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 결과 전면 공개 필요...시중 유통 제네릭 수거 검사 추진"

환단연 등 4개 단체 참여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 출범 권용진 정책위장 “제네릭 동등성 국민 납득이 출발점” 이은영 이사 “10대 요구 입법화 추진…캠페인도 전개”

2026-03-24     최은택 기자

환자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강화를 내건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가 출범했다. 정책위원장을 맡은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의약품 정책을 둘러싼 모든 논쟁은 ‘정말 같은 약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정보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4일 서울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홀에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에서 권 교수는 성분명 처방, 대체조제, 참조가격제 등 최근 논란과 관련해 “그 이후 정책 논의는 일부러 생략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논의의 전제는 효능과 성분이 같은가에 대한 국민적 납득”이라며 “이 전제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뒤의 정책을 논의하면 환자와 소비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자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 강화를 내건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가 출범했다. 정책위원장을 맡은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의약품 정책을 둘러싼 모든 논쟁은 ‘정말 같은 약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정보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권 교수는 현재 의약품 정책 논쟁의 핵심을 ‘동등성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진단했다. 그는 “의사는 왜 비싼 약을 처방하는지, 약사는 왜 약을 바꾸려 하는지에 대한 불신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결국 누가 동등성을 보장하고 국민에게 약속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이어 “식약처가 동등성을 평가하고 있지만 어떤 기준과 실험으로 동일성을 판단하는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그 과정부터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적동등성 시험과 관련해서는 사후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권 교수는 “현재는 하나의 생산 라인이 생동성 시험을 통과하면 추가 제품은 별도 시험 없이 허용되는 구조”라며 “이 제품들이 시간이 지나도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부분은 시민과 환자가 감시해야 할 영역”이라며 “모금이나 정부 지원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국민이 직접 검증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성분명 처방 확대나 참조가격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권 교수는 “그러한 정책은 지금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며 “동등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공급자 중심 구조 한계”…환자 주권 선언

이날 출범한 환자·소비자연대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등 4개 단체가 참여한 연대체다.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안전·신뢰·자율성·권리·투명성을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안기종 공동대표는 창립 배경을 설명하며 “지금까지 의료의 주체는 정부와 공급자였고 환자는 정보 없이 치료를 받아왔다”며 “환자와 소비자의 이름으로 의약주권을 선언하고, 비판을 넘어 제도와 정책을 바꾸는 행동하는 연대가 되겠다”고 밝혔다.

강정화 공동대표는 “소비자는 병원과 약국에서도 소비자”라며 “어떤 치료인지, 효과가 검증됐는지, 비용이 얼마인지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현실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의료 정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문미란 공동대표는 “같은 약이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같은 시술이 수 배 가격 차이를 보이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며 “처방전 주사제 표기, 약가 표시, 생동성 시험 결과 공개는 지금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유지현 공동대표는 “희귀·난치질환 환자에게 정보 부족은 생존의 문제”라며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의존하거나 과도한 비급여 비용 부담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소외된 환자의 목소리를 정책 중심에 세우겠다”고 밝혔다.

[사진=한국환자단체연합회]

생동성 공개·비급여 특별법 등 10대 요구 제시

연대는 이날 ▲제네릭 약가 인하 및 리베이트 구조 개선 ▲생물학적동등성 시험 결과 전면 공개 ▲주사제 및 비급여 포함 DUR 의무화 ▲처방전 주사제 표기 의무화 ▲처방전 약가 및 본인부담금 표시 ▲비급여 관리 특별법 제정 ▲환자·소비자 주도 감시센터 설립 ▲약국 내 일반의약품 전시공간 분리 ▲과잉 권유 신고센터 설치 ▲편의점 상비약 확대 등 10대 정책 요구를 발표했다.

창립선언문에서는 “정보는 닫혀 있고 선택은 제한되어 있으며 책임은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현 의료체계를 ‘정부 주도·공급자 중심 구조’로 규정했다. 이어 “의료는 환자와 소비자의 참여로 완성된다”며 알 권리와 선택권 보장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은영 “입법·감시 병행…전국민 서명운동 추진”

향후 계획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오늘 발표한 10대 요구사항을 실제 법과 제도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라며 “약사법 개정 공청회와 입법 논의를 통해 처방전 주사제 표기, 약가 및 본인부담금 표시 등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비급여 관리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와 입법 추진도 병행할 것”이라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전국민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와 소비자가 의약품의 효과와 정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생동성 시험 샘플링 감시 활동을 추진하겠다”며 “의존이 아닌 참여와 소통, 침묵이 아닌 행동으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갈등 아닌 신뢰 회복”…환자 권리 보장이 핵심

권 교수는 연대 활동의 방향에 대해 “의사나 약사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환자의 알 권리와 선택권이 보장될 때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가 쌓인다”며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이기 때문에 환자를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라며 “이번 출범은 우리 의료체계에서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