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복지부와 사보험 '불편한 동거' 우려된다

2025-11-10     이창진 기자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인력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 공개모집을 오는 11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공모 대상은 민간 보험 사업자인 사보험 기업이다.

분만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외과 계열 전문의 및 내과와 외과를 비롯한 8개 필수의료 과목 전공의가 배상보험 대상이다.

공적 보험인 건강보험을 운용하는 복지부가 왜 사보험을 택했을까.

복지부는 필수의료인력 배상보험 지원사업을 위해 민간보험사 공개모집을 진행 중에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사업 설계 초기 건강보험과 국고 지원을 활용한 공적보험 필수의료인력 배상도 검토 대상이었다.

하지만 의료분쟁에 따른 배상액을 감당할 자본과 전문인력 등을 판단하면 민간 보험이 우위에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배상보험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보험 사업자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올해 예산 50억 2500만원은 배상보험 초기 투입 비용으로 시작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년, 내후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분만 과정과 소아 수술행위 중 예기치 않은 의료사고는 불가피하다.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산모와 태아, 소아 상태에 따라 불가항력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복지부가 배상보험료 지원사업을 고액배상 특화보험과 전공의 단체보험으로 나눈 이유이다.
  
사업 지침에는 법원 판결 또는 의료중재원 조정 및 중재 절차에 따라 확정된 배상 책임액은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태아와 소아 시술행위 중 장애 발생으로 소송이 제기되면 의료진과 해당 병원에 대한 법원 판결은 10억원 이상의 높은 배상 책임액이 나올 수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 성인 환자 사망보다 태아와 소아의 장애 발생이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고액배상 특화보험 경우, 전문의 1인당 보상한도를 10억원(사건당, 연간 총 한도) 기준으로 설정했다.

의료소송 결과에 따라 배상보험료 지원사업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복지부가 국회 상정한 2026년도 필수의료 보험료 지원사업 예산은 82억 3900만원에 불과하다.

경영수익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민간 보험사업자와 복지부 간의 배상보험 지원사업을 둘러싼 소송도 배제할 수 없다. 

경실련이 공적 보험이 아닌 사보험으로 진행 중인 필수의료인력 배상보험료 지원사업을 '최악의 대책'이라고 혹평하며 재검토를 촉구한 이유를 꼽 씹어 봐야 한다.  

전 국민 당연가입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건강보험 체계를 유지하며 세계 최고 의료체계라고 자평하는 복지부가 사보험과 불편한 동거로 파생되는 문제점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