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정원 축소 유감…정원 회수 법제화·의학교육 질 담보해야”
“2027학년도 의대정원 결정, 수급추계보다 교육여건 앞서”
정부가 2027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증원 규모를 최종 확정한 것과 관련해 환자단체가 수급추계보다 교육여건 논리가 앞서면서 정원이 축소 조정됐다며 유감을 표했다.
환자단체는 미래 환자 수요와 객관적 의사 수급 지표에 근거한 정책 추진과 함께 지방의대 정원 회수 등 실효적 사후관리 제도 마련, 양질의 의학교육과 환자 안전 담보를 정부에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0일 논평을 통해 “수급추계의 본질보다 교육여건 논리에 좌우된 정부의 의대정원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는 양질의 의대 교육여건 확충 약속을 이행하고, 발표한 의사인력 양성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2037년 의사 부족 추계, 4,724명→3,542명으로 축소
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열린 제7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는 수급추계위원회가 제시한 12개 모형 가운데 미래 의료환경 변화와 보건의료정책 변화를 복합적으로 반영한 ARIMA 모형이 채택됐다. 여기에 지역 필수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국립대 역할 강화와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의 적정 인원 확보 필요성이 반영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2028~2029년에는 613명, 2030~2031년에는 공공의대와 지역의대 신설을 고려해 813명으로 증원 규모를 설정했다. 다만 2027학년도에 대해서는 2024·2025학번 휴학생의 2027년 복학에 따른 교육 부담 분산을 이유로, 증원분의 80%인 490명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로 인해 2037년 기준 의사인력 부족 추계는 당초 4,724명에서 3,542명으로 조정돼 1,182명이 줄었다.
연합회는 이에 대해 “수급추계위원회가 과학적으로 도출한 2037년도 의사 부족 총량 추계치가 보정심 논의 과정에서 ‘의대 교육 여건’이라는 명분에 밀려 축소 조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은 미래 환자 수요와 객관적인 의사 수급 지표에 근거해 추진돼야 하며, 행정적 편의나 교육 현장의 일시적 고충을 이유로 필요한 정원을 삭감하는 것은 수급추계위원회 설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방 수련 미준수 시 정원 회수, 법제화 필요”
연합회는 지방의대에 배정된 인력이 수도권 수련병원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후관리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교육부가 밝힌 ‘지방 수련 미준수 시 정원 회수’ 방침은 실효성 있는 법령 개정으로 구체화돼야 한다”며 “지역의료 공백 해소라는 이번 증원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준수 요건을 엄격히 지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이행하지 않는 의과대학에 대해서는 배정된 정원을 즉각 회수하는 등 단호한 행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 질·환자 안전 담보가 핵심”
연합회는 의대정원 증원 수치 확정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하며, 교육의 질과 환자 안전이 함께 담보돼야 한다고 했다.
연합회는 “의료계가 우려하는 교육 부실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의대 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충분한 실습 자원과 교수 인력 확충을 통해 늘어난 의대생들이 향후 환자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전문 의료인력으로 성장하도록 국가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준비되지 않은 무리한 증원은 의료 인력의 전문성 약화로 이어지고, 그로 인한 위험과 사회적 비용은 환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은 증원은 국민 건강권과 환자 생명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위한 최소한의 조치”
연합회는 의대정원 증원의 목적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회복에 있다고 했다.
연합회는 “의대 정원 증원은 응급실 표류(뺑뺑이), 소아과 진료 대란(오픈런) 등으로 상징되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필수의료 전문의 부족으로 위협받는 지역의료를 재건하기 위한 최소한의 국가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확정된 증원 계획이 현장에서 차질 없이 이행되는지를 엄중히 감시할 것”이라며 “정부는 정책 이행의 책임을 다하고, 의료계 역시 반대에만 머무르지 말고 양질의 의학교육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논평에는 한국백혈병혈액암환우회, GIST 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PROS, 한국환자단체 등 환자단체들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