2026년 12월까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공개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의료제품 허가·심사 프로세스 혁신은 심사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정책이다. 현재 순차적으로 진행되던 심사 방식을 전문 분야별 병렬 심사로 전환하고, 심사 인력을 확충해 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한다는 목표다. 이 작업은 2025년부터 진행 중이며 2026년까지 확대 적용된다.

바이오헬스 제품화 전주기 규제서비스 지원은 연구개발부터 허가까지 전 단계에서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연구 단계에서는 규제 적합성 검토를, 임상 단계에서는 사전 상담을, 허가 단계에서는 예비 검토와 보완회의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2026년 6월 지침 개정을 통해 시행된다.

첨단바이오의약품 장기추적조사 효율화는 기업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자증례기록 시스템 활용을 지원하고 사용자 교육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장기추적조사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2026년 12월까지 제도 정비를 마칠 계획이다.

CDMO 맞춤형 규제지원은 위탁개발생산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다. 수출 제조업 등록 기준을 정비하고 GMP 인증 절차를 개선하는 한편, 원료물질과 완제의약품의 품질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위탁생산 시 책임 범위와 관리 체계를 구체화한다. 관련 하위법령은 2026년 12월까지 마련된다.

이미 시행된 과제도…현장 영향 적지 않아

한편 첨단재생의료 치료 활성화, 임상연구 자료 부담 완화, 난치질환 범위 명확화, 사망자 의료정보 활용 기준 마련, 비정형 데이터 가명처리 간소화 등 일부 과제는 2025년 말부터 2026년 3월 사이 이미 시행된 상태다.

첨단재생의료 치료 활성화 과제는 해외에서 축적된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치료계획 심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기존처럼 동일한 내용의 국내 임상연구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길이 열렸으며, 치료 수요가 높은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직접 임상연구를 기획·추진하는 체계도 마련됐다.

첨단재생의료 중·저위험 임상연구 자료 부담 완화는 연구 착수 단계에서 요구되는 자료 수준을 위험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도록 개선한 조치다. 그동안 중·저위험 연구에도 고위험 수준의 비임상자료 제출이 요구되던 관행을 개선해, 기존 문헌이나 선행 연구 결과로 일부 자료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연구 준비 기간과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난치질환 범위 명확화 과제는 ‘난치질환’에 대한 불명확한 기준을 구체화한 것이다. 근골격계 질환, 대사·내분비 질환, 자가면역 및 염증성 질환 등 주요 질환군과 판단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치료계획 수립과 심의 과정에서의 혼선을 줄였다.

사망자 의료정보 활용 기준 마련은 가명처리된 사망자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한 조치다. 정형 데이터에 대해서는 활용 가능·제한 항목을 구분하는 네거티브 방식 기준을 도입하고, IRB 심의 및 연구 동의 면제 요건을 구체화해 데이터 활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비정형 의료데이터 가명처리 절차 간소화는 영상·이미지 데이터 활용 과정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기존에는 개인정보 포함 여부를 전수조사해야 했지만, 이를 위험도 기반 표본조사 방식으로 전환해 처리 절차를 간소화했다. 특히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