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나우방지법’ 논란확산…“제2타다금지법 우려” 속 이해관계 충돌
비대면 진료·약 배달 규제 둘러싼 환자.소비자,제약,산업,의료계 시각차 선명 혁신 저해 우려 vs 의료 남용·환자안전·약물오남용 방지… 균형점 찾기 난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규제 강화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 이른바 ‘닥터나우방지법’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플랫폼업계, 소비자 사이에서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대통령실이 최근 “제2의 타다금지법이 되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명하자, 국회는 수정·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채 신중한 태도로 전환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약 배달과 처방 구조에 대한 안전성 확보는 필수지만, 지나친 규제가 혁신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1일 국회, 보건당국, 업계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약 배송 금지 또는 제한 ▲비대면 플랫폼의 수수료 금지 ▲플랫폼 기반 처방·조제 연계 제한 ▲환자 본인 인증 강화 등 기존 비대면 진료 구조를 대폭 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그동안 과도한 향정신성 의약품 처방, 플랫폼을 통한 ‘약 배달앱화’, 특정 병원·약국과의 독점적 계약 등 관리 사각지대가 반복된 만큼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이 문제 삼은 대목은 규제 방향보다 ‘규제 폭’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플랫폼 기업의 의약품 도매 진출을 막고 부작용을 통제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서비스 전체를 위축시키는 조치가 되어선 안 된다”며 “타다금지법처럼 산업 생태계를 한순간에 위축시키는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역시 이러한 기류를 반영해 법안 문구·범위 조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은 의료 접근성 축소를 가장 우려한다. 특히 육아 중인 부모, 직장인,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은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의 편의성에 높은 의존도를 보인다. 한 이용자는 “감기나 피부질환처럼 시급하지 않은 진료는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며 “약 배달이 막히면 사실상 서비스의 절반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소비자는 “최근 비대면 진료로 항불안제가 너무 쉽게 처방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편리함이 안전성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고 반박한다.
의료계는 개정안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문제의 초점이 플랫폼 규제에만 맞춰져 근본적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적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 경계가 제도적으로 불명확하다”며 “특히 신원 확인을 강화하고, 중독성 약물은 비대면 처방을 제한하는 등 환자안전 중심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안전에서의 시각차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에서 가장 간과되기 쉬운 지점을 “약물 오남용과 안전성 검증 부재”라고 지적한다. 비대면 진료가 급속히 확산한 최근 2~3년 동안 일부 환자 사이에서 벤조디아제핀류, ADHD 치료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이 ‘쉽게 처방돼 배송까지 되는 구조’가 문제가 되었다. 한 전문가는 “편리성 중심의 플랫폼 구조는 결국 ‘빠른 처방·빠른 배송’을 부추기기 때문에, 의료의 근본 원칙인 신중한 진단과 안전한 약물이용이 흔들릴 수 있다”며 “환자안전 관점에서 약 배달을 전면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대면 진료 특성상 ▲오진 위험 증가 ▲환자 상태 악화 시 대처 어려움 ▲부정사용·대리처방 가능성 등 위험 요인이 대면 진료보다 높아 관리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시각도 강하다.
경제·산업적 영향도 이번 논란을 키우는 요소다. 스타트업 업계는 “한국형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을 키우겠다는 정책 방향과 정면 충돌한다”며 반발한다. 반면 보건경제학계는 “플랫폼이 약국·병원을 사실상 하청 구조로 만드는 독점화 위험이 더 커지고 있어 정부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한 보건정책 전문가는 “혁신과 규제를 이분법으로 나눌 것이 아니라, 환자안전을 중심에 두고 ‘필요한 규제는 정교하게, 산업은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키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와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시장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과, 산업 생태계 위축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충돌하는 가운데 정치권은 중재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최종 법안 내용에 따라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의 허용 범위, 플랫폼의 사업 모델, 환자안전 체계 등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닥터나우방지법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업계 규제 문제가 아니라, 한국 의료체계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어떤 방향성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의료 접근성, 산업 성장, 환자안전이라는 세 가지 가치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가 향후 의료정책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