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약가' 적용대상 확대 놓고 편 갈린 환자와 시민사회
환자단체 "진입장벽 낮추고 사후관리는 엄격하게" 시민단체 "국민 건강권 팽개치고 제약 하수인 전락"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면 못받을 이유가 없다. 진입장벽은 낮추고 대신 뒷단에서 사후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게 낫다." (환자단체 관계자)
"(이중약가 확대는) 국민 건강권을 볼모로 잡은 약가제도 퇴행 정책이다. 정부가 제약산업의 하수인이 돼서는 안된다." (시민단체 관계자)
정부가 이른바 이중약가제로 불리는 '약가유연계약제'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기로 알려진 가운데, 이 사안을 바라보는 환자와 시민사회의 시선이 현격히 갈려 보이지 않는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들로 구성된 보건시민단체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와 건약과 뜻을 같이 하는 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의료민영화 저지 및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잇따라 성명을 내고 명시적으로 이중약가제 확대 움직임에 반대입장을 명시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의 주장과 평가는 정책을 추진 중인 보건복지부에게는 혹독한 채찍이다.
이들은 "국민건강보험을 산업적 특혜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조치”, "실효성 낮은 수출 논리에 끌려다니며 제약산업의 하수인이 돼서는 안 된다”, “국민 건강권을 볼모로 잡은 약가제도 퇴행", "제약사 이익만을 위한 정책, 건강보험의 공적 원칙 심각하게 훼손", "약가 비밀주의가 환자 접근성 높인다는 주장은 의문" 등을 구호처럼 성명에서 언급했다.
건약 이동건 사무국장은 26일 뉴스더보이스와 통화에서 "2019년 세계보건총회(WHA)는 의약품 가격·R&D 비용 공개 등을 포함한 ‘투명성 결의안’을 채택했고, 각국은 약가 거품 제거를 위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투명성을 강화하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한국은 거꾸로 약가를 은폐하는 길을 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권을 볼모로 잡는 약가제도 퇴행을 중단하고 건보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무국장은 28일 열리는 건정심 회의 저지와 관련해서는 "보고안건인 만큼 회의장 밖 시위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다. 대신 세부안들이 법령개정안으로 나올 때 적극 대응하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상의료운동본부에 관여하고 있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건정심 위원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하는 만큼 복지부의 약가제도 개편안 보고 이후 회의장 내에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건약,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달리 환자단체는 이중약가제 확대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불편한 마음이 적지 않다.
환자단체 한 관계자는 "정부안이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접하지는 못했다. 환자의 치료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적용대상을 확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약가를 참조하는 A8개국 중 일본을 제외한 7개 국가에서 이미 이중약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약가 비밀주의'라는 데 이미 숨겨진 가격을 모른 채 보여지는 가격만 참조해 신약에 대한 비용효과성 평가가 이뤄진다"면서 "해외에서 이미 이중약가제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고, '코리아패싱' 우려까지 나오는 마당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외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중약가제가 최선은 아니겠지만) 조금이라도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더 개선할 수 있다면 차선으로 받을만하다. 진입장벽은 다소 낮추고 대신 엄격하게 사후관리하는 편이 환자를 위해 더 나은 정책"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