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FT 성과 무색…허가 후 2년째 비급여 상태라면 환자 접근성은?
식약처 지정 허가성분 건강보험 등재율 28% 수준 성분별 급여 편차 확연…지정 1호 약제 ‘오리무중’
일명 선물, ‘GIFT(Global Innovative products on Fast Track)’로 불리는 식약당국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는 심각한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 등 치료 대안이 부족한 질환에 혁신 신약을 신속하게 허가해 환자에게 보다 빨리 공급하기 위한 규제혁신 제도다.
2022년 9월 도입 이후 이 제도를 통해 25개 성분, 41개 품목의 허가 기간이 현격히 단축되는 등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신속 허가를 받고도 건강보험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비급여 상태에 있는 약제들이 많아 GIFT의 성과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비급여인 중증·희귀 약제의 경우 대부분 비싼 약값 때문에 환자 접근성은 사실상 ‘제로(0)’ 상태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뉴스더보이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발간한 ‘혁신의료제품 신속심사 3년 GIFT 성과 브리프’ 자료에 수록된 ‘혁신의료제품 신속심사 제도(GIFT) 품목허가 목록(2025년 9월 기준)’을 토대로 해당 약제들의 급여 등재 현황을 조사해 봤는데, 급여등재 실적은 좋은 편이 아니었고 성분별로 편차도 매우 크게 나타났다.
9일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9월 기준 GIFT 허가 성분 25개 중 급여권에 진입한 성분은 7개로 등재율은 약 28%에 그쳤다. 또 1개 성분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약가협상 중이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와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해 후속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성분은 각각 2개와 1개였다. 나머지 14개 약제는 아직 약평위나, 항암제의 경우 암질심조차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1호’라면 상징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GIFT 지정 1호 약제인 로슈의 소포성림프종 치료제 ‘룬수미오주’는 2023년 11월 3일 허가됐지만 2년 1개월이 넘도록 암질심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GIFT 2호 약제인 에베레스트 메디신의 IgA 신병증 치료제 네페콘방출조절캡슐도 2024년 11월 18일 허가됐지만 약평위 문턱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7호 약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보이데야정과 안트로젠의 폐고혈압 치료제 타이바소흡입액은 약평위까지는 갔지만 비급여 결정돼 오리무중이다.
6호 약제인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주, 7호 약제인 얀센의 다발골수종 치료제 탈베이주, 8호 약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유방암 치료제 티루캡정 등도 2024년 허가됐지만 1년이 훌쩍 넘도록 진행단계가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진행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특히 식약처는 ‘혁신의료제품 신속심사 3년 GIFT 성과 브리프’에서 플루빅토주를 주요 성과 사례로 언급하면서 “허가심사 기간을 28일 단축했고, 방사성의약품 특성상 복잡한 해외 제조소 실사 일정도 GIFT 절차를 통해 앞당길 수 있었다”고 했지만, 환자 치료 접근성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성분별 편차는 컸다. 이른바 환자 접근성 ‘끝판왕’으로 평가되는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 대상이었던 레코르다티의 신경모세포종 치료제 콰지바주는 2024년 11월 11일 허가 이후 약 5개월 만인 같은 해 12월 건강보험권에 진입했다.
한독의 PNH 치료제 엠파벨리주, 노바티스의 같은 적응증 약제 파발타캡슐, 릴리의 외투세포림프종 치료제 제이퍼카정, 제이더블유중외제약의 면역혈소판감소증 치료제 타발리스정 등은 허가 후 1년이 안 돼 등재가 이뤄졌다. 또 레코르다티의 쿠싱병 치료제 이스투리사필름코팅정과 입센의 담즙정체 소양증 치료제 빌베이캡슐도 각각 약 1년 1개월 만에 급여권 진입에 성공했다.
약제별 특성과 업체의 준비된 자료 상황, 재정분담 노력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성분별 급여등재 속도가 갈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허가당국의 신속 심사 및 허가 노력과 환자들의 절실함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격차는 환자와 진료의사들에게는 답답하고 숨이 막힐 만한 일이다.
이에 대해 제약계 한 관계자는 “항암제나 희귀질환·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국내 도입을 결정하는 앞단의 허가를 신속하게 해도 급여 등재가 안 되면 실사용자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환자 접근성이라는 정책의 일관성을 감안해 급여등재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보건복지부는 최근 희귀질환 약제를 중심으로 급여등재 기간을 100일 이내로 과감하게 단축하는 약가제도 개편 방안을 내놨다.
한 다국적 제약사 관계자는 “GIFT 제도에 호응해 급여 영역에서도 환자 접근성의 획기적인 진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제도 개편을 신속히 진행하고, 희귀질환 약제뿐 아니라 항암·중증난치 질환 약제까지 신속 급여평가 트랙을 확대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