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타사 병용요법 급여 '미적'…파드셉은 속타고, 키트루다는 신중
환자 접근성·기업 이해관계 ‘충돌’..."정부·보험당국 적극 중재 절실"
[이슈진단=항암제 타사 병용요법 급여]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평가받는 ‘파드셉(엔포투맙 베도틴)·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 급여 논의가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고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 쪽 제약사 신청만으로도 평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타사 간 협의 지연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사례의 경우 파드셉을 보유한 아스텔라스제약은 급여 지연에 속을 태우는 반면, 키트루다의 MSD는 ‘의도치 않은 참여’ 속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양사 간 온도차가 뚜렷한 양상이다.
암질심 통과 이후 ‘멈칫’…병용요법 구조적 한계 드러나
22일 보험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지난해 10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며 임상적 필요성과 치료 가치를 인정받았다.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기존 화학요법 대비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개선한 결과가 확인되면서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주요 옵션으로 이미 자리 잡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후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상정을 위한 논의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단일 약제와 달리 병용요법은 두 약제의 약가, 비용효과성, 재정 영향 등을 동시에 검토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이번 사례는 서로 다른 제약사가 보유한 제네릭이 없는 오리지널 약제를 함께 평가해야 하는 ‘타사 간 병용요법’이라는 점에서 난도가 더 높다.
정부 “평가 가능”…현장은 “협의 없인 진전 어려워”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타사 간 병용요법도 현행 제도 내에서 평가가 가능하며 일부 제약사만 신청해도 검토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해당 병용요법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비용효과성 등을 검토 중이며, 절차에 따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장의 인식은 다르다. 타사 병용요법은 업체들 간 사전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지만 이해관계가 같지 않은 상황에서는 녹록치 않다. 게다가 현 공정거래 규제 환경에서는 공식적인 협의 자체도 어려운 한계가 존재한다.
속타는 아스텔라스…“병용요법은 트렌드, 제도는 과거형”
아스텔라스 입장에서는 상황이 절박하다. 파드셉은 병용요법을 통해 치료 가치가 극대화되는 약제로, 단독요법 대비 병용요법에서의 임상적 성과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 임상에서는 전체 생존기간(OS)이 약 33.8개월 수준까지 연장된 것으로 보고되며 치료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허가 이후 약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비급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아스텔라스는 최근 미디어 세션에서 “항암 치료는 이미 병용요법 중심으로 전환됐지만 급여 제도는 여전히 단일 약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며 제도적 미비를 지적했다. 특히 최근 10년간 특허가 유지된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이 급여 등재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구조적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난감한 MSD…재정 부담·전략 변수에 ‘신중 모드’
반면 키트루다를 보유한 MSD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병용요법 급여 추진은 아스텔라스가 주도한 사안이어서 MSD 입장에서는 '의도치 않게 엮인 사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키트루다는 이미 다양한 암종에서 급여가 확대된 대표적 면역항암제이며, 추가적인 병용요법 급여 확대는 곧 재정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약가 조정이나 재정 분담에 검토가 불가피한데, 이것 자체가 MSD에게는 큰 부담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MSD 입장에서는 자체 급여확대 전략과 무관하게 훅 들어온 외부적 요인이 좋을 리 없다. 요로상피암의 경우 전략상 우선순위가 아닌 것으로 알려져 더욱 그럴 것이다. 약가조정 압박이 없다면 모를까 이번 사례처럼 상대방 제약사는 소극적이거나 무대응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파드셉 병용요법 뿐 아니라 최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한 키트루다 위암 급여 확대도 의학회가 신청한 것이어서 MSD 입장에서도 역시 '의도치 않게 엮인' 사례 중 하나다.
속내를 공개 표명하고 있지 않지만 MSD는 파드셉 병용요법이나 위암 급여확대와 같은 이런 '의도치 않은 엮임'과 이에 따른 약가조정 압박에 대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일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아스텔라스제약은 MSD의 무반응 또는 비협조로 속이 타지만, MSD 또한 다른 측면에서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환자 부담 ‘현재진행형’…고가 비급여 지속
급여절차 지연의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 보건복지부에 보낸 의견서에서 “암질심을 통과했음에도 약평위 단계에서 병용요법 특성상 지연이 지속되고 있다”며 “환자들이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안을 신속히 강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 해당 병용요법 약값은 연간 1억원을 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평범한 가정의 환자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다.
이로 인해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제기되며 급여 적용 요구가 이어지는 등 파드셉-키트루다 병용요법 급여 지연은 사회적 이슈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병용요법 시대 ‘시험대’…정부 역할에 쏠린 시선
두 약제 사례는 단순한 개별 약제의 급여 지연을 넘어, 앞으로 늘어날 타사간 병용요법 급여 신청에 현 제도가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환자단체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에 대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향후 유사한 타사 간 병용요법 급여 신청 역시 반복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항암 치료 패러다임이 병용요법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만큼, 동일한 구조의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게 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보험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 협의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히 “평가가 가능하다”는 원칙적 입장을 넘어, 이해관계자 간 조율을 촉진하는 역할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환자단체 한 관계자는 "사실 파드셉 병용요법 급여 신청이 접수됐을 단계부터 정부와 보험당국이 관심을 갖고 개입 방식이나 협의 방식에 대해 고민했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절차에 따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해놓고는 '업체들 간에 해결하라'며 '나몰라라'만 할 게 아니라, 정부와 보험당국이 더 늦지 않게 당사자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