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권리·안전 포괄 규율 ‘환자기본법’ 입법..."큰 산 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통과…환자 중심 의료체계 전환 첫걸음 환자 권리 명문화·환자정책위 신설...환자안전 체계 강화 의협 “취지 공감하지만 현장 작동성 보완 필요” 환자단체 “입법 첫 단추 의미...속도내야”

2026-03-16     최은택 기자

[이슈초첨] 3월 국회 보건복지위 통과 법률안=①환자기본법

환자의 권리 보장과 환자안전 관리체계를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환자기본법’ 제정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환자를 보건의료 정책의 수동적 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규정하는 첫 기본법이라는 점에서 보건의료 정책의 중심을 공급자에서 환자로 옮기는 제도적 전환의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의료계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환자단체는 환자 권리를 제도적으로 규정하는 입법 논의가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환자기본법안(대안)’을 의결했다. 이번 법안은 남인순 의원이 대표발의한 환자기본법안 2건과 김윤 의원, 김선민 의원이 각각 발의한 환자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합·조정해 마련된 위원회 대안이다. 보건복지위원회는 기존 4건의 법률안은 각각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하고 이를 통합한 대안을 위원회안으로 의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소속 10개 환자단체가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 100일을 맞아 '환자보호 3법' 조속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연대에 의미로 함께 했다.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환자 권리 법률로 명문화=제정안은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원활한 투병을 지원하며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환자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건강한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은 환자가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법률에 명시했다. 환자는 필요한 시기에 양질의 적정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성별, 나이, 종교, 사회적 신분이나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건강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또 자신의 질병 상태와 치료 방법, 부작용, 진료 비용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질문할 권리와 제공받는 의료서비스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도 규정했다.

이와 함께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요청 권리, 개인 건강정보 보호 권리, 안전하게 치료받을 권리, 의료서비스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공정한 절차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받을 권리도 포함됐다.

환자는 건강과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제안할 권리를 가지며 권리 증진을 위해 단체를 조직해 활동할 권리도 보장된다.

반면 환자의 책임도 규정됐다. 환자는 자신의 건강 관련 정보를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리고 의료인의 전문성을 존중해야 하며 타인의 명의를 이용한 진료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서비스를 받아서는 안 된다. 또 폭언이나 폭행, 협박 등으로 의료행위를 방해해서도 안 된다.

법안은 환자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5월 29일을 ‘환자의 날’로 지정하도록 했다.

환자정책 5년 기본계획 수립=정부 차원의 환자 정책 추진 체계도 마련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환자 정책에 관한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해야 하며 복지부와 시·도지사는 이에 따른 연도별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기본계획에는 환자 정책의 추진 방향과 목표, 환자안전 활동의 추진 전략, 환자 및 환자단체의 정책 참여 방안, 정책 추진에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 등이 포함된다.

또 환자 권리 증진과 환자안전 정책 수립을 위해 5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표하도록 했다. 환자 정책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기관이나 단체에 연구를 위탁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환자 정책을 종합적으로 심의하기 위한 ‘환자정책위원회’도 설치된다. 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 부처 공무원과 환자단체 추천 인사, 의료계와 약계 추천 인사 등이 참여하는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환자 정책 기본계획 수립과 평가, 환자안전 정책 추진, 제도 개선 권고 등 환자 정책 전반을 심의·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환자단체 제도화…정책 참여 확대=법안에는 환자단체의 역할과 지원 근거도 담겼다.

환자단체는 환자의 투병 상담과 교육, 피해 상담, 정책 개선을 위한 조사·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으며 일정 요건을 갖추면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할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등록된 환자단체의 활동을 보호·육성하고 필요할 경우 사업 운영이나 시설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환자 정책 결정 과정에서 환자나 환자단체가 정책 제안과 토론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도록 했다.

환자안전 관리체계 강화=환자안전 관리체계도 강화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은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전담인력은 환자안전사고 정보 수집과 분석, 의료진 교육, 환자와 보호자 대상 안전교육 등을 수행한다.

또 설명과 동의를 받은 내용과 다른 수술이나 수혈, 전신마취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대한 손상을 입은 경우, 다른 환자나 다른 부위를 수술한 경우, 진료기록과 다른 의약품 투여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등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의료기관장은 이를 지체 없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고된 사고 가운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조사 과정에서 수집된 자료와 진술, 조사 결과는 환자안전 향상과 재발 방지를 위한 목적으로만 활용되며 민·형사 재판에서 책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또 환자안전사고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공유하기 위한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했다.

의료계 “취지 공감…현장 작동성 보완 필요”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환자기본법과 관련해 환자 권익 증진과 환자안전 강화라는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환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왔으며 환자 권익 증진과 환자안전 강화라는 대원칙에 적극 공감한다”며 “향후 법안의 후속 심의 과정에서도 환자와 의료인이 상호 신뢰 속에서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진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법체계와의 정합성, 환자단체 참여의 대표성과 전문성, 의료기관의 행정부담 완화, 의료현장에서의 작동 가능성 등에 대한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기본법 제정을 주도해 온 남인순 의원은 전체회의 의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환자의 권리를 체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정법률안인 ‘환자기본법안(대안)’을 통과시켰다”며 “환자기본법 제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의 패러다임을 공급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전환해 환자가 보건의료의 객체에서 주체로 거듭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 “입법 첫걸음 큰 의미”

환자단체도 환자기본법 제정 추진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환자들이 원하는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환자기본법 제정의 중요한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남은 국회 일정도 신속히 진행돼 입법이 조기에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써주신 국회의원들과 의원실 관계자들, 보건복지부 담당 공무원들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환자기본법 제정안은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며, 공포 후 1년이 지나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