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실행 가능성 낮다” vs “구조 변화 신호”…美 MFN 약가 논쟁의 진짜 영향

글로벌 제약사 영향 제한적 분석 속…국내 산업은 ‘기회와 부담’ 교차 관세·약가 정책보다 중요한 건 ‘가격체계 변화’…"중장기 대응 필요"

2025-09-16     문윤희 기자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 정책이 글로벌제약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글로벌 증권사 분석 리포트가 나와 주목된다. [사진=챗GPT]

[이슈진단=트럼프 약가제도] 미국의 ‘최혜국대우(MFN·Most Favored Nation)’ 약가 정책과 의약품 관세 부과 논의가 글로벌 제약산업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해외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실현 여부와 별개로 글로벌 약가 체계 변화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는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투자기관들은 MFN 정책의 실행 가능성 자체를 낮게 평가하면서도, 미국발 약가 인하 압박이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기 충격보다 ‘정책 방향성’이 더 중요한 변수라는 분석이다.

“영향 제한적” 낙관론의 근거…실행 가능성·이익 영향 모두 제한적

글로벌 증권사 모닝스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의약품 관세 및 MFN 약가 정책이 주요 글로벌 제약사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약 15% 수준의 의약품 관세가 فرض되더라도 주요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이익 감소 폭은 평균 4%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정책 충격이 산업 전반을 흔들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특히 MFN 정책 자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적용이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내 공공의료 프로그램에 이를 적용하려면 의회의 승인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데, 이미 유사 정책이 거부된 전례가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이유다. 주요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 확대를 통해 관세 부담을 줄이고 정책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FN 정책은 정치적 메시지 성격이 강한 측면이 있다”며 “실제 제도화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글로벌 시장 전반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정책보다 중요한 ‘방향’…글로벌 약가 구조 변화 신호

다만 전문가들은 ‘실행 가능성’만으로 정책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핵심은 MFN 정책 자체가 아니라, 미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약가 인하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구조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으로, 가격 기준(reference pricing) 변화는 글로벌 약가 체계 전반에 파급력을 미친다. 특히 MFN 방식은 특정 국가의 약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설정하는 구조인 만큼, 국가 간 가격 연동을 강화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 보건산업 전문가는 “MFN이 실제 도입되지 않더라도 ‘미국이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는 방향’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글로벌 제약사의 가격 전략과 R&D 투자 구조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문제는 단일 정책이 아니라 ‘약가를 어떻게 낮출 것인가’에 대한 미국의 의지”라며 “향후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격 통제 수단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내 산업 ‘명암 교차’…CMO는 기회, 전통 제약은 부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는 영향이 엇갈릴 전망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에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추진하더라도 모든 생산을 현지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비용 경쟁력을 고려할 때 아시아 지역 생산 파트너와의 협력 수요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전통 제약사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 효율화를 강화할 경우,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산업 내 양극화 요인”으로 평가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중심 기업은 글로벌 협력 기회를 확대할 수 있지만, 합성의약품 중심 기업은 가격 경쟁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 변수 아닌 구조 변화”…전략 재정비 요구

결국 MFN 논쟁은 단기 정책 리스크라기보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구조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국내에서는 ▲위험분담제 확대 ▲이중 약가제 도입 ▲미국 현지 네트워크 강화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이 거론된다. 이는 단순히 특정 정책 대응을 넘어 글로벌 가격 체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책은 결국 글로벌 기준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며 “국내 기업들도 단기 정책 대응이 아니라 사업 모델 자체를 재설계하는 수준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MFN이 시행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 압박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R&D 투자, 생산 전략, 시장 진입 방식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MFN 논쟁은 단순한 정책 이벤트를 넘어, 글로벌 제약산업의 가격 질서가 재편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실행 여부’보다 ‘방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대응 전략 역시 근본적인 재정비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