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료 생태계 위기감 고조..."수도권 요양병원 등 40여 곳 신청"
간병 급여화 여파 요양병원 탈출 러시…"회복기 환자군 확대 없는 병원 늘리기" 복지부 현장 간과 밀어붙이기 "경영악화와 의료질 저하, 제2요양병원 사태 우려"
정부가 지정하는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이 대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환자군 확대 없는 재활의료기관 늘리기는 기존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운영위원회(위원장: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를 열고 제3기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지정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월 제3기 재활의료기관 지정 공개모집을 마친 상태이다.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은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입각해 수술 또는 발병 후 기능 회복 시기에 집중 재활치료를 통해 장애를 최소화해 조기에 일상생활로 복귀하도록 복지부가 지정하는 의료기관이다.
관심은 제3기 공모에 얼마나 많은 병원이 신청했는가이다.
복지부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병원급 40여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중 수도권을 중심으로 요양병원이 대거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재활의료기관은 의료인력과 장비, 시설 등 엄격한 평가 기준에 의해 지정되는 시스템이다.
현 정부의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 추진 여파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다.
간병 급여화에 위기감을 느낀 다수의 요양병원이 재활의료기관으로 종별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의미다.
요양병원에서 재활의료기관 지정을 위해서는 병원으로 종별 전환 후 평가 기준을 충족해야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된다.
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사이 수도권 요양병원 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서울 107개, 인천 60개, 경기 282개 등 총 449개 요양병원 신고 수가 올해 3분기 서울 102개, 인천 57개, 경기 276개 등 총 435개로 줄었다. 불과 6개월 사이 수도권 요양병원이 14개 줄어든 셈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요양병원계 종별 탈출 러시가 가시화 됐다는 반증이다.
복지부는 제3기 재활의료기관 지정 계획을 통해 진료실적과 인력을 2024년 1월부터 12월말까지 1년간 자료를 평가한다.
인력 기준 핵심인 의사는 상근하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3명 이상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은 2명 이상. 간호사와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은 1인당 환자 수에 입각해 인원 기준을 맞춰야 한다.
물리치료실과 운동치료실, 작업치료실, 일상생활 동작훈련실 등 4개 시설은 필수이다.
재활의료기관 지정의 핵심 잣대는 회복기 재활환자 구성 비율이다. 재활의료기관은 회복기 재활환자군 구성 비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복지부는 다만, 회복기 재활환자군 40% 기준을 지정 후 충족으로 유예했다.
문제는 이미 지정된 53개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이다.
회복기 재활환자군 확대 없이 재활의료기관 지정 수 확대는 경영 악화를 초래한다.
전국 재활의료기관 평균 50% 회복기 재활환자군을 유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상 가동율은 80% 내외이다.
신청서를 제출한 40여개 중 적어도 20~30개 병원이 재활의료기관으로 새롭게 지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재활의료기관 확대에 따른 무한경쟁 속에서 병원별 회복기 재활환자군 비율은 40%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기준 미충족으로 다수 재활의료기관의 지정 취소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복지부가 이 같은 상황을 모르고 있을까.
재활의료기관협회는 그동안 회복기 재활환자군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환자군 1개 항목 추가하는데 1년이 넘는 시일이 걸렸다.
현 정부 국정과제인 통합돌봄 추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이다.
급성기와 회복기, 만성기 그리고 통합돌봄으로 이어지는 의료와 복지를 결합한 고령사회 대응책 구심점인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확대는 불가피하다.
복지부는 제2기 재활의료기관 1만개 병상 수를 제3기 1만 6700병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이다.
수도권 재활의료기관 병원장은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을 늘려야 한다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회복기 재활환자군을 그대로 두고 지정 병원만 늘리려는 것에 있다. 전후가 바뀌었다. 환자군을 늘려 재활 생태계를 선순환시키면서 재활의료기관을 늘리는 게 상식이다. 복지부가 왜 이렇게 서두르는 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재활의료기관협회 임원은 "회복기 재활환자군 50%는 현 53개소 기준이다. 병상 가동율은 지역별 편차가 크다. 각종 유예를 주면서 일단 늘리고 보자는 발상은 1기와 2기 인력과 시설, 장비 및 회복기 재활환자군 40% 등 기준 층족을 위해 노력한 재활의료기관에게 허탈감을 안겨준다. 재활환자군 확대 없는 재활의료기관 늘리기는 의료 질 저하는 물론 제2의 요양병원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이달말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제3기 재활의료기관 신청 병원들에 대한 최종 심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제3기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되면 2026년 3월부터 3년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