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형 제약기업’에 세금 2조 투입했지만 성과 미흡"
건약, 분석 보고서 발표...“수출·R&D 열세, 윤리 위반도 반복” “약가 우대 중심 정책 전면 개편해야”
정부가 13년간 2조 원 안팎의 재정을 투입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가 실질적인 혁신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리베이트와 GMP 위반 등 윤리경영 부재까지 드러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는 23일 「혁신형제약기업 인증제 현황분석 보고서」를 발표하고, 장기간 인증을 유지한 기업들조차 비(非)혁신형 기업 대비 뚜렷한 성과 우위를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건약은 “국민의 세금과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임에도 제도적 효과는 실종됐다”며 인증제의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도 도입 이후 13년간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직·간접적 정부 지원 규모는 최소 1조 8,922억 원에 달한다. 2021년 이후 비공개된 약가 우대분까지 포함하면 총 지원액은 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매출 1,700억 원 이상 상장 혁신형 제약기업 26개 사를, 유사 규모의 비혁신형 기업 13개 사와 비교한 결과, 혁신형 제약기업의 매출 대비 수출 비중 평균은 13.4%로 비교기업(3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절대 규모는 컸지만 2016년 대비 증가율은 혁신형 제약기업(76%)이 비교기업(119%)보다 낮았다.
사회적 책임 지표에서도 열세가 확인됐다. 혁신형 제약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3%로 비교기업(2.4%)보다 낮았고, 법정 의무 고용률 3.1%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산업재해율은 0.285%로 비교기업(0.168%)보다 약 1.7배 높았다. 국가필수의약품 생산 품목 수는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공공적 기여 전반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윤리경영 부재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최근 5년간 언론 보도를 통해 확인된 자료를 토대로, 불법 리베이트 적발, GMP 위반, 허가자료 위조, 경영진의 횡령·갑질·성범죄 논란,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등 각종 비윤리적 행위가 다수의 혁신형 제약기업에서 반복됐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은 윤리 문제로 인증이 취소됐음에도 3년 뒤 재인증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건약은 제도 개선 방안으로 △신약 개발·수출 등 성과 중심 인증 기준 전환 △장애인 고용·노동안전·성평등 등 사회적 책임 요건 강화 △필수의약품 생산과 공급 안정 투자 중심의 약가 우대 정책 개편 △중대한 법규 위반 시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정부 지원과 기업 성과를 공개하는 성과 백서 발간을 제시했다.
건약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약가 우대를 확대하는 정책안을 내놓았지만, 제도의 구조적 한계는 그대로 둔 채 재정 부담만 키울 우려가 있다”며 “더 이상 국민의 세금과 건강보험료가 제약사의 쌈짓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는 산업 혁신과 국민 건강권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