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혁신위원회 공식 가동…“갈등 넘어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로 전환”
지역·필수의료 강화와 초고령사회 대비가 핵심 논의축 첫 회의서 구성·운영 방식·국민참여 절차 확정
정부가 국민 참여를 강화한 새로운 의료정책 논의기구 의료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의료체계 전반을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을 반복해온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인 공론 구조를 제도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의료혁신위원회 회의를 열고 위원회 구성·운영계획과 시민패널 도입방안, 향후 의제 검토 방향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위원회를 “참여·소통·신뢰를 중심에 둔 의료혁신 추진체계”라고 설명했다.
위원장에 정기현 전 NMC 원장…환자·소비자·노동계 포함 30인으로
의료혁신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자문기구로, 정기현 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부위원장은 여준성 전 대통령실 사회정책비서관이다. 민간위원에는 의사·간호계 등 공급자 단체뿐 아니라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시민사회, 지역 대표, 청년 세대, 노동계, 사용자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가 포함됐다.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장관도 정부위원으로 참여해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전략 마련 ▲정부가 발표할 주요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사전 검토·자문 ▲사회적 갈등이 큰 보건의료 쟁점에 대한 공론과 대안 제시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대통령 훈령에 근거해 규정된 기능으로, 기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는 달리 국민·수요자 중심의 논의 구조를 전면에 둔 점이 특징이다.
회의 과정·자료 전면 공개…필요하면 현장 방문·공청회도 병행
위원회는 매월 정례회의를 개최하며, 회의자료와 회의록 등 논의 전 과정을 공개한다. 다만 정책 발표 전 민감한 사안은 위원회 의결을 거쳐 일부 비공개할 수 있다. 심층 검토가 필요할 경우에는 전문위원회(TF)를 구성해 구체적인 쟁점을 정리하고, 전문위 결과는 다시 본위원회가 판단한다.
위원회는 토론회·공청회·현장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료현장 의견을 수렴해 의사결정의 신뢰성과 현실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국민 참여’…시민패널 제도화로 숙의 기반 확립
이번 위원회 운영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시민패널 제도 도입이다. 정부는 숙의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패널 운영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했다. 운영위원회는 갈등관리, 민주적 의사결정, 통계, 홍보 등 분야 전문가로 구성되며 시민패널 모집·구성·절차 전반을 관리한다.
시민패널은 규모와 역할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된다.
먼저 100인 시민패널은 의료혁신 의제 선정에 참여하며, 위원회가 논의할 의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도록 시민패널이 직접 의제 후보를 발굴하고 숙의를 거쳐 위원회에 제시한다.
300인 시민패널은 주요 쟁점 정책을 놓고 공론·권고안을 도출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하거나 사회적 갈등이 큰 정책의 경우, 시민패널이 사전 자료 학습과 전문가 발표, 그룹 토론, 종합토론 등의 절차를 통해 권고안을 마련한다. 위원회는 시민패널이 제출한 권고안을 반드시 안건으로 상정해야 하며, 채택 여부와 그 사유까지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숙의 결과는 합의 형성 방식 또는 선호 집계 방식 등 의제 특성에 따른 방식을 병행한다.
온라인 플랫폼 ‘국민 모두의 의료’ 개설…모든 과정 공개
위원회는 별도의 온라인 플랫폼을 개설해 국민이 위원회 논의와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위원회 구성 현황과 논의 주제, 회의자료·회의록 등을 공개하고, 논의 중인 이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상시적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
플랫폼에서 수집된 의견은 시민패널 운영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위원회 논의에 반영된다. 정부는 플랫폼을 통해 논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 참여를 안정적 제도로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다.
내년 3월까지 혁신 의제 확정…상반기-필수의료, 하반기-재정 지속가능성
위원회는 내년 3월까지 민간위원 워크숍과 시민패널 숙의를 거쳐 최종 논의 의제를 확정한다.
2026년 상반기에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지역 분만 인프라 대책, 의료사고 안전망 논의 등 국민 체감도가 높은 현안을 우선 검토한다.
2026년 하반기에는 초고령사회 의료수요 대응, 의료체계의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 등 보다 구조적인 의료개혁 과제를 다룬다.
위원회는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고, 시민패널 의견을 반영해 의료체계 개편 방향을 제시한다.
정기현 위원장은 “의료체계의 왜곡과 모순이 장기간 방치된 만큼, 이제는 갈등과 상처를 넘어 국민 중심의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국민이 신뢰하고 의료현장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위원회 2차 회의는 내년 1월 중 열리며,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로드맵 초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