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의약품 공급망, 안보 이슈로 부상…“국산화 없인 취약성 반복”
윤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KPBMA Brief 기고 약가·세제·R&D 연계한 지원체계 필요성 제기
원료의약품(API)이 글로벌 제약 공급망의 핵심이자 국가 보건안보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국내에서도 국산화와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지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정책보고서(KPBMA Brief Vol.29)에 수록된 기고문을 통해 원료의약품의 글로벌 의존 구조와 국내 정책 대응 현황을 짚고,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7일 기고문에 따르면 원료의약품(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API)은 완제의약품의 개발과 제조에 필수적인 주성분으로, 글로벌 제약 공급망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원료의약품 시장은 특정 국가에 대한 생산 집중도가 높아 지정학적 갈등이나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공급 차질 위험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윤 전문연구원은 “원료의약품 공급망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라 보건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며, "주요국들이 원료의약품 자국 내 생산 확대와 공급망 내재화를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국은 필수의약품 자급도 제고를 위해 법안과 행정명령을 통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원료의약품의 일정 비율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의약품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제도 정비와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국내의 경우 원료의약품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 수급 불안이 반복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도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신성장·원천기술’에 포함시킨 사례다. 윤 전문연구원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약품 원료가 ‘신성장·원천기술’ 범주에 포함되면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 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국가필수의약품에 대해 약가 우대 방안이 마련됐으며, 신규 등재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약가 수준 상향과 약가 가산 기간 확대, 원료를 수입산에서 국산으로 전환할 경우 상한금액 인상 절차를 단축하는 제도도 도입됐다.
다만 이러한 정책이 실질적인 공급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적용 범위와 연계성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윤 전문연구원은 지적했다. 국산 원료를 사용한 국가필수의약품에 한정된 약가 우대를 WHO 필수의약품이나 수급 불안 우려 품목 등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낮은 채산성으로 인해 공급이 위축되는 품목에 대해서도 안정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료의약품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과 생산설비·장비 투자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원료의약품 기술 개발 지원 사업과 생산 인프라 보조금 정책은 공급 안정의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 간 연계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전문연구원은 “원료의약품 정책은 단기적 수급 대응을 넘어서 산업 경쟁력과 보건안보를 함께 고려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약가, 세제, 연구개발, 공급 관리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