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제도➄] “제네릭 구조조정 필요하지만…기등재 인하 ‘연착륙 로드맵’부터 보여라”

R&D·혁신형 제약사 우대, 제네릭 뿐 아니라 신약에도 적용해야 제네릭 40% 등 단계적 인하, 3년 정책가산 ‘충분한지 검증’ 필요 저가구매 인센티브 확대엔 “제약사 고사시킬 수도” 강한 우려

2025-12-01     최은택 기자
보건복지부 전경. [사진=뉴스더보이스헬스케어]

[약가제도 개편안(5)=추진 과제(상)]

보건복지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을 놓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는 사실상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다시 머리 띠를 둘러 메고 전면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구호보다는 실익을 구하는 게 최선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국내 제약산업계 내에서는 “제네릭 중심 구조에서 혁신과 수급 안정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자체는 동의한다”는 긍정론도 적지 않다. 과제는 개편(안)의 충격을 완화하고, 우대 조치를 좀 더 실효성있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30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제약업계는 △R&D·혁신형 제약기업과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한 우대책 확대 △제네릭 상한가 40%·기등재 단계적 인하의 속도 조절과 유예기간 설정 △실거래가 약가인하 중단과 맞바꾼 요양기관 저가구매 인센티브 확대 재검토를 앞으로 정부에 제시할 핵심 요구사항들로 고민하고 있다. 

“혁신형·R&D 제약사 우대, 제네릭 말고 신약에도 걸어야”

개편안에는 ‘혁신성과 수급 안정에 기여한’ 제약사가 개발한 제네릭에 대해 정책 가산을 부여하는 방향이 담겼다. 국내 한 제약사 고위 관계자는 “방향성은 괜찮다. 더 이상 ‘제네릭 약가 우대’로만 산업을 끌고 갈 수는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대 대상을 제네릭에만 한정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지금도 제네릭 정책 가산에 혁신형 제약기업, 수급 안정 기여 등 조건이 걸려 있지만, 정작 이 회사들이 개발하는 신약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제네릭 위주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혁신형·R&D 중심 제약사가 만든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해서도 약가 산정 단계에서 우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타이밍’도 중요한 과제다. 그는 “지금이 그런 우대조항을 제도 안에 ‘껴 넣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라며 “약가제도 전반을 손보는 이 시점에 함께 반영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통상 문제 등을 이유로 별도 논의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제네릭 40%·기등재 단계적 인하…“유예기간·3년 가산, 충분한지 검증해야”

정부는 현재 오리지널 약가의 53.55% 수준인 제네릭 상한을 40%대로 낮추되, 1단계로 50% 수준을 거쳐 두 단계에 걸쳐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53.55%에서 약가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던 약 3천개 품목을 우선 대상으로 내년 7월 시행을 목표로 한다는 설명도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언급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네릭을 더 이상 ‘캐시카우’로 삼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속도와 방식에 강한 부담을 호소했다. 그는 “53.55%를 기준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고 제품을 개발해 온 회사 입장에서는, 아무런 유예 없이 기준을 40%대로 낮추는 건 행정의 신뢰 보호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다”며 “얼마에 맞추든 최소한 시행 시기를 뒤로 미루거나, 일정 기간 경과 규정을 두는 방식의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가산 기간(3년)의 적정성 여부도 주목했다. 제약업계는 “R&D와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정책 제네릭 가산을 3년만 부여하는 것이 과연 충분한지에 대해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며 “부족하다면 기간 연장 등 보완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기존 등재 의약품(기등재)에 대한 가격 조정 방식 역시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복지부는 ‘성분별 기준금액 대비 약가 수준과 등재 시점 등을 종합 고려해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업계는 “문구만으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그림을 알 수 없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는 ‘기계적·일괄적 인하를 하지 않겠다’고만 말했지, 실제로 어떤 기준과 절차로 재평가를 할지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며 “제약 5개 단체가 한꺼번에 들고 일어났던 이유가 바로 기등재 재평가 여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업계에선 일부 성분의 경우 20~30% 약가 인하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라며 “재평가 방식은 ‘기계적 일괄 인하를 하지 않는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세부 기준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했다. 

