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수급추계 하한 ‘사후수정’ 논란…보정심서 신뢰성 문제 제기
최종 발표 뒤 부족 규모 줄어…환자단체 “설명 없이 변경, 정책 신뢰 흔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지난해 말 최종 발표한 의사인력 부족 규모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직전에 수정해 보고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추계 절차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환자단체는 최종 결과를 발표한 뒤 충분한 설명 없이 수치를 변경한 것은 향후 의대 정원 결정 과정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6일 보정심 위원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시청 인근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열린 보정심 제2차 회의에는 지난해 12월 30일 발표된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가 사전 설명 없이 변경돼 보고됐다.
회의에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김태현 위원장과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 신정우 센터장이 참석해 지난해 12월 30일 제12차 수급추계위원회에서 확정·발표된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를 설명하고 위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2035년과 2040년 의사인력 부족 규모가 크게 산출된 수요 추계 ARIMA 기반 모형을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수요자단체 추천 위원들과 전문가 위원들은 상대적으로 의사인력 부족 규모가 낮게 나온 조성법 기반 수요 추계 모형의 한계를 주로 지적했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의사인력 부족 규모 ‘하한’ 수치 변경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 발표 당시 수급추계 결과에서는 2035년 의사인력 부족 하한이 1,535명, 2040년 하한이 5,704명으로 제시됐지만, 이날 보정심에서는 2035년 하한이 1,055명으로 480명 감소하고, 2040년 하한도 5,015명으로 689명 줄어든 수치로 보고됐다.
이는 제12차 수급추계위원회 회의 당시 공급 추계 모형과 관련해 위원 1명이 제안한 의견을 사후에 반영한 결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해당 내용이 12월 30일 수급추계 결과 발표 당시에는 공개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가 이후 수정돼 이날 제2차 보정심 회의 직전에 제출돼 논란이 됐다.
구체적으로는 의사 면허 취득자 가운데 실제 임상 활동 비율을 기존 95%에서 96.01%로 상향 조정하면서, 2040년 기준 의사인력 부족 하한이 689명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대해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이미 수급추계 최종안을 발표한 이후, 보정심 회의 직전에 결과를 수정한 것은 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처음부터 발표를 며칠 늦추더라도 변경 사항을 모두 반영한 최종 결과를 공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수급추계위원회가 전문가들로 구성되고 보건복지부와 독립된 기구라고는 하나, 최종 발표된 수급추계 결과가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변경되는 상황은 향후 의대 정원 결정 과정에서 혼선을 초래하고 정책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이날 보정심 회의에서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긴 발언을 이어가자, 다른 공급자단체 추천 위원들과 수요자단체 추천 위원, 전문가들이 발언 기회를 요구하며 항의하는 상황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3차 보정심 회의에서는 다른 위원들도 충분히 발언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보정심 제2차 회의에서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마련한 추계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토대로 향후 2027년 이후 의사인력 양성 규모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