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제도➂] 약가개편안 극단적 시선차…국내 “붕괴 위험” vs 글로벌 “긍정 진전”
국내 제약 “40%대 인하 실효성·현장 적용성 모두 의문” 다국적 제약 “희귀질환치료제 3개월 내 등재 등 고무적” 정책 전문가는 “디테일 없이 던져진 정책” 환자단체, 조건부 긍정 vs 시민사회, 강력 비판
[약가제도 개편안(3)=각계 반응]
보건복지부가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보고한 약가제도 개편안을 두고 국내 제약업계·다국적 제약사·환자단체·의료단체·정책전문가 사이에서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개편 방향을 긍정하는 쪽과 사실상 제네릭 붕괴를 우려하는 쪽이 맞서면서 약가정책의 향방이 큰 논란 속에 놓였다.
특히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을 종전의 53.5%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이 핵심 갈등 지점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제약 생태계 붕괴”와 “환자 접근성 향상”이라는 상반된 주장 모두가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제약계 “R&D 우대? 실제로 혜택 없고 2조 8천억이 사라질 것”
국내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신규 등재 의약품에만 우대 조건을 두고 기존 등재 의약품 약가 인하에서는 우대 조건이 빠졌다”며 개편안의 실효성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제네릭 시장을 기준으로 실제 감소할 금액을 구체적으로 계산하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53.5%에서 40%대로 떨어질 경우 제네릭 시장 11조 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2조 8천억 원이 줄어든다”며, 단순히 시장 감소나 매출 둔화의 수준이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R&D 인센티브를 100억 원 준다고 하면서 2조 원 넘게 깎아버리는 게 과연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취지와 합당하냐”고 되물었다.
그는 결론적으로 “현장에서 실제 시뮬레이션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제도가 R&D 독려라는 외형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국내 제약사에게 약가 하락의 타격만 주는 구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른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사들은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면 진짜 다 죽게 생겼다”며 이번 개편이 국내 산업에 불균형적 타격을 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기존 등재 의약품의 약가 인하가 혁신형 제약기업에도 예외 없이 적용될 것으로 보고, 그 타격의 깊이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개편안의 준비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분명하게 제기했다. 또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소문에 의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실무 협의도 거의 없이 던져진 정책”이라며, 현장의 실행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급진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제네릭과 오리지널을 포함한 전체 가격 산정 산식이 바뀌면 자동적으로 약가 재평가가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산식 변경은 ‘선택 사항’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실무에서는 거의 항상 재평가를 적용해왔다는 점도 지적했다. 결국 이 경우 약가 인하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실상 피할 수 없으며, 그 부담은 대부분 국내 제약사들이 떠안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오리지널 제품은 약가를 70% 수준에서 유지한 채, 제네릭만 40%대로 떨어지게 되면 매출 타격의 불균형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특허가 끝난 다국적 제약사 제품을 들여오는 회사들은 다소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국내사가 타격을 입는 구조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다국적 제약업계 “희귀약 3개월 등재는 획기적…정책 방향 환영”
반면 다국적 제약사의 반응은 뚜렷하게 긍정적이다. 한 글로벌 제약계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은 문제점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희귀질환 의약품을 기존보다 훨씬 빠른 시기인 3개월 만에 등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환급 방식 대신 디지털 청구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점을 주목했다. 기존 환급 구조에서는 환자와 제약사·건보공단 사이에 시간 지연과 절차 혼선이 불가피했으나, 디지털 청구 체계는 갈등과 비용을 줄이고 처리 과정이 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바람직한 절차 혁신”이라고 평가하며 개편의 현실 적용력을 높이 봤다. 다만 세부 기준 정비는 필요하다고 봤으며, “디테일을 빨리 잡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제약정책 전문가 “글로벌은 환영, 국내는 죽을 맛…디테일 부족이 문제”
제약정책 전문가는 정부의 발표 형식과 실행 가능성 문제를 집중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제도를 단순화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더 복잡해졌고 세부 조건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개편안 과정에서 심평원과 충분한 실무적 논의가 없었던 점을 지적하며, 실행 과정에서 “오리지널 약가가 제네릭보다 더 떨어지는 역전현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디테일 없이 던져진 정책은 실효성이 없으며, 현장을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개편안의 방향성이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집행하는 규칙과 절차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현재의 개편안은 미완성이라는 진단이다.
환자단체연합회 “방향은 맞다…체감 가능한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환자의 신약 접근성 지연 문제와 필수의약품 공급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연합회는 “평균 18개월이 걸렸던 신약 등재 기간을 단축하는 방향은 환자에게 꼭 필요한 변화”라고 평가하며, 신속등재와 후조정 체계를 마련한 점을 의미있게 봤다.
다만 “제도가 방향만 제시해선 충분하지 않다”며, 실제로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진정한 정책 효과라고 강조했다.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으며, 약가 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투명성 확보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이번 정책은 제약산업 재편…형식과 내용 모두 F학점”
반면 의료민영화 저지 및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번 개편안을 매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이 단체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개선안은 국민 건강권과 건강보험 재정을 볼모로 한 제약산업 재편 정책”이라고 규정하고, 특히 20년 만의 대대적 개편안임에도 “건정심 보고안건 방식으로 슬쩍 처리했다”며 절차적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이어 “정부 정책은 형식과 내용 모두 F학점”이라고 혹평하고, '이중약가제' 확대가 건강보험의 민주적 운영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정책 전면 철회와 공론화 과정, 공청회 마련 등을 요구하며 강경한 기조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