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 이어준 리브리반트, 급여로 젊은이들에게도 희망되길"

이재철 교수 “효과 입증됐지만 80~90% 환자, 비급여로 치료 포기” 이상옥 전 대표 “리브리반트 덕에 간 전이 병변 거의 사라져” 보호자 “약값 부담에 투약 중단 고민하는 아버지 보는 것 맘 아파” [의료진·환자 공동 인터뷰] 이재철 교수-이상옥 전 대한조선 대표 

2025-08-20     문윤희 기자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이상옥 전 대한조선 대표이사[사진=한국얀센]

폐암은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가장 치명적인 질환이다. 특히 EGFR 엑손20 삽입 변이와 같은 희귀 아형의 경우, 기존 표적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않아 환자와 의료진 모두 치료 공백 속에서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거쳐도 재발과 전이를 막기 어려웠고, 치료 옵션의 한계는 환자의 생존을 크게 제약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등장한 약제가 바로 한국얀센의 리브리반트(성분 아미반타맙)다. EGFR과 MET 변이를 동시에 억제하는 최초의 이중 특이적 항체 치료제로, 2022년 식약처로부터 EGFR 엑손20 삽입 변이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의 2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올해 1월에는 카보플라틴·페메트렉시드와의 병용요법이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면서 치료 영역을 확장했다.

임상적 근거도 확실하다. CHRYSALIS 임상에서 리브리반트 단독요법은 객관적 반응률(ORR) 40%,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 8.3개월, 전체 생존기간(OS)은 23개월을 나타냈다. 1차 치료의 근거가 된 PAPILLON 연구에서 리브리반트 병용군의 PFS 중앙값은 11.4개월로, 화학요법 단독군(6.7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60% 낮췄고, 안전성 프로파일 역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NCCN 가이드라인은 EGFR 엑손20 삽입 변이 환자의 1차 및 2차 이상의 치료에서 리브리반트 병용 및 단독요법을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80~90%가 치료를 포기하는 현실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뉴스더보이스는 급여 진입 장벽에 막힌 리브리반트의 접근성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리브리반트를 자비로 투여 중인 폐암 환자 이상옥 전 대한조선 대표(78세)를 인터뷰 했다. 

이상옥 전 대표는 인터뷰 당시에는 본인을 "직장생활을 36년 동안했던 사람"으로 소개했지만, 인터뷰 이후 주변(?)의 제보로 STX조선 부회장을 거쳐 대한조선 대표이사로 재직한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 전 대표는 은퇴 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 왔지만 폐암 발병 후 비급여 약제인 리브리반트 투여 비용을 대기 위해 집까지 팔아야 했을 정도로 치료제 비용 부담은 컸다. 자산을 정리하며 치료를 이어가면서도 이 전 대표는 "나는 늙어서 괜찮으니, 병실에 있는 젊은 친구(50~60대 환자)들을 위해 급여가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인터뷰 과정에서 여러차례 비췄다. 

리브리반트가 폐암 중에서도 소수의 환자에게 사용되는 약제인만큼 전체 의료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으니, 가장들의 자리를 지켜줄 수 있게 정부가 나서달라는 염원을 전했다. 이 전 대표의 염원을 담아 뉴스더보이스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경제적 이유로 쓸 수 없는 현실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짚어봤다. 공동 인터뷰는 이 전 대표의 진료일에 맞춰 지난 8일 아산병원에서 진행됐다. 

이재철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한국얀센]

Q) 이재철 교수님께 질문 드린다. 환자분이 처음 폐암을 진단받았을 당시 상태는 어떠했는가?

A) 처음 환자분을 만난 것은 2023년 4월경, 다학제 진료를 통해서였다. 환자분은 2021년 9월경 초기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으신 이력이 있었다. 이후 피부외과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던 중, 2023년 4월 촬영한 CT에서 간에 종괴가 발견됐고, 쇄골 위쪽부터 목 부위까지 다수의 병변이 퍼져 있는 소견이 확인됐다. 이에 향후 치료 방향을 논의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다학제 팀에서는 폐암이 재발해 전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환자분께 확진을 위해 간 조직 검사를 권유했고, 검사 결과 예상대로 폐암이 재발해 간으로 전이된 것이 확인됐다. 4기 폐암으로 진단돼 당시 저는 해당 진료에서 환자분을 처음으로 보게됐다. 

