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한약사, 30년 지속 갈등... 화살 맞은 복지부, 개선방안 주목

약사회 권영희 회장 "약사 고용한 한약사 약국 개설 면허대여 불법행위" 동아대 문전약국 개설 국감 공론화 준비…한약사회 "법원, 교차고용 인정"  

2025-09-22     이창진 기자

약사와 한약사 사이의 오랜 갈등이 보건당국을 향한 분노로 확산되고 있다. 형사 고발과 행정처분 의뢰 등 두 직역간 곪아있는 감정의 골에 대해 정부가 개선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2일 대한약사회(회장 권영희)에 따르면, 약사 면허범위를 침해하는 한약사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국회와 보건복지부를 향한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약사회 권영희 회장을 비롯한 시도지부 주요 임원진은 지난 17일 복지부 세종청사를 항의 방문해 한약사 개설 약국 불법행위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전문기자협의회]

지난 1996년 과천청사 시절 한약 파동 이후 30년 동안 지속된 약사와 한약사 갈등. 의사와 한의사 첨예한 대립과 유사한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  

현 약사법 제2조(정의)에 '약사는 한약에 관한 사항 외에 약사에 관한 업무(한약제제에 관한 사항 포함)를 담당하는 자'로,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한약제제는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해 제조한 의약품을, 한약은 동물과 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 원형대로 건조, 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을 의미한다.

약사회 권영희 회장(숙명여대 약대)은 지난 17일 복지부 항의 방문 후 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한약사 약국 운영의 심각성과 정부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했다.

약사회 첫 여성 수장인 권 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약사법은 바뀌지 않았다. 복지부는 2011년 이후 한약사 문제를 제기해도 행정처분을 안하고 있다"면서 "입법 미비와 한약 제재 재분류 등을 핑계로 명백한 불법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사회에서 한약사 불법행위를 고발하면 수사기관은 전문성이 없어 복지부에 문의한다. 복지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애매한 답변을 하고, 경찰은 불송치해 버린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한약사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거짓말하고 미룬 것이 30년이다. 약사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움직이는 것이다"라며 항의 방문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약사회 요구 사항은 약사 교차고용 등 한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의 불법적 행태 그리고 약국과 한약국 분리를 구분하는 행정입법이다.

권 회장은 "한약사들이 면허 범위를 벗어나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심지어 약사를 고용해 전문의약품을 취급하고 처방 조제하고 있다. 교차고용이라는 말도 잘못된 표현이다. 불법행위가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줄 위험이 있다. 한약사가 약사를 고용해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사무장병원처럼 면허대여 개념이다. 정부가 약사법 하위법령을 개정해 불법행위를 못하게 막아야 한다. 한약사가 약사 면허 범위를 넘나들고 있으면 행정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회, 국회와 복지부 압박 "한약사 면허 범위 벗어난 의약품 판매, 약사까지 고용"

약사회는 국회와 복지부 압박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권 회장은 "오는 10월 국회의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공론화를 이미 계획하고 있다. 우선 종합병원 문전약국을 첫 번째로 개설한 한약사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중증환자가 많은 종합병원 고위험 환자의 전문의약품 조제를 한약사가 운영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완전히 직무유기이다"라고 꼬집었다.

약사회는 오는 23일 복지부 실·국장과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약사 문제 해결 등을 강하게 요청한다는 입장이다.

권영희 회장은 "한약사 문제는 중단없이 끝까지 가겠다. 약국 현장에서 약사회 회원들의 원성이 높다. 한약사 직종은 원래 취지대로 한약과 한약제제를 취급하면서 살도록 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대한한약사회는 지난 17일 동아대병원 인근에서 한약사 개설 문전약국 의약품 공급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대한한약사회]

반면, 대한한약사회(회장 임채윤)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약사회는 지난 17일 동아대병원 인근에서 한약사 개설 약국에 대한 의약품 공급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약사회 반론으로 맞서 "영업방해 소송 승소, 교차고용 한약사 업권 인정-약사회 오해"

한약사회는 "올해 초 동아대병원 문전약국 앞 영업방해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고, 최근 약국 개설취소 소송도 승소했다. 법원도 한약사의 약국 개설과 교차고용 등 약사법상 한약사 업권을 인정한 것이다. 일부 도매업체에서 의약품 공급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약국 개설자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약사회는 "한약사 개설 약국은 국가로부터 약국 개설 허가를 받은 요양기관이다. 의약품 공급자는 약국에 당연히 의약품을 공급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 불구 의약품 공급을 꺼리는 의약품 공급자가 있다면 법에 따라 처벌 받아야 한다"면서 "약사회에서 한약사회 정책 협의 제안에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약업계 큰 형님인 약사회가 한약사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3만 2000여명이고, 한약사는 경희대와 원광대, 우석대 한약학과 등 매년 130명 신규 배출로 35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