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 플랫폼 중심 원격의료 법제화, 평가도 없이 졸속 추진 안 돼”

무상의료운동본부 등 시민·노동단체, 정부에 시범사업 평가 선행 촉구

2025-11-07     최은택 기자

의료·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와 국회의 원격의료 법제화 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영리 플랫폼 중심의 시범사업에 대한 객관적 평가 없이 의료법 개정 논의를 서두르는 것은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정부에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는 7일 성명을 내고 “지금은 원격의료 법제화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 지난 5년간 영리 플랫폼을 중심으로 진행된 시범사업의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평가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국회에서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주최로 열린 ‘영리 플랫폼 중심 원격의료 법제화,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법 개정안이 사회적 합의 없이 급히 추진되고 있다는 우려가 집중 제기됐다.

이 자리에서 시민·노동·환자 단체들은 “기업 중심 플랫폼은 사실상 의료 민영화의 통로”라며, 공공이 주도하는 ‘공적 원격의료 플랫폼’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비급여 진료 및 마약류 원격처방 제한과 공공 플랫폼 기반 진료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전진숙 의원 역시 “공공 플랫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도 “민간 플랫폼 규제와 의료의 공공적 역할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그러나 “국회 논의에서는 정작 공공 플랫폼 구축 방안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고, 복지부도 영리 플랫폼 규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사실상 전면 사업처럼 운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나 통계조차 내놓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특히 “정부가 비급여 진료 실태, 지역별 의료 이용 차이, 영리 플랫폼 부작용 등에 대한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며 “시범사업이 의료 접근성을 얼마나 개선했는지, 부당 진료나 과잉 처방이 있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한 “정부가 65세 이상 고령층 이용률이 30%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전화진료와 앱 이용을 구분하지 않은 수치”라며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성을 감안하면 실제 앱 이용률은 극히 낮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체들은 “보건의료기술진흥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의 평가 없이 의료법 개정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된 일”이라며 “현행 시범사업이 초래한 문제를 면밀히 검증한 뒤 제도화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원격의료는 의료체계 전반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려 있다”며 “정부가 영리기업 중심의 법제화를 강행한다면 이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성명에는 ▲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전국보건의료노조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농민회총연맹 ▲참여연대 등 30여 개 시민·노동단체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