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불법 대체조제' 2건 고발…의·약 직능갈등 불씨되나

정례브리핑 통해 “환자 안전·처방권 침해” 강경 대응 선언 대체조제 간소화법 국회 본회의 앞두고 직역 충돌 우려

2025-09-12     이창진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불법 대체조제 사례를 고발하겠다고 나서면서 의료계와 약사계의 갈등이 다시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둔 이른바 ‘대체조제 간소화법(약사법개정안)’ 논의와 맞물려 의약계 직역 다툼이 정면충돌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사협회는 1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불법 대체조제 피해신고센터로 접수된 사례 2건을 엄중히 검토한 결과, 환자 안전과 의사의 처방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중대한 사안으로 판단했다”며 “곧바로 고발 조치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단순 착오가 아니라 환자 동의와 의사 통보 절차를 철저히 무시한 채 약사가 자의적으로 처방을 변경한 전형적인 불법행위”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가 배포한 환자(국민)용 대체조제 피해 신고센터 포스터 [사진=대한의사협회]

첫 번째 고발 사례는 의사가 타이레놀8시간ER서방정을 처방했음에도 약사가 환자와 의사에게 알리지 않고 임의로 세토펜정325mg으로 변경 조제한 경우다. 두 약물 모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지만, 서방정은 약효 성분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된 특수 제형으로 복용 간격, 효과 지속 시간이 다르다. 의협은 “환자 상태를 고려해 서방정을 선택한 의사의 처방 의도를 완전히 무시한 불법 대체조제”라고 규정했다.

이 사례에서는 건강보험 청구 과정에서도 불법 소지가 제기됐다. 실제로는 대체 조제한 약을 투여하면서 건강보험 청구는 원래 처방된 약으로 진행해 부당이득을 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환자에게 근거 없는 비급여 본인부담금 1,000원을 부과한 사실도 드러나 대체조제 과정에서 부당청구가 시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의협은 지적했다.

두 번째 사례는 의사가 타이레놀을 1일 3회 복용하도록 처방했는데, 약사가 이를 임의로 1일 2회 복용으로 변경한 경우다. 조제 봉투에는 ‘1일 3회 복용’으로 인쇄돼 있었지만, 약사가 직접 수기로 ‘2회’라고 수정해 환자에게 건넸다. 의협은 “이는 명백한 불법 조제로, 건강보험 청구가 여전히 3회 기준으로 이뤄졌다면 허위·부당 청구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협 고발 2건 "환자와 의사 동의 없이 무단 변경, 보험청구까지 충격적 사례"

의협은 두 건 모두 “환자와 의사의 동의 없이 처방을 무단 변경한 뒤 보험 청구까지 숨기고 진행했을 가능성이 있는 충격적 사례”라고 규정했다. 이어 “환자 안전을 외면하고 의사의 처방권을 철저히 무시한 약사의 임의조제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정부와 국회,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대응 촉구도 이어갔다. “이같은 국민 피해 사례를 정부와 국회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허위 청구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제도적 감시망 강화를 요구했다. 또 “환자는 의사가 처방한 대로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권리가 있으며, 의료현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발표 시기 대체조제 약사법안 노렸나-국회 본회의 앞둔 시점 반발 수위 '고조'

특히 이번 발표는 대체조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상정을 앞둔 시점에 나왔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환자 동의 절차가 형해화되고 약사의 자의적 대체조제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약사계는 환자 편익과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제도 개선이라고 주장해왔다. 결국 양 직능 단체 간 오랜 갈등의 뇌관이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의협은 앞으로도 불법 대체조제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엄중 검토하고, 강력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경고했다. “국민 여러분과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가 필요하다”며 불법 조제 행위에 대한 감시와 제재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료계의 이번 ‘칼 빼들기’로 의약 직역 간 갈등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본회의 통과 여부에 따라 제도 시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불법 대체조제 논란은 의료현장의 불신을 키우고 환자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사회 냉담한 반응 "사후통보 방식 개선 불과, 사실 왜곡 국민 불안 키우지 말아야" 

반면, 약사회와 약국가는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대체조제 간소화법은 기존 사후통보 방식에 하나의 방식을 추가한 것일 뿐, 불법을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 제도는 의사나 약사를 위한 장치가 아니라 환자의 복약 편의성과 효용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책”이라고 지적했다.

약국 관계자도 “의사협회가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해 제도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며 “법정단체라면 사실에 기반해 논의해야 하는데, 없는 사실을 왜곡해 국민 불안을 키우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