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부실 수련병원 80~90곳 구제 가닥…수련정책 원칙 훼손 '논란'
복지부 수평위, 의료사태 감안 평가 기준 완화…내년도 정원 감축 패널티 '최소화' 내달 회의에서 최종 심의…의료계 "부끄러운 결정, 부실 병원 수련개선 담보해야"
[이슈분석=수련환경 평가 결과] 전국 수련병원 수련환경평가에서 낙제점 경계에 놓인 80~90개 병원을 구제하는 방안이 검토되면서 수련교육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전공의 공백 등 의료사태를 감안해 평가 기준을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양질의 전문의 양성을 위한 수련정책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축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다음달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최종 심의 결과가 의료계 수련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5일 [뉴스더보이스]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 위원장 유희철)은 지난 2일 병원협회에 위치한 수련환경본부에서 대면회의를 열고 2025년도 전국 수련병원 수련환경평가 결과를 논의했다.
비공개로 열린 이날 안건은 올해 6~7월 실시한 전국 230여개 수련병원 수련환경평가 결과 발표와 처리 방안 등이다.
앞서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지난 3월 회의에서 전공의 공백 등 의료사태를 반영해 수련병원 현장조사 대신 서면조사로 수련환경평가를 대체하기로 의결했다. 인턴 및 레지던트 수련병원 지정 3년 이하 11개 수련병원은 현장조사를 했다.
수련환경평가 분석 결과, 예상대로 80~90개 수련병원이 'pass'와 'fail' 경계면에 위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는 '빅5 병원' 중 일부 대학병원을 비롯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이 포함됐다.
■복지부, 빅5 병원 포함 낙제 수련병원 80~90개 구제 "의료사태 감안 점수기준 탄력운영"
원칙대로 처리하면 낙제점을 받은 수련병원은 2026년도 인턴 및 레지던트 1년차 정원 감축이라는 패널티를 받아야 한다.
복지부 생각은 달랐다.
의료사태 등을 반영해 전문과목별 수련환경평가 점수 기준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련환경평가는 내과와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수련병원 과목별 평가점수를 합산해 최종 점수를 도출한다.
전문과목별 수련병원 평가 잣대는 다르다.
내과의 경우, 내과학회에서 소화기와 순환기(심장), 내분비, 신장. 호흡기, 혈액종양, 감염, 알레르기, 류마티스 등 9개 분과 중 절반 이상 분과를 운영하거나, 없는 분과는 파견근무 형식으로 운영하면 수련병원으로 인정하는 상대평가 방식이다.
다른 진료과는 수련환경평가 점수 50~60점을 수련병원 인정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전문과목 평가 기준을 낮춰 낙제점 상황에 놓인 수련병원을 구제하는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 다수도 복지부 입장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수련환경평가는 2026년도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 정원과 직결된다. 낙제점을 받은 수련병원은 내년도 전공의 정원 일부가 감축된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다음달 중 교육평가위원회에서 전문과목별 평가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교육평가위원회는 전공의 정원 책정과 전공의 추가 수련, 파견 수련, 전공의 모집계획 등을 논의하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소위원회이다.
복지부는 교육평가위원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10월말 대면회의를 통해 수련병원 'pass', 'fail' 처리 방안과 함께 2026년도 수련병원별 전공의 정원 책정 등을 최종 심의할 예정이다.
■수련평가와 수련교육 엄정한 잣대 흔들 "수련정책 신뢰감 상실 비판 고조"
수련평가와 수련교육 정책의 엄정한 잣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 공백에 따른 평가 항목 부실 한계와 수련병원별 제출 서류 착오 등을 감안해도 낙제점 경계에 놓인 수련병원을 구제하는 것은 양질의 전문의 배출이라는 수련교육 본질과 원칙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물론, 하반기 모집에서 복귀한 절반의 전공의와 의-정 신뢰 회복 노력 등 화합 분위기 조성에 집중하는 복지부 입장에서 정원 감축이라는 패널티가 의료계 정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 수련병원에 아무런 패널티 없이 내년도 전공의 정원을 책정한다면 낙제 위기 수련병원에게 면죄부를, 수련환경 개선에 주력한 수련병원에게 허탈감을, 젊은 의사들에게 수련교육 정책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자처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이다.
내년 1월 인턴과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은 올해 미복귀 전공의들의 대거 지원이 예상되어 어느 해보다 수련병원별 전공의 정원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수련 전문가들 "부끄러운 결정, 수련환경 개선방안 담보해야-눈치보는 수평위 역할 상실"
지역 중소 수련병원 지도전문의는 "의료사태 등을 반영해도 수련교육 정책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내년도 전공의 정원 감축이라는 패널티를 유보하더라도 해당 수련병원에게 내년도, 내후년도 수련환경 개선안을 제시하고 이행하도록 하는 명확한 지침과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임상교수와 전임의, 진료지원 간호사(PA간호사)로 충분하다는 대학병원 경영진 인식을 바뀌게 해야 한다. 전문학회도, 수련병원도, 전공의도, 복지부도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수련교육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올해만 넘어가자는 식의 구태는 의료계와 국민에게 불행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수도권 대학병원 임상교수는 "부끄러운 일이다.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그런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복지부와 수련병원 눈치만 보는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기능과 역할을 이미 상실했다. 지난 3년 동안 일방적 수련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위원직 사직서를 던진 위원이 있느냐"고 반문하고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도 의료계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정권과 무관하게 양질의 수련교육 확립을 위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본연의 역할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겉보기와 달리 빅5 병원의 수련체계는 부실한 측면이 있다. 중증과 희귀질환 중심의 진료체계는 개원과 봉직을 준비하는 전공의에게 되레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대형병원에 과도한 전공의 정원 배정은 젊은 의사들에게 간판 외에는 별 볼 일 없다는 게 웃픈 현실이다. 부실 병원의 수련병원 자격을 박탈하고 수련병원 수를 줄이는 과감한 정책이 없다면 전공의와 임상교수 모두 악순환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