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형 당뇨는 완치 없는 교통사고다
영화 '슈가',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의 이야기
영화 ‘슈가’는 1형 당뇨병을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질병 자체보다, 질병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보여준다.
1형 당뇨병은 흔히 오해된다. 유전이나 식습관의 결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되면서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질환이다. 예방할 수 없고, 되돌릴 수도 없다. 환자들은 이를 흔히 “교통사고 같다”고 말한다. 예고 없이 찾아와, 평생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이 질환을 가진 환자는 하루 24시간 혈당을 관리해야 한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1형 당뇨는 더욱 가혹하다. 스스로 증상을 인지하기 어렵고, 보호자의 관리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결국 환자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의 리듬이 질병에 맞춰 재편된다.
영화 속 주인공 미라는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아들 동명이를 위해 직접 움직인다.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던 연속혈당측정기를 들여와 개조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이 조금이라도 덜 고통받을 수 있도록 길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하고, 제도와 규제의 벽 앞에 선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미라의 시도는 결국 제도를 움직였고, 연속혈당측정기기는 국내에 도입됐다. 영화는 이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투쟁의 승리를 강조하기보다, 그 과정에서 감당해야 했던 시간과 감정을 더 오래 비춘다.
이 이야기는 김미영 1형당뇨병환우회 대표의 실화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극장 안은 조용했지만, 좌우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는 달랐다. 옆자리에 앉은 환우회 어머니는 상영 내내 눈물을 훔쳤다. 함께 온 아이는 조용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혹시 무례가 될까 망설였다.
기자는 환자의 삶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숫자와 제도 너머에 있는 감정을 잠시나마 체감할 수는 있다. ‘슈가’는 1형 당뇨가 단순한 만성질환이 아니라, 관리 실패가 곧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이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왜 환자와 보호자들이 때로는 제도보다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지를 묻는다.
1형 당뇨는 마라톤이라는 말이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레이스다. 영화 속에서 미라는 반복해서 말한다. “관리만 잘하면 된다”고.
편견을 갖지 말아 달라고, 아이를 특별하게 보지 말아 달라고 타이른다.
그 말은 체념도, 낙관도 아니다. 하루 24시간 이어지는 관리의 무게를 감춘 채, 사회와 타협하기 위해 선택한 언어에 가깝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이 그 문장 안에 담겨 있다.
그 ‘관리’ 뒤에 어떤 시간과 감정, 그리고 가족의 삶이 놓여 있는지를 우리는 충분히 들여다보고 있는지, 영화는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