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총력 "의료고도 환자 50% 유지해야 생존"

의료중심 요양병원 지정 목표 경영계획 고심…시설 공사 부담, 다인실 축소 '저울질' 사공 많은 자문단과 의료돌봄 연계 변수 "병상 가동율 줄이더라도 중증환자군 확대" 복지부, 4인실 표준모델 수가안 검토…"지역 안배와 현장 반영, 재정적 지원도 검토"

2025-12-08     이창진 기자

내년 하반기 간병 급여화 시행을 앞두고 요양병원계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의료고도 환자군 확대를 최우선으로 다인실 축소를 위한 의료인력과 시설 공사 등을 저울질 하고 있는 상황이다.

8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요양병원계는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간병 급여화 일환인 의료중심 요양병원 지정을 생존 목표로 설정하고 기준 충족을 위한 경영 계획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복지부는 11월 14일 국제전자센터에서 의료중심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추진을 위한 전문가 자문단 첫 회의를 개최했다.'

요양병원계는 간병 급여화 정책에 대비해 의료고도 환자군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재활치료 모습. [사진=희연요양병원]

전문가 자문단은 보건의료 전문가와 의료단체. 가입자 및 환자단체.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복지부 등 20명으로 구성됐다.

요양병원 관심은 선정 기준이다.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간병 급여화 정책을 시행하는 만큼 간병 비용에 부담을 느낀 노인 환자와 보호자의 요양병원 갈아타기는 불가피히다. 의료중심 요양병원이 아닌 요양병원은 경영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에서 의료고도 이상 환자 비율 그리고 병동과 병상, 병실 수 기준 필요성 등 담론만 논의했을 뿐 세부 기준은 현장방문 등을 거쳐 추후 협의하기로 했다.

전국 1300여개 요양병원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의료중심 요양병원 200개소 지정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00개소 지정에 미포함된 요양병원은 환자들의 외면 속에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실정이다.

간병 급여화 본인부담률은 30% 내외로 월 200만원에서 267만원 환자 간병비를 의료중심 요양병원으로 지정되면 월 6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줄일 수 있다.

다수 요양병원은 의료최고도와 의료고도 환자군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의료고도 환자 비율 기준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의료중심 요양병원 지정을 위해 최소 50% 이상의 의료고도 환자군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대응 공감대가 형성됐다.

일부 요양병원은 병실 가동율을 줄이더라고 의료고도 환자군 비중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고민은 병실이다.

현재 요양병원은 6인실 기준으로 수가를 책정하고 있다. 많은 요양병원은 6인실 이상의 9인실과 10인실 등 다인실을 운영 중이다.

복지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의료중심 요양병원은 4인실을 표준형으로 수가를 책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다인실 병상의 구조 전환이다. 

6인실과 9인실, 10인실 병상을 4인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병상 축소를 위한 시설 공사가 불가피하다.

지역 요양병원 병원장은 "의료중심 요양병원 선정을 위해 다인실을 4인실로 축소하는 공사를 검토하고 있다. 견적서를 뽑아보니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공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 간병 급여화 요양병원에서 탈락하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지역 요양병원들 모두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전문가 자문단이다.

복지부는 간병에 필요한 다양한 의견수렴 차원에서 20명을 구성했다는 입장이나 의료 전문가와 의료단체, 시민환자단체 여기에 건강보험공단 2명과 심사평가원 1명 등 공공기관까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료단체 중견 임원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지닌 20명의 자문위원이 한 마디만 해도 1시간 이상 걸린다. 환자 중심과 현장 중심에서 훈수두는 구경꾼만 많은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 결국 복지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간병 급여화 대상인 의료중심 요양병원 정책은 의료돌봄 국정과제와 연계해 빠르게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11월 복지부 이스란 제1차관의 군포지역 노인요양시설 의료돌봄 현장 방문 모습. [사진=보건복지부]

복지부는 이달 중 정은경 장관 현장 방문을 비롯해 내년 1월부터 지역별 요양병원 현장 견학 일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간병 급여화 정책은 현 정부 국정과제인 의료돌봄과 무관하지 않다. 초고령화에 대응하는 의료와 복지를 결합한 보건정책 새판짜기 시발점이라는 시각이다.

지불혁신추진단 공무원은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현장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예정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들도 간병 급여화를 위한 현장 견학을 주문하고 있다. 환자 접근성 차원에서 선정 병원 지역별 안배를 병행할 예정이다. 자문단과 함께 지역별 요양병원 상황을 살펴보고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간병 급여화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료중심 요양병원은 4인실을 표준모델로 수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인실 이상 다인실이 많은 요양병원 특성상 병실 공사가 필요한 만큼 현장 의견 청취를 통해 필요하다면 재정적 지원 방안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요양병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인지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 무엇보다 현장 의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중심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정책은 내년도 요양병원을 비롯한 의료생태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복지부 미세한 움직임에 의료계 이목이 집중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