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 감사 결과에 의료계·시민사회 ‘엇갈린 해석’
의협 “정책 실패 공식 확인…의료정책 절차 바로 세워야” 연대회의 “시대적 과제…개혁 포기 아닌 더 정교한 추진을”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두고 의료계와 시민사회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절차적 위법성과 정책 실패가 공식 확인됐다”고 주장한 반면, 국민중심의료개혁연대회의는 “감사 지적을 명분 삼아 의대 증원 자체를 중단해선 안 된다”며 ‘정교한 개혁 완수’를 강조했다.
의협 “감사로 정책 실패 입증…절차적 하자 인정하고 의료계와 재논의해야”
대한의사협회는 27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논평을 내고 “이번 감사 결과는 우리 협회가 지난 5월 제기한 문제점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음을 보여준다”며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전반에 심각한 비합리성과 절차적 하자가 공식적으로 입증됐다”고 밝혔다.
의협은 당시 감사 청구에서 ▲정책 결정 과정의 절차적 위법성 ▲전문가 협의 왜곡 ▲부당한 업무개시명령 ▲국민 재정 낭비 유발 ▲필수의료 저해 및 의료생태계 붕괴 등을 문제로 제기한 바 있다. 이번 감사 결과는 이러한 지적들이 실제 존재했음을 확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의협은 정부에 “감사원이 지적한 절차적 문제를 인정하고 향후 어떠한 중대 의료정책도 의료계를 포함한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 대해서도 “전문가 의견 반영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운영을 촉구했다.
이어 의협은 “무리한 증원 정책으로 의대생·전공의 교육이 혼란에 빠지고 의료체계 안정화에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며 “정책 실패의 폐단이 얼마나 큰지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끝으로 “2년간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들에 대해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개혁연대회의 “감사 결과는 개혁 중단 명분 아냐…멈출 수 없는 시대적 요구”
반면 경실련·보건의료노조·한국노총·환자단체연합이 참여하는 국민중심의료개혁연대회의는 공동성명을 통해 “감사 결과는 의료개혁을 포기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더 정교하게, 더 단단하게 개혁을 완수하라’는 경고”라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OECD 통계가 반복해 경고하듯 한국은 활동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와 폭발적인 의료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의사 인력 확충은 멈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의료 현장의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연대회의는 “의사들이 필수의료에서 이탈해 비급여 중심의 개원가로 몰리고, 병원은 만성적 의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지역 공공병원은 의사를 구하지 못해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가 적시한 ‘추계의 논리적 미비’ ‘의견 수렴 부족’ 등에 대해서는 “과거 수십 년 동안 의사단체 반대로 인해 협의 구조 자체가 만들어지지 못한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의사단체와의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상황을 기계적으로 절차 미흡으로만 단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교육여건 평가 미흡, 정원 배정의 타당성 부족 등 감사원이 지적한 부분은 “정부가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과제”라고 했다.
연대회의는 “늘어난 의사들이 다시 수도권과 비급여 시장으로 쏠리지 않도록 지역의사제·공공의대 등 공공성을 담보할 보완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며 “이번 감사 지적은 개혁 중단이 아니라 개혁 고도화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첨예한 시각차…의대정원 증원 논의 재점화 예고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싼 논의는 감사원 발표 이후 다시 첨예한 대립 구도로 돌아갔다. 의협이 절차적 하자를 근거로 ‘정책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는 반면, 시민사회는 ‘의사 증원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개혁 가속’을 주문하고 있다. 향후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운영과 정부의 후속 조치가 의료계–시민사회 간 갈등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