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약가 확대 입법예고 종료…시민사회 반발 vs 환자단체 ‘불가피’

복지부, 유연약가 확대 위한 실제약가 통보 절차 명문화 추진 건약·경실련 “약가 투명성 후퇴·보험재정 위협” 반대 의견 제출 환자단체 “코리아 패싱 우려 속 신약 접근성 위해 필요”

2026-01-19     권소희 기자
보건복지부 청사 전경.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약가유연계약제(이중약가제) 확대를 위한 관련 법령 개정안 입법예고가 최근 종료됐다.

입법예고 기간 동안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반대 의견서를 제출한 가운데, 환자단체는 신약 접근성 측면에서 제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향후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약가유연계약제는 보험에 고시되는 표기가격(상한금액)과 실제 거래가격을 분리해 운영하는 제도로 정부는 글로벌 약가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제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의 약가 압박 전략과 이른바 ‘트럼프 약가제도’ 이후 신약의 국내 출시가 지연되거나 제외되는 ‘코리아 패싱’ 우려가 커지면서,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18일 뉴스더보이스와의 통화에서 “이중약가제는 약가 불투명성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없지는 않다”면서도 “환자의 신약 접근성 측면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시민사회단체들의 우려를 충분히 감안해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별도 합의약가 통보 절차 명문화…요양기관에도 실제가격 공유

복지부는 약가유연계약제 확대를 위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약제 상한금액에 대해 별도 합의가 이뤄진 경우, 해당 금액을 신청인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요양기관 등에 통보하도록 하는 절차를 명확히 규정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별도 합의가 이뤄진 약제는 30일 이내에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결정해 고시하도록 했다. 또 별도 합의로 정해진 상한금액을 관계 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을 신설했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운영하는 정보시스템을 통해 해당 약제의 상한금액을 안내한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통보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는 청구 시스템상 약가 파일을 통해 실제 합의 가격이 요양기관에 공유되는 구조를 제도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신약의 환자 접근성 제고와 대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약가유연계약제 확대 추진에 따라, 별도 합의 금액 통보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약 “위험분담제와 중복…약가 불투명성은 신약 가격 상승 요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이번 개정안이 신약 접근성 제고를 명분으로 약가유연계약제를 사실상 전면 확대하려는 시도라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건약은 이미 중증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위험분담제(RSA)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성격의 제도를 추가 도입하는 것은 정책 중복이자 행정 자원 낭비라고 지적했다.

또 국제적으로 비밀 약가 계약이 신약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수년간 신약 약품비가 빠르게 증가해 왔다고 주장했다. 신약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가 비밀주의 확대가 아니라 가격 정보의 투명성 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약가유연계약제가 신약을 넘어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까지 확대될 경우, 국민이 건강보험료 사용 내역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거래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보험자와 제약사 간 협상의 공정성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실련 “부당청구 우려…법적 근거 없는 졸속 추진”

경실련도 입법예고 종료일에 맞춰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경실련은 이중약가제가 요양기관의 부당청구를 부추겨 환자의 약가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고시하는 상한금액과 별도로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 간 비공개 합의로 정한 ‘별도 합의금액’을 요양기관에만 통보할 경우, 환자가 자신의 본인부담금 산정 기준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행 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의 상한금액은 본인부담금 산정의 유일한 기준 가격인데, 별도 합의금액을 사실상 새로운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은 상위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고도 지적했다. 부당청구가 반복적으로 적발되는 환경에서 이중약가 구조는 의료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11월 시민사회 공동성명 “공적 신뢰 훼손…확대 중단 촉구”

앞서 지난해 11월 보건의료·노동·시민사회단체 40여 곳이 참여한 ‘의료민영화 저지 및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공동성명을 통해 약가유연계약제 확대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중약가제가 신약 접근성을 높인다는 주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WHO의 약가 정보 공개 결의 등 국제적 약가 투명성 강화 흐름과도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또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공적 신뢰에 기반한 재원인 만큼, 정부와 보험자는 투명성과 합리성이라는 관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부담 증가는 제한적 전망…“설명·공개가 수용성 좌우”

약가유연계약제는 표기가격과 실제 가격 간 차액을 환자에게 환급하거나, 애초 차액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산 구조를 바꾸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도 확대가 곧바로 환자의 약가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시민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향후 진행과정과 내용 등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수용성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