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약가제도 개편 추진에 맞선 제약바이오업계의 2개월

비상대책위 출범부터 노사·중기단체 연대까지…산업계 대응 전면화

2026-01-26     권소희 기자

정부가 약가제도 개편을 본격 추진하자 제약바이오업계가 즉각 집단 행동에 나섰다. 업계는 약가 인하 중심의 개편안이 연구개발 투자와 필수의약품 공급,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노사와 중소기업 단체까지 아우르는 전면 대응 체제를 구축하며 정부에 제도 재검토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간담회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산업계 노사 대표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뉴스더보이스는 약가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제약바이오업계의 지난 2개월의 행보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자료를 토대로 정리해 봤다.

2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안을 공식화하기 직전부터 제약바이오업계는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정부의 약가 산정체계 개편 구상이 구체화되자 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입장 발표와 대외 협의를 이어가며 제도 재검토를 요구했다.

약가제도 개편 논의는 지난해 8월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약가 산정체계 개선 및 주기적인 약가 조정 체계 마련’이 포함되면서 본격화됐다. 이후 복지부는 11월 18일 건강보험정책국장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진 간 간담회를 열어 개편 방향을 공유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업계는 같은 달 24일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5개 단체가 참여했다. 비대위는 공동위원장 체제로 꾸려졌으며, 기획정책·대외협력·국민소통위원회 등 산하 조직도 구성했다.

비대위는 11월 27일 위원장단 회의를 열어 약가제도 개편 대응 논지와 전략을 논의했다. 이튿날인 11월 28일 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자, 산업계는 즉각 입장을 내고 언론에 배포했다.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일방적인 추진 중단과 산업계와의 협의를 요구했다. 정부는 개편안을 2026년 2월 건정심 의결을 거쳐 같은 해 7월부터 시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연말에는 대응 수위가 높아졌다. 12월 22일 비대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약가제도 개편이 연구개발과 품질 혁신 투자를 위축시키고 산업의 존립 기반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필수의약품 수급 불안과 보건안보 훼손, 대규모 고용 감축과 양질의 일자리 상실, 시장형 실거래가제에 따른 유통 질서 파괴 우려도 함께 제기하며 약가제도 재검토를 촉구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을 방문해 중소기업중앙회와 간담회를 갖고 국산 전문의약품(제네릭의약품)에 대한 대규모 약가인하를 포함한 약가제도 개편안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미칠 파장 등을 설명하고 관심을 요청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새해 들어서는 대외 연대에 나섰다. 1월 13일 비대위는 한국노총을 방문해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1월 15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김기문 회장 등과 만나 대규모 약가 인하가 중소기업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고, 비대위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1월 20일에는 비대위에 참여한 5개 단체 회장단과 이사장단이 연석회의를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공동위원장과 부위원장단에 전권 위임하기로 결의했다. 22일에는 제약산업 노사 대표가 함께 참여한 향남제약공단 현장 간담회가 열리며, 약가제도 개편을 둘러싼 산업계의 문제 제기가 현장으로 확산됐다.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5개 단체가 참석하는 연석회의를 열고, 약가제도 개편안에 대한 향후 공동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약가제도 개편안이 최종 의결 절차를 앞둔 가운데, 제약바이오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노사와 중소기업 단체로 연대를 넓혀 왔다. 정부의 제도 개편 추진과 산업계의 대응이 맞물리며 약가제도를 둘러싼 격한 '불화'는 당분간 이어질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실제 제약바이오협회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글로벌'이라는 지상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연구개발과 해외진출 전략 수립에 힘을 쏟고 있다. 그만큼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 또 수익성이 없는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 영역에서는 공급망 이슈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고,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 전향적인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사전협의도 없이) 불거져 나온 약가제도 개편안은 시류에 역행하고,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 성장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될 뿐"이라면서 "보건복지부는 (반대한다면 이를 대신할)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대안이랄게 있으리 없다. 전면 재검토와 재논의만이 답이다. 산업계는 (현 사태에 대해) 물러서면 죽음 뿐이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