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선택한 '이식', 합병증으로 죽음 같은 고통 여전"
김혜리 교수 “환자 절반 이상 GVHD 겪어…폐 침범 시 사망률 60%” 곽대훈 교수 “만성 GVHD, 단순 합병증 아닌 중증질환” “완치 뒤 또 다른 절망” 환자들 토론회 참석해 눈물의 증언 박정숙 국장 “혈액암 완치 꿈, 또 다른 절망으로 무너져” 김은희 사무관 “3차 치료제 급여 논의 앞당기겠다” 김국희 실장 "미충족 수요 높은 약제 제도개선 적극 검토"
혈액암 환자들이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완치의 문턱’에 다다른 뒤에도 이식편대숙주질환(이하 GVHD)이라는 중증 희귀 합병증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이식편대숙주질환은 조혈모세포 이식이나 수혈을 받은 환자의 약 50%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증 자가면역질환이다. 항암 치료만으로 완치가 어려운 혈액암 환자(Host)에게 공여자의 골수에서 추출한 조직(Graft)을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했을 때, 기증받은 면역세포가 환자의 신체를 이물질로 인식해 주요 장기를 공격하면서 발생하는데, 숙주 반응은 구강 점막부터 시작해, 피부, 손톱, 눈, 근육, 폐, 힘줄, 위장, 간, 관절, 신경, 신장, 장막, 생식기, 심장 및 면역 체계에 걸쳐 전신에 동시다발적으로 침범해 전신 합병증을 유발한다. 실제 이식편대숙주병 환자의 약 42%는 진단 당시 이미 폐, 입, 눈 등 4개 이상의 장기에서 숙주반응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환자들은 “완치 뒤 또 다른 사형선고를 받는다”며 절규했고, 의료계와 환자단체는 “제도권 밖에 방치된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혈액암 생존 그 이후 -중증·희귀 합병증 치료환경 개선 정책토론회'에서 GVHD의 치료 환경 개선과 치료제 급여 시급성이 다뤄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첫 발제자로 나선 김혜리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GVHD를 집을 고치기 위해 불러온 군인이 집주인을 적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상황에 빗대 질환을 소개했다.
그는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의 50% 이상에서 GVHD가 발생한다”며 “폐·간·피부·관절 등 전신을 침범해 섬유화와 장기 기능 상실을 일으킨다"고 소개했다.
이어 "특히 폐를 침범한 경우 사망 위험도가 60%에 달하고, 기관지폐쇄증후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3%에 불과하다”면서 질환의 심각성을 짚었다.
이날 김 교수는 3명의 환자 사례를 공유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6세 환아는 전신 피부가 벗겨지고 감염이 반복돼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3세 남아는 하루 수백 cc의 혈성 설사를 쏟아내며 2년째 퇴원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 20대 환자는 전신 섬유화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병변이 퍼졌고, 호흡기에 의존하며 마약성 진통제를 맞고 살아가고 있다.
그는 "GVHD를 앓는 환자의 75%가 소득 상실을 경험하고, 가족 전체의 삶이 무너진다”며 “GVHD로 인해 국가는 노동 인력 감소, 생산성 저하,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손실을 안고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훈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만성 GVHD에 대해 "단순한 합병증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곽 교수 역시 환자 사례를 공유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34세 남성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이식 후 1년 6개월 만에 호흡곤란으로 폐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했고, △46세 남성은 이식 후 피부 궤양과 구강암까지 발생해 반복적인 수술을 이어가며 생을 유지하고 있다.
곽 교수는 치료 환경을 소개하면서 "1차 치료제 스테로이드에 절반 이상이 반응하지 못하고, 반응하더라도 부작용 때문에 장기 투여가 어렵다”며 “룩소리티닙이 2차 치료제로 급여됐지만, 섬유화를 억제할 수 있는 3차 치료제 벨로무스딜은 여전히 비급여로 환자 접근성이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에 따르면 1차 치료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는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골다공증, 관절 괴사, 장기 부전증, 고지혈증, 위장 장애, 성장 저하 등 다양한 전신 부작용을 야기한다. 많은 환자들은 스테로이드 단독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여러가지 면역조절제를 병용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약 70%의 환자가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2차 치료를 진행해도 효과를 보이지 못해 3차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47%에 달하고 있다.
