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외상센터 사업 불용액 눈덩이..."외상생태계 불안한 미래 예고"
복지부 26년도 예산안 분석…전담전문의 210명 인건비 책정 기준 '허수의 함정' 올해 7월 기준 불용액 241억원…센터별 양극화와 낮은 보수, 병원 봉직의로 '이직' 확장형 외상센터 예산 빼고 전년과 동일 "공들인 외상센터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초점=중증외상 전문진료체계] 정부가 수년간 재정을 투입해 구축한 권역외상센터가 ‘불용액 증가’라는 구조적 경고 신호를 드러내고 있다. 예산은 늘고 있지만 이를 집행할 의료인력은 부족해, 외상진료체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뉴스더보이스가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6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외형적 재정 확대와 달리 인력·보상·운영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액된 예산’ 이면의 착시…전문의 210명 기준 논란
2026년도 권역외상센터 관련 예산은 7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 확장형 외상센터 2개소 지원 예산 109억원이 신설된 영향이다.
하지만 핵심 운영지원 예산은 628억2600만원으로 전년과 동일하다. 의료진 인건비는 외상 전담전문의 210명 기준으로 책정됐다.
이 수치는 정책 설계의 핵심 기준이지만, 실제 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17개 센터 기준으로 환산하면 평균 12명이지만, 센터별로 5명 이하에서 20명 수준까지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예산안에 총 인원만 제시하면 모든 외상센터가 정상적으로 인력을 확보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센터별 실제 인력 현황을 반영하지 않은 예산 구조는 정책 판단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정책 전문가는 “인력 기준을 총량으로만 제시하는 방식은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며 “외상센터는 지역 간 격차가 핵심 문제인데, 이를 가리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현재의 예산 구조는 ‘충분한 인력이 전제된 설계’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허수 기반 시스템’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불용액 241억원…재정이 아니라 ‘인력 구조 실패’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불용액 증가로 직결되고 있다.
외상센터 불용액은 2022년 106억7400만원, 2023년 111억1800만원, 2024년 53억4500만원에 이어 2025년 7월 기준 241억7500만원까지 급증했다. 연말 기준 실집행률이 70% 이하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불용액 증가의 본질은 재정 부족이 아니라 ‘인력 미충원’이다. 전담전문의 확보가 어려워 인건비 자체가 집행되지 못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국회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니라 쓰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이 더 심각하다”며 “재정 확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낮은 보수와 근무환경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상 전담전문의 인건비는 1인당 1억4400만원에서 1억6000만원 수준으로, 고강도 업무 대비 낮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비수도권 외상센터 전담전문의는 “외상 분야는 24시간 대기와 고위험 수술을 감당해야 하는데, 보상은 다른 진료과 대비 경쟁력이 없다”며 “젊은 의사들이 외면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외상센터는 공공의료 핵심 축이지만, 현재 구조는 ‘헌신’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라며 “지속가능한 인력 모델이 부재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고령화·이탈 겹친 ‘붕괴 신호’…“지금이 마지막 개편 시기”
더 큰 문제는 인력 고령화다. 외상센터를 지탱하는 전문의 상당수가 사업 초기 참여 인력으로, 현재 50~60대 중심 구조로 재편됐다.
24시간 상시 대기와 고강도 수술이 요구되는 환경에서 체력적 한계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젊은 인력 유입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현장 의료진은 외상진료체계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외상센터 전담전문의는 “젊은 인력 없이 시니어 중심으로 버티는 기간은 길지 않다”며 “지금이 체계 재정비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정책 전문가는 “외상센터는 단순한 병원 사업이 아니라 국가 필수의료 인프라”라며 “인력 정책, 보상 체계, 근무환경을 동시에 개편하지 않으면 구조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외상센터 문제는 예산 증액이 아니라 구조 개편의 문제”라며 “인력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별도의 보상 체계와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 예산으로 9억4000만원을 편성하고 수련전문의 5명 양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규모와 속도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외상센터 불용액 증가를 ‘재정 비효율’이 아닌 ‘시스템 경고 신호’로 해석한다. 권역외상센터 사업의 향방은 재정 투입 규모가 아니라, 인력 중심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