“실거래가 인하 안 한다” 대신 “저가구매 인센티브 50%?”
업계 “시장형 실거래가 연동제와 다를 게 없다”

사후관리 방식 개편 중 시장연동형 실거래가는 제약사들이 가장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실거래가 조사와 이를 통한 약가 인하를 중단하는 대신, 요양기관의 저가 구매를 유도하는 인센티브율을 현행 24~30%에서 50%까지 끌어올리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거래가 조사는 하지 않고, 요양기관이 청구한 금액을 기준으로 약품비를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는 이를 사실상 ‘시장형 실거래가 연동제의 부활’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실거래가 약가 인하를 안 하겠다고 말하고 제약사에 ‘페이버’를 주는 것처럼 설명하지만, 저가 구매 인센티브를 50%까지 올리면 병·의원은 더 큰 폭의 할인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보험 상한가가 100원인 약을 병원이 48~49원에 사서 청구하면, 그 차익의 상당 부분을 요양기관이 인센티브로 가져가게 되는 구조가 된다”며 “과거에는 실거래가 인하 때문에 ‘더는 깎아 줄 수 없다’고 방어라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약가 인하도 없으니 제약사가 할 말이 없어지고, CSO 수수료로 빠져나가는 몫만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저가 구매 인센티브 확대는 제약사 입장에서 보면 기존 시장형 실거래가 연동제와 다를 바가 없다. 상위 제약사이든 중소 제약사이든 ‘고사’시킬 수 있는 제도”라며 “실거래가 약가 인하를 중단하겠다면 그렇게만 하되, 인센티브율은 현행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묶어서 올릴 거라면 차라리 기존 제도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유형약가제 확대, 도입신약 유입으로 국내 시장 잠식 우려도

이번 개편안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인 ‘유형약가제(약가유연계약제)’에 대해서는 업계도 필요성을 인정했다. 국내 개발 신약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표시가와 실제 거래가를 이원화하는 유형의 계약 없이는 현재 제도 안에서 수출 전략을 짜기 어렵다는 것이다. 복지부와 심평원, 건강보험공단도 유형약가제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협의를 마쳤으며,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유형약가제 확대가 내수 시장을 잠식하는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유형약가제가 확대되면 지금까지 들어오지 못했던 해외 도입신약, 특히 만성질환 영역 오리지널 약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다”며 “의사들이 ‘오리지널’에 대한 선호를 권위로 여기는 현실을 감안하면, 한정된 시장 파이에서 국내 제네릭·브랜드 제네릭이 빼앗길 몫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국내 개발 신약도 유형약가제 대상에 포함시켜 ‘국내 기업에도 이익’이라고 설명하지만, 제도 자체만 놓고 보면 다국적 제약사에 더 유리한 구조”라며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한 별도의 가산·우대 장치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유형약가제 확대는 국내 제약사에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CSO ‘거품’은 손보되, 국내 제약 타격 최소화하는 연착륙 필요

업계는 이번 개편안이 겨냥하고 있는 ‘CSO(영업대행사) 중심 고마진 구조’에 대해서는 “정부가 문제를 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다. 한 관계자는 “일부 품목은 CSO 수수료가 40%를 넘는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정부가 보기에는 ‘거품’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며 “제네릭 약가를 통해 만들어진 여유분이 결국 CSO 마진으로 빠져나가는 구조에 더 이상 사회적 설득력이 없다는 점은 업계도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방향성을 이유로 국내 제약사 전체에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약가 인하 폭과 속도, 우대 대상과 기간, 사후관리 방식 등에 대해 정부와 업계가 ‘합리적인 연착륙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미 제약 5개 단체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고 산하에 TF를 꾸려 정부와 협의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업체는 “이제부터는 사실상 ‘전쟁’”이라며 “정부가 건정심에 보고한 큰 틀의 방향은 존중하되, 기등재 재평가 방식, 실거래가 사후관리, R&D·혁신형 제약기업 우대책 등 세부 설계에서는 업계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