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환자 외면하는 간호·간병통합병상…시민단체 “권리 침해”
국립대병원 7곳 모두 “이용 불가”… 사실상 무용지물 잘못된 안내·부정적 설명 남발… 피해는 환자·가족 몫 차별철폐 시민연대 발족...실태조사 결과 발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정작 절실히 필요한 중증환자에게 배제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중증 환자 우선 제공을 명문화했지만, 현장에서는 ‘환자 가려받기’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차별철폐를 위한 시민연대’는 1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4일까지 전국 82개 병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상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응답한 50개 병원 중 간호간병통합병상 이용이 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4곳(8%)에 불과했다. 상급종합병원 29곳 중 2곳(6.9%), 지방의료원 21곳 중 2곳(9.5%)만 긍정적으로 답했으며, 국립대병원 7곳은 모두 “이용 불가”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32곳(64%)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14곳(28%)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단체는 상담 과정에서 크게 세 가지 유형의 문제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첫째, 환자 상태를 이유로 한 거부다. “기본적인 거동이 가능해야 한다”, “이식 수술 환자는 불가하다”는 식으로 중증 환자를 배제했다. 둘째, 잘못된 정보 제공이다. “혼자 식사·배변이 가능한 환자만 가능하다”, “거동이 안 되면 국가 기준상 해당되지 않는다”는 등의 설명이 많았다.
셋째, 서비스 한계를 강조하며 이용을 사실상 포기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간호사 1명이 수십 명을 돌본다”, “옆에서 일대일로 돌봐줄 수 없다”는 부정적 안내가 반복됐다.
반대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답한 병원들은 특별한 기준 설명 없이 당연한 권리처럼 안내하거나, “간호간병 병상에 가면 보호자 간병은 불필요하다”는 식으로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병원은 “통합 간병이라고 해도 환자가 불편할 수 있다”며 돌봄의 한계를 언급했다.
시민연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정작 서비스가 절실한 거동 불편 중증환자가 배제되고, 잘못된 정보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달되면서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환자 권리 침해”라고 지적했다.
실태조사는 또 지방의료원과 같은 공공병원에서도 환자 ‘가려받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확대 계획을 추진 중이나, 제도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관리와 감독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건강돌봄시민행동은 보건복지부에 ▲전국 단위 전수조사 실시 ▲환자·보호자 중심의 이용 보장 대책 마련 ▲중증환자 우선 배치 원칙에 따른 병상 확충 ▲시행 의료기관에 대한 지침 개발·교육 강화 ▲불가피하게 사적 간병을 이용하는 환자·가족의 비용 지원 등을 촉구했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병상 수만 늘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중증 환자 배제가 바로잡히지 않는 한 차별은 오히려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