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의사 보건사무관 연이은 사직이 남긴 '그림자'

2026-03-18     이창진 기자

17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에서 비보가 전해졌다.

의사 출신 보건사무관 1명이 얼마 전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사직한 당사자는 재난의료정책과 김은나 보건사무관이다. 충남의대를 졸업한 예방의학과 전문의인 그는 2019년 의사직 특별전형을 통해 입사한 공무원이다.

입사 8년차 의사 출신 보건사무관 중도 사직은 무엇을 의미할까.

보건복지부 의사 출신 중견 보건사무관 중도 사직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어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작년 7월 정은경 장관 취임식에 도열한 공무원들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지난해 초 김보람 보건사무관(연세의대, 가정의학과 전문의)과 배홍철 보건사무관(한양의대, 예방의학과 전문의)에 이어 지난해 말 이정우 보건사무관(이화의대, 내과 전문의) 등 의사 출신 중견 보건사무관들이 연이어 사직서를 제출했다.

여기에 김은나 보건사무관까지 최근 2년간 4명의 의사 공무원이 세종청사를 떠난 것이다.

3월 현재, 복지부 세종청사에 남아 있는 의사 출신 보건사무관은 응급의학과 조영대 보건사무관(연세의대, 가정의학과·예방의학과 전문의), 질병정책과 박동희 보건사무관(조선의대, 내과 전문의· 변호사), 보험급여과 이민정 보건사무관(건국의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지역의료정책과 김도한 보건사무관(부산의대) 등 4명 뿐이다.

간부진에 속하는 의사 공무원은 정은경 장관(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전문의)을 제외하고 손영래 의료혁신추진단장(서울의대), 이중규 공공보건정책관(고려의대, 예방의학과 전문의), 공인식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장(경희의대,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한숙 보험정책과장(경희의대, 내과 전문의), 강민구 지역의료정책과장(서울의대, 내과 전문의) 등이다.

복지부 입장에서 의사 공무원 사직은 행정고시와 비고시 공무원 중도 사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특별전형을 통해 의사 공무원을 선발하는 취지와 목적 그리고 복지부를 택한 젊은 의사들의 열정과 순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의료 정책 개선에 뛰어든 젊은 의사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놨다. 개원과 봉직 등 동기 의사들과 비교해 낮은 급여와 철옹성 관료사회 생존법 등을 익히며 야생으로 스스로를 던진 것이다.

이들은 보건의료 정책 계획 수립과 실행 방안 등 결정 과정에서 근거중심 노하우를 가미해 의료현장과 괴리감 등 시행착오를 줄이는 질 높은 정책의 양념장 역할을 하고 있다.

복지부 내부에서 '의사 공무원은 그만둬도 갈 데가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의과대학 6년과 인턴, 레지던트 등 4~5년의 혹독한 전공의 수련교육을 거쳐 전문의를 취득하고 남성의 경우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 3년, 의료기관이나 연구직 경험을 합치면 30대 중후반 이후 초짜 보건사무관 명함을 파는 것이다.

행정고시와 일반 공무원 시험으로 20대 중반, 30대 초반 입사한 공무원보다 연배가 높다. 어느 부서 의사 출신 보건사무관은 담담 과장보다 연장자이다. 

의사면허를 내려놓고 공직자 길을 걷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어쩌면 의사 공무원을 선택할 때보다 세종청사를 떠나기로 결정할 때가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보건의료 정책을 어느 정도 알고, 서기관 승진을 앞둔 중견 보건사무관 입장에서 사직서 제출까지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의사 공무원 중도 사직을 방관하는 것이 최선일까.

공직을 경험한 의사는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의사 공무원 소식이 이어지고 있어 안타깝고 씁쓸하다. 서울에서 세종청사 출·퇴근과 과중한 업무, 경제적 이유, 건강 문제, 지연되는 승진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라면서 "의사 공무원 사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복지부 내부 진단과 개선방안이 필요하다.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왜 이렇게 많은 의사 공무원이 사직하느냐'고 대통령이 물으면 장관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복지부 세종청사에 2년 연속 의사 출신 신입 보건사무관 부재가 이어지고 있다.

진료와 연구를 포기하고 공무원 길을 선택한 젊은 의사들의 열정과 기대감을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자살예방정책과에 배치되어 업무 파악 중입니다.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서 자살률 감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난 2019년 당시 복지부에 입사한 신참 김은나 보건사무관이 기자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에 담긴 부푼 꿈과 당찬 포부. 긴 여운과 함께 마음 한구석이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