곽 교수는 “영국·일본에서는 이미 3차 치료제 급여가 시행 중인데, 국내 환자들은 매달 1천만 원 가까운 약값을 자비로 감당해야 한다. 산정특례가 5년 뒤 종료되면 의료비는 6배까지 늘어난다”며 치료제 접근성 확대를 위한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GVHD 환자들을 대표해 토론회에 참석한 강덕원씨는 "저 역시 급성 백혈병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지만 GVHD가 찾아왔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어 졌다"면서 "아내가 옆에서 함께 나의 수발을 돕지 않으면 생활이 안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본인의 상태를 설명했다.
이어 "호흡도 힘들어 밤마다 산소호흡기를 끼고 잔다”며 “주변에는 레주록 같은 치료제가 급여화되지 않아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도 많다”고 호소했다.
강 모씨는 20대 초반 환우의 동영상을 통해 환자들이 목소리를 토론회에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영상에 소개된 환자는 "중3 때 나타난 GVHD로 힘든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친구들과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제는 산정특례 기간도 끝나 부모님이 월 10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 부담을 지고 있어 너무 죄송하다"며 환자들의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이어진 환자 발표 사례에 나선 최유경 환자는 "1·2차 치료에 실패해도 효과가 입증된 3차 치료제가 있음에도, 비급여라 시작조차 못한다”며 “산정특례가 끝나면 부모님이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울먹였다.
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사무국장은 환자 발표에 눈물을 보이며 “조혈모세포이식은 완치를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식 이후 GVHD로 고통받는 환자가 다수 존재함. 환우들은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이식 결정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나이가 들어서야 이식을 선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GVHD는 여전히 이식의 부작용으로만 인식되고 있으나, 환자들에게는 독립적인 만성 희귀질환으로서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수적"이라면서 "치료제 역시 레주록이 허가되었지만 비급여 상태로 고가의 약제비를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며, 2차 약제인 자카피 역시 한 달 약값이 적지 않아 산정특례 종료 시 여전히 큰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소호흡기 등 추가 치료 부담까지 더해져 환자 가계에 막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정부 국정과제 중 국민 의료비 부담 완화, 희귀·중증·만성질환 환자 지원 강화가 포함되어 있는 만큼, GVHD 환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반영해 신약 급여화 및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사무국장은 협회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도 공개했다. 설문조사에서 환자 63%가 이식 후 불안·걱정이 심해졌고, 65.8%가 신약 치료 의향이 있으나 비급여라 쓰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또 환자들은 정부가 GVHD를 단순 부작용으로 치부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미 청년의사 기사는 “혈액암 치료는 유도요법, 이식, 감염관리, 합병증 치료까지 전 주기적 관리가 필요하지만 현재 제도는 분절돼 있다”며 “재정 건전성 우려를 이유로 공론화를 미루지 말고, 사회적 합의와 기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에서 정부측 관계자들은 현재까지 진행되온 제도 개선의 노력을 소개하면서 치료제 도입의 시점을 앞당기는데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은희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환우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며 GVHD 환자의 어려운 현실을 깊이 인지하게 됐다"면서 "정부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급여 등재 절차가 원활히 진행되어 환자 치료에 신속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장은 “GVHD는 환자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질환으로, 환자와 전문가의 목소리를 통해 질환의 특수성과 환자 고통을 깊이 이해하게 됐다"면서 "신약의 등재 절차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 청취를 강화하고 있으며, 임시적 재원 마련 등 환자 접근성 확대 방안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임상적 불확실성이 큰 약제는 제약사에 임상 근거 제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미충족 수요가 높고 환자 치료에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약제는 조속히 사용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레주록에 대해서도 "제약사가 급여를 위한 자료 제출을 낸 상태"라면서 "해외 사례를 참고해 평가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박성규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이사장은 “의사로서 도움을 줄 수 없는 환자를 매일 지켜보는 것 역시 지옥 같은 일”이라며 “환자의 생존 이후 삶까지 지켜내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며 정부측에 조속한 지원책을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