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남제약공단서 터져 나온 약가 인하 반대 목소리
비대위·노사 “일방적 약가 개편, 제조 기반 붕괴·고용 불안 초래” 현장 간담회서 정책 전면 재검토 촉구 ‘의약품 생산 최전선 호소문’도 발표
국내 최대 제약 생산 거점인 향남제약공단에서 제약바이오산업 노사가 한자리에 모여 “일방적인 약가 인하는 제조 기반과 일자리를 동시에 위협한다”며,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노연홍·윤웅섭, 이하 비대위)는 22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에 위치한 한국제약협동조합 회의실에서 ‘정부 약가 개편안 관련 현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비대위와 향남제약공단 노사가 대규모 약가 인하를 담은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산업과 의약품 생산 현장에 미칠 위험성과 파장을 점검하고, 정책 재검토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비대위 위원단장을 비롯해 한국노총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 노조위원장단, 향남제약공단 입주 기업 대표 및 공장장, 취재진 등 약 80명이 참석했다.
노연홍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산업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정부는 일방적인 약가 인하 정책 추진이 아니라 산업과 노동, 국민 모두를 위한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 마련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장훈 한국노총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 의장은 “제약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산업이며,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다”며 “약가제도 개편을 전면 재검토하고,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사회적 논의 기구 설치와 고용 안정 대책, 연구개발 및 국산 의약품 경쟁력 강화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에서 시행하는 모든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현장을 봐야 한다”며 “향남제약공단은 지난 40여 년간 대한민국 의약품 생산을 담당하며 국민 건강권을 지켜온 보건 안보의 최전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방적인 약가 인하가 아니라 고용과 투자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을 분석한 뒤 단계적으로 접근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상준 한국노총 화학본부 경기남부 의장은 “국민이 100세 시대를 지향하는 상황에서 의약품이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생산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조건적인 약가 인하로 국산 원료 사용이 어려워지고 고용 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산업계와 노동자와 충분히 상의해 달라”고 말했다.
전혜숙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사장은 “정부는 제네릭 집중을 이유로 약가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잘못된 접근”이라며 “제네릭을 통해 국민은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의약품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전문가와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 발언에서는 향남제약공단이 국내 대표 제약 생산 거점인 만큼, 약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신규 채용 중단은 물론 구조조정과 생산 라인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숙련도를 요구하는 GMP 전문 인력 중심의 생산 구조 특성상 인력 감축은 곧 품질 관리 약화와 필수의약품 생산 위축으로 이어져 의약품 수급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다.
이동인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 사무국장은 “정부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겠다면서 제약산업의 수익 기반은 끊어놓고 R&D에 더 투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약가 인하 정책은 제약산업의 생존 압박이 되고, R&D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 국민 건강권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덕희 일동제약 노조위원장은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는 약가 인하가 감당할 수 없는 위기가 된다”며 “한국노총과 화학연맹, 제약산업 노동자들은 정부의 일방적 약가 인하 정책을 반대하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원석 대한뉴팜 대표이사는 “혁신형 제약기업이나 R&D 비중이 높은 기업에 가산 혜택을 주겠다는 방침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산업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 약가 인하 계획을 추진하기 전에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향남제약공단은 국내 최대 규모의 제약 생산 거점으로, 현재 36개 기업 39개 사업장이 입주해 있으며, 약 4,800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간담회에서는 정부 약가 개편안의 추진 경과와 비대위의 대응 상황을 공유한 뒤,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개편안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참석자들은 급격한 약가 인하가 고용 불안을 비롯해 연구개발(R&D) 투자 위축과 생산 기반 약화 등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 발언에 이어 비대위와 노사는 ‘의약품 생산 최전선에서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일방적 약가 인하 중단과 정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향남제약공단은 고도의 숙련도를 갖춘 GMP 전문 인력이 집적된 국내 최대 제약 생산 클러스터”라며 “약가 인하가 강행될 경우 최대 3조6,000억 원의 손실이 불가피하고,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은 멈춰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투자의 전면적 중단과 함께 생산·연구·품질관리 전 부문에서 일자리 감축이 불가피해 산업 종사자 12만 명 중 10% 이상이 실직 위기에 놓일 수 있다”며 “생산 라인 축소나 폐쇄가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수익성이 낮은 필수의약품과 국산 전문의약품 생산 위축은 고가의 수입 의약품 의존도를 높여 국민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일방적 약가 인하 추진 중단 ▲국내 제약산업 고용 안정 보장 ▲보건 안보를 책임지는 국내 제약산업의 적극 육성을 정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