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의대정원 축소 유감” vs 의사단체 “의학교육 붕괴”

정부, 2027~2031년 연평균 668명 증원 확정 발표 의협 “현장 무시한 숫자 정책…교육 정상화부터” 환연 “수급추계 후퇴…정원 회수 법제화 등 담보해야”

2026-02-11     최은택 기자

정부가 2027학년도부터 향후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씩 증원하기로 확정하자, 대한의사협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며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의협은 교육 여건을 무시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의학교육 붕괴 책임을 정부에 돌렸고, 환자단체는 수급추계보다 교육여건 논리가 앞서면서 2027학년도 증원 규모가 축소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서울을 제외한 32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을 연평균 668명씩 늘려 총 3342명을 증원하기로 의결했다. 증원분은 모두 지역의사로 선발된다.

연도별로는 2027년 490명, 2028년 613명, 2029년 613명, 2030년 813명(기존 의대 613명, 공공의대 및 지역의대 200명), 2031년 813명(기존 의대 613명, 공공의대 및 지역의대 200명)이다. 2027학년도 증원 규모는 2024·2025학번 휴학생의 2027년 복학에 따른 교육 부담 분산을 이유로 증원분의 80% 수준으로 조정됐다.

증원 인원은 지역의사제도에 따라 선발되며, 재학 기간 중 정부 지원을 받고 졸업 후 지역 공공의료기관 등에서 10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학별 정원은 교육부 배정위원회 심의와 이의신청 절차 등을 거쳐 4월 중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10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27년부터 향후 5년간 의과대학 정원을 연평균 668명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보정심 위원장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발언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정부는 의대별 정원 확대에 맞춰 강의실·실습실 등 교육시설을 개선하고, 대학병원 교육 인프라 확충과 임상교육훈련센터 건립, 수련 프로그램 강화, 인턴·레지던트 제도 개편, 수련환경평가 강화,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신설 등을 통해 인력과 제도 지원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은경 장관은 “의사인력 증원 결정은 보건의료 위기 상황에 대한 공통된 인식 하에 협의와 소통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라며 “이번 결정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공공의료 개혁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합리적 이성이 결여된 채 숫자에만 매몰된 정부의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은 2027학년도에는 휴학·군 복귀 학생들이 대거 복귀해 기존 정원과 맞물릴 경우 교육 현장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의학교육평가원이 강조해온 교육 가능한 상한선 10%가 무시됐다며, 열악한 강의실과 실습실 환경에서 교육 부실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학교육 붕괴와 그로 인해 배출될 의사의 자질 논란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했다.

의협은 정부에 ▲의학교육 정상화 ▲각 의과대학 전수조사를 통한 현실적 모집인원 재산정 ▲실질적 권한을 가진 의학교육 협의체 구성 ▲의료 인력 추계위원회 전면 개편 및 추계 주기 3년 단축 ▲필수의료 살리기 대책의 즉각 실행 등을 요구했다. 적정보상 등 기피과 유인책,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면책 법제화, 의료와 무관한 사유로 인한 면허 박탈 규정 개정, 해외 의대 졸업생 인증 기준 강화, 의사·의대생 현역입대에 따른 필수의료 인력 이탈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수급추계의 본질보다 교육여건 논리에 좌우된 의대정원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연합회에 따르면 보정심에서는 수급추계위원회가 제시한 12개 모형 가운데 ARIMA 모형이 채택됐고, 지역 필수의료 인력 양성과 소규모 의대의 적정 인원 확보 필요성이 반영됐다.

그 결과 2037년 기준 의사인력 부족 추계는 당초 4724명에서 3542명으로 1182명 축소됐다. 연합회는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도출된 의사 부족 총량 추계치가 ‘의대 교육 여건’이라는 명분에 밀려 축소 조정됐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의대 정원 증원은 미래 환자 수요와 객관적 의사 수급 지표에 근거해 추진돼야 한다며, 지방의대에 배정된 인력이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이동하는 구조를 막기 위해 ‘지방 수련 미준수 시 정원 회수’ 방침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수 요건을 엄격히 지표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는 의과대학에 대해서는 배정된 정원을 즉각 회수하는 등 실효적 사후관리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연합회는 의대정원 증원 수치 확정이 끝이 아니라며, 교육의 질과 환자 안전이 함께 담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실습 자원과 교수 인력 확충,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 지원이 필요하며, 준비되지 않은 무리한 증원은 의료 인력의 전문성 약화와 환자 안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결정을 보정심을 통한 일방적 의사인력 증원으로 규정하며, 향후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해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