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검증 없는 희귀약 신속등재 우려”…시민사회 반발 커져

건약 이동근 부대표 “임상·비용효과성 평가 축소 가능성” 지적 24일 기자회견 예정…약가제도 개편안 두고 또다른 논란 확산 제약계 "반대보다는 부작용 최소화할 건설적 논의 필요"

2026-03-23     최은택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희귀질환치료제 신속등재 정책을 둘러싸고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 등재가 이뤄질 경우,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환자 안전 문제가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는 오는 24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가제도 개편안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이들은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가 사실상 ‘프리패스 등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00일 내 등재…등재과정 평가 축소 없이는 어려워”

약가제도 개편안 대응에서 시민사회를 이끌고 있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동근 부대표는 “정부가 등재 기간 단축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공개된 내용만 보면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평가가 등재과정에서 반영되지 않는 구조로 읽힌다”며 “결과적으로 평가를 최소화한 채 급여를 먼저 적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특히 등재 기간 단축 목표에 주목한다. 신속등재로 약제 등재를 100일 이내에 추진할 경우 기존처럼 임상적 유용성과 경제성 평가를 충분히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부대표는 “100일 내 등재를 전제로 한다면 현재의 평가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시민사회에서는 선등재-후평가 방식, 즉 네거티브 리스트로의 전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가 24일 기자회견에서 집중적으로 문제 삼을 정부의 희귀질환치료제 신속등재 방안 요약 그림. 시민사회는 이런 방식의 신속등재는 신약 등재시스템을 사실상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 [사진=보건복지부]

정부 설명 부족으로 혼선…“기존 제도와 관계도 불명확”

논란이 커지는 배경으로는 정부의 설명 부족도 꼽히고 있다. 개편안 발표 이후에도 구체적인 운영 방식이나 기존 제도와의 관계가 충분히 제시되지 않으면서 현장의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허가·급여 평가·약가 협상을 병행하는 기존 제도와의 연계 여부도 명확하지 않아, 제도 보완인지 전환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이 부대표는 “정부가 정책 방향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다 보니 오해(?)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며 “이처럼 중요한 제도 변화일수록 이해관계자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환자 접근성 확대와 안전성 검증 함께 가야”

이번 논란은 신약 접근성 확대와 안전성 검증 사이의 균형 문제로 이어진다.

신속등재는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효과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고가 의약품이 급여권에 포함될 경우 재정 부담과 의료적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 부대표는 “환자 입장에서 치료 기회를 앞당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 약을 높은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며 “속도뿐 아니라 안전성과 비용 대비 효과를 함께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가제도 개편안 전반에 대한 비판도 이어진다. 특히 유연 약가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사실상 광범위한 약가 우대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대표는 “일부 혁신신약에 한정됐던 제도가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 개량신약까지 확대될 경우 정책 취지와 달리 과도한 혜택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제약 "부작용 최소화할 건설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

시민사회의 입장과 움직임에 제약업계는 다른 한편에서 우려를 갖고 관망 중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희귀질환치료제 신속등재 제도 방안은 환자 치료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희귀질환치료제 신속 등재 추진은 정부가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발표한 것이어서 이미 확정된 정책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반대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설적인 접근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제약계 다른 관계자는 "정부 발표대로 신속등재 시스템이 도입되면 사후평가체계가 매우 중요하게 된다"면서 "평가체계 수립과정에서 임상전문가와 제약사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충분한 논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약가제도 개편안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이어 정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어서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