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엄마, 환자의 역사를 바꾸다”
김미영 1형당뇨병환우회 회장, 10년 변화의 기록 공개
“1형당뇨는 24시간 생존의 일상…환자 목소리가 제도를 움직였다”
1형당뇨 환자의 치료·교육·생활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10년간 제도 변화를 이끌어온 한국1형당뇨병환우회가 그간의 성과를 정리해 발표했다. 김미영 회장은 6일 열린 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환자특별세션에서 ‘환자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꾸다’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환자단체 활동이 어떻게 국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김 회장은 생후 36개월이던 아이가 1형당뇨병 진단을 받으면서 ‘평범한 엄마’가 아닌 ‘맘 액티비스트(Mom Activist)’로 살아야 했던 이유를 밝히며, 환자 경험과 정책 개선이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강조했다. 1형당뇨 환자와 가족이 겪어온 지난 10년의 변화는 곧 제도와 사회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1형당뇨는 완치되지 않는 자가면역 난치병”…오해 바로 잡아
김 회장은 먼저 1형당뇨병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짚었다. 일반적으로 비만이나 식습관, 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 요인으로 발병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가면역기전으로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어느 날 갑자기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는 난치성 질환이다. 췌도 기능이 상실된 ‘췌도부전증’ 상태로, 외부 인슐린 투여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혈당관리가 잘 이뤄지면 건강한 삶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가능한 관리’는 결코 쉽지 않다. 하루에도 수십 번 혈당이 급변하고, 환자와 가족은 24시간 긴장 속에서 수백 번의 의사결정을 반복해야 한다. 김 회장은 이를 “24/7, 365 풀타임 잡(Full-time job)”이라 표현하며, 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환자와 보호자에게 사회적 고립감을 안겨왔다고 말했다.
1만4,600명 환우가 모인 국내 최대 커뮤니티로 성장
김 회장은 개발자로 일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모토로라코리아 SW 개발자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 PL로 근무했다. 하지만 2012년 아이가 1형당뇨병 진단을 받은 뒤 삶의 중심이 완전히 달라졌다.
환아 부모로서 겪은 어려움은 환우회 활동으로 이어졌고, 단순한 혈당관리 정보 공유 커뮤니티였던 모임은 10년 동안 1만4,600여 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1형당뇨 환우회로 성장했다. 그는 “평범한 엄마는 평범하게 살 수 없었다”며 활동 동기를 설명했다.
영유아보육에서 학교까지…환자의 일상이 법·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10년
김 회장은 환우회가 걸어온 제도 개선 과정을 세 단계 여정으로 소개했다.
2015년에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요구하며 거리 서명 4만3천 건을 모았고, 이듬해 국회에서 투약보조 및 우선 입소를 보장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통과됐다. 2017년에는 학교에서도 투약과 응급처치가 가능하도록 학교보건법이 개정됐고, 같은 해 국무조정실이 ‘어린이 1형당뇨병 보호대책’을 발표해 국가적 보호체계가 마련됐다. 2018년에는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행사에 참석해 의료기기 접근성을 높이는 의료기기법 개정 선언까지 이어졌다.
2019년에는 자가사용 의료기기 수입 절차가 간소화됐고, 2020년에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인슐린펌프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비 지원이 시작됐다. 2021년에는 의료기기 경고음 관련 규제가 현실에 맞게 조정됐고, 2022년에는 인슐린 등 생물학적 제제 수송관리 제도가 개선됐다. 2023년에는 국산 연속혈당측정기 임상 및 출시 과정에 환우회가 참여해 환자 경험이 실제 기술 발전으로 반영되는 사례도 만들어냈다.
2024년 2월에는 19세 미만 의료비 지원 비율이 70%에서 90%로 확대됐고, 같은 해 8월에는 1형당뇨 전용 비대면 서비스 ‘컨시어지’가 출시됐다. 10월에는 세종에서 국회까지 170km를 도보로 이동하는 ‘희망 대장정’을 진행하며 정책 개선을 촉구했고, 같은 달 1형당뇨 학생의 근거리 학교 배정이 시행되면서 교육권 보장 조치가 현실화됐다.
특히 2025년에는 ‘췌장장애’가 장애유형으로 신설되기 위한 입법예고가 이루어지며, 23년 만에 새로운 장애유형이 탄생하는 변화가 시작됐다.
췌장장애 신설, 23년 만의 장애유형 확대…환자 요구가 만든 변화
김 회장은 췌장장애 신설을 위한 여정을 별도로 설명했다. 2024년 연구용역에 장애유형 확대가 포함되며 문제 제기가 시작됐고, 이후 환우회는 자문과 연구 지원을 맡아왔다.
2025년 4월에는 장애 판정 기준 연구보고서가 공개됐고, 8월에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이 입법예고됐다. 정식 시행은 2026년 5월이 목표다. 췌도 기능 상실을 겪는 1형당뇨 환자의 특성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회장은 지난 10년간 다양한 공공기관과 학회에서 의료데이터, 환자안전, 디지털헬스케어 등과 관련된 자문과 심의 활동을 수행해왔다.
그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를 비롯해 대한의료정보학회·대한환자안전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4차산업혁명위원회 디지털헬스케어 특별위원,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 구축사업 운영위원 등으로 참여했다.
또한 질병관리청, 의료기기안전정보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복지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외상센터 등 여러 기관에서 위원·자문 역할을 맡으며 환자 관점이 정책과 연구에 반영되도록 해왔다. 단국대학교 바이오헬스 혁신융합대학 초빙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1형당뇨 환자의 삶을 담은 영화도 나온다
발표의 마지막에는 2026년 1월 14일 개봉 예정인 영화 소식도 소개됐다. 1형당뇨 환자와 가족의 삶을 다루는 내용으로, 환우회의 활동이 사회적 공감대 확산으로 이어지는 상징적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회장은 “환자와 보호자는 제도를 바꾸는 당사자”라며 “변화는 계속되고 있으며, 환우회는 앞으로도 최전선에서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 제목처럼, 그는 환자의 목소리가 실제로 ‘세상을 바꾸어 온’ 지난 10년의 기록을 재확인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