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병용 잘 풀렸던데…요로상피암 급여 막힌 이유는 무엇인가
키트루다 병용 급여확대 선례에도 파드셉 병용은 난항 지속 유방암 사례선 해법 찾았던 당국…이번엔 소극 대응
아스텔라스제약의 파드셉주(엔포투맙 베도틴)와 엠에스디의 키트루다주(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의 요로상피암 급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협상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협상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각종 해석과 우려가 뒤엉키면서 현장의 혼선은 커지고,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만 제약받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거듭 제기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타사 병용요법’이다. 그러나 항암신약의 타사 병용요법 급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키트루다주는 다른 회사 약제와의 병용요법으로 급여를 확대한 전례가 있고, 과거 유방암 치료제 사례에서는 정부와 보험당국이 개입해 해법을 찾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데 대해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위암·자궁내막암선 문제 없던 병용요법…“등재 구조가 달랐다”
14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키트루다주는 올해 1월 9개 암종, 17개 요법이 한꺼번에 급여권에 진입했다. 이 가운데에는 타사 표적항암제와의 병용요법도 포함돼 있었다. HER2 양성 위암에서는 트라스투주맙과의 병용요법, 자궁내막암에서는 렌바티닙과의 병용요법이 대표적이다. 트라스투주맙은 로슈의 허셉틴주, 렌바티닙은 에자이의 렌비마캡슐이 대상 약물이었다.
당시에는 키트루다주의 급여 확대가 다수 암종에 걸쳐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고, 재정 영향 규모가 약 3000억 원에 달하는 등 자체 이슈가 너무 커서 타사 병용요법은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또 이번 요로상피암 병용요법과 달리, 위암·자궁내막암 병용사례가 비교적 무리 없이 진행된 건 대상 약제에 이미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이 급여목록에 등재돼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트라스투주맙의 경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삼페넷주와 셀트리온의 허쥬마주가 존재했다. 약가도 150mg 기준 허셉틴주는 35만915원, 삼페넷주와 허쥬마주는 각각 27만5792원과 28만3508원으로 바이오시밀러가 더 낮게 형성돼 있었다.
렌바티닙 역시 렌비마캡슐 외에 보령의 렌비닙이 퍼스트 제네릭으로 등재돼 있었고, 약가 역시 4mg과 10mg 동일가 기준 렌비마캡슐 2만7211원, 렌비닙 2만6765원으로 제네릭이 더 저렴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타사 병용요법이라도 동일 성분의 복수 약제가 등재돼 있는 경우에는 급여 적용 자체가 큰 장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키트루다주가 타사 제품을 병용요법으로 급여 확대를 해놓고, 다른 업체 병용요법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환자 접근성과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방암 사례선 당국 개입…“이번엔 왜 관망하나”
타사 병용요법과 관련해 정부와 보험당국이 개입해 해법을 찾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다국적 제약사의 유방암 치료 신약은 국내 급여 평가과정에서 나온 낮은 가격을 수용하지 못해 장기간 비급여 상태에 머물렀다. 이후 후속 신약들이 이 약과의 병용요법으로 적응증을 잇달아 확보하면서 임상현장에서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보험당국은 해당 약제의 급여 신청을 유도했고, 결국 급여목록에 등재되면서 후속 신약들과의 병용요법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확보됐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와 보험당국은 공식적으로 드러내기 어렵더라도 실제로는 타사 병용요법 문제에 개입해 조정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이번 요로상피암 병용요법에서는 지나치게 관망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환자단체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논란은 있지만 협상은 원만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파드셉주 등재 자체가 좌초되거나 파드셉주만 급여되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엠에스디가 처한 다른 급여 현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엠에스디는 폰히펠-린다우증후군 치료제 웰리렉정(벨주티판)과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급여 문제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웰리렉정(벨주티판)은 국민동의청원 5만 명 성원으로 국회에 계류 중일 만큼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약제지만, 국내 시판 승인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나도록 급여 진입이 지연되고 있고, 윈레브에어(소타터셉트) 역시 ‘허가-평가-협상 병행 2차 시범사업’ 대상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지정 품목으로 2025년 7월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키트루다주(펨브롤리주맙) 역시 향후 급여 확대가 필요한 적응증이 줄지어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와 보험당국이 조정 역할을 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도 협상의 범위를 넓게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로펌 한 관계자는 “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 가격 협상만이 협상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급여 등재 신청 단계부터 최종 고시까지 전 과정에서 다양한 협상 요소가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반 판단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환자의 치료 접근권”이라며 “법령 문구에 매몰되지 말고 환자가 실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드셉주와 키트루다주 병용요법 급여 논란은 단순한 약가 협상을 넘어 제도 운영의 기준과 원칙을 묻는 문제로 번지고 있다. 아직 협상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정부와 보험당국이 이번 사례에 대한 가르마를 잘 타지 않으면 같은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고, 그 때마다 정부와 보험당국의 '팔짱끼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