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약국 찾아 헤매는 일 없게”…‘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촉구

시민단체, 13년째 멈춘 제도 개선 요구 “심의위 즉각 개최해 20개까지 늘려야”

2025-11-06     최은택 기자

추석 연휴 기간 고열에 시달리는 아이를 위해 약국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약을 구하지 못한 부모들의 사례가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시민단체가 보건복지부에 안전상비의약품(이하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6일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심의위원회 개최를 미루지 말고 즉각 회의를 열어 법에서 정한 20개 품목까지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안전상비약 제도가 시행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단 한 차례의 품목 교체나 확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민이 야간이나 휴일 등 비상시에 필요한 약조차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2023년 국정감사에서 “품목 조정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구성 중”이라고 밝혔으나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해를 넘겼고, 올해 국감에서도 “의정갈등이 마무리되면 품목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시민네트워크는 “해마다 이유만 바뀔 뿐 결과는 ‘무(無)진전’”이라며 복지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도 올해 국감에서 “13년째 제자리걸음인 안전상비약 제도가 국민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만큼 환경 여건을 반영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시민네트워크는 이번 추석에도 약을 사기 위해 문 닫힌 약국 앞을 서성이는 시민들이 속출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지방 여행 중 응급상황에서도 약을 구하지 못하고, 무(無)약촌 지역에서는 부모가 한밤중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한다”며 “특히 해열제·진통제 등 필수약품부터 우선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편의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는 안전상비약은 법상 최대 20개까지 허용돼 있으나 실제로는 13개에 그친다. 이 중 생산이 중단된 품목을 제외하면 사실상 11개만 남아 있다. 반면 미국은 약국 외 판매 허용 의약품이 30만 종, 영국 1,500종, 일본 약 1,000종에 달한다.

단체는 “해외 주요국은 정부가 오남용을 관리하면서도 24시간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안전상비약은 이미 식약처 심의를 거친 안전성이 검증된 품목으로, 보관·판매 교육을 강화하면 안전문제는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약 접근권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라며 “복지부는 밀실 협의가 아닌 국민 수요 중심의 절차를 통해 합리적으로 제도를 재정비하고, 연내에 실질적인 품목 확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