Q) 진단 이후 치료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A) 폐암이 4기로 확정되면 항암 치료를 진행하게 되며, 다른 치료 방법은 사실상 어렵다. 항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첫째, 종양에 표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표적과 관련된 약제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표적 유무는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환자분의 경우 다행히 표적이 하나 발견되었다. 표적을 찾는 것이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환자의 전반적인 컨디션을 평가하는 것이다. 모든 항암제는 일정 수준의 부작용이 수반되므로, 약을 투여했을 때 환자가 이를 잘 견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당시 환자분은 재발한 상태였지만 전신 상태가 양호하여 치료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환자분에게 발견된 표적은 EGFR 엑손 20 삽입 변이였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나뉘며, 비소세포암 중 약 70%가 선암이다. 표적 변이는 주로 선암에서 발견되는데, 선암 환자의 약 30~40%에서 EGFR 변이가 나타난다. EGFR 변이에도 여러 아형이 있으며, 엑손 20 삽입 변이는 그중 하나다. 다른 아형의 EGFR 변이에는 이를 억제하는 경구용 EGFR 표적 치료제가 존재해 효과가 뛰어나지만, 안타깝게도 엑손 20 삽입 변이에는 이러한 약이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당시 엑손 20 삽입 변이에 효과가 입증된 유일한 약은 리브리반트였으나, 1차 치료제로는 허가되기 이전이어서 2차 치료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즉, 1차 치료에서는 다른 약제를 먼저 사용해야 했고, 효과가 없을 때가 되어서야 2차로 리브리반트를 투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환자분의 1차 치료로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세포독성항암제 병용요법을 선택했다. 이 치료법은 표적이 없는 환자에게 널리 쓰이는 표준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4회 투여 후에도 뚜렷한 효과가 없었다. 이에 2차 치료로 리브리반트 사용을 검토했다. 리브리반트는 허가를 받았지만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환자의 경제적 여력을 먼저 확인해야 했다. 다행히 환자가 치료를 진행하겠다고 하여 투여를 시작했다. 

Q) 리브리반트 투여 이후 환자분의 상태는 어떠했나? 

A) 리브리반트 투여 후 간 전이 병변에서 뚜렷한 반응이 관찰되었다. 실제로 영상 촬영에서 종양의 음영도가 점차 낮아지면서 부피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고, 이는 약효가 있다는 의미이다. 현재 해당 부위는 거의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줄어든 상태이다. 다만 임파선 쪽 병변들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최근 다소 불안정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평균적으로 임상시험에서 리브리반트를 2차 치료로 사용했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약 8.3개월로 보고되지만, 환자분은 그보다 두 배 이상 장기간 치료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장기 투여로 인해 올해 초 환자분의 경제적 부담이 커져 투여 간격을 일시적으로 늘렸고, 그 과정에서 일부 병변이 다시 커져 원래의 투여 스케줄로 복귀했다. 현재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향후 유지 여부는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Q) 엑손 20 삽입 변이가 있는 국내 폐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어떻게 바라보시는가? 특히, 리브리반트가 비급여인 현 상황에 대해 전문가로서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궁금하다.

A) GFR 변이 환자의  5~10%가 엑손 20 삽입 변이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약 9%의 환자가 존재하므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결코 적지 않은 비율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2차 치료 단계에서 치료비를 안내하고 경제적 여건을 확인하면, 약 80~90%의 환자가 감당이 어렵다며 치료를 포기한다. 이것이 가장 큰 진입 장벽이다. 최근 폐암 분야에서 신약이 다수 허가를 받았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현재 엑손 20 삽입 변이에 효과가 입증된 약은 리브리반트가 유일하다. 환자들이 해당 약을 기다리고 있으나, 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제로는 약 80~90%의 환자가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한다. 따라서 효과가 검증된 약은 신속히 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최근 새로운 약물들이 임상에 진입하고 있지만, 효과를 입증하고 시판 허가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일한 치료 옵션인 리브리반트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Q) 리브리반트는 정맥 주사제나 피하주사제 등으로 제형 변경에 집중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A) 피하 주사제가 도입되면 주입관 사용이 줄어들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이점이 클 것으로 본다. 특히 기존에는 투약 과정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었는데, 편의성이 높아지면 이러한 과정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Q) 리브리반트를 사용해야 하는 환자들과 그 치료를 지원하는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A)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에서도 암 사망률 1위 질환으로, 2위와 비교했을 때 큰 격차를 보인다. 예후가 좋지 않아 조기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고, 항암치료가 힘들다는 인식 때문에 치료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 제약사들이 폐암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폐암 분야에서 다른 암보다 신약 출시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폐암 환자의 예후가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기존에 대부분의 암이 완치보다는 생명 연장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이제는 치료 연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환자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폐암, 나아가 4기 진단을 받더라도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Q) 폐암 전문의로서 이번 인터뷰에서 강조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A)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80~90%의 환자가 비급여로 인해 해당 약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이 존재한다. 이는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정책 담당자가 환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을 면밀히 살펴, 환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준다면 좋겠다. 이것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이다.

이상옥 전 대한조선 대표이사[사진=한국얀센]

Q) 이상옥 전 대표님은 처음 폐암 진단을 받았을 당시를 기억하시는지 궁금하다. 당시 의 상황 설명을 부탁드린다.

A) 내원하던 병원 의료진의 권유로 2020년 말 비뇨기과를 방문했고, 2021년 초 전립선암이 진단됐다. 이후 전신 CT와 PET-CT 촬영 결과, 폐에 종양이 발견됐다. 중심 부위만 3cm, 주변부까지 포함하면 약 4.8cm 크기였다. 5cm 이상이면 3기로 분류되나, 본인은 2기 말이었다. 다만 암 여부 판정이 쉽지 않아 최종적으로 암으로 확정된 시점은 2021년 4~5월경이었다.

폐암 진단 이전에 건강 관리를 따로 하지는 않았다. 젊을 때 약 2년간 담배를 피운 적이 있으나, 차력 공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끊게 되었다. 음주는 평소 매우 즐겼으나, 암 진단 이후 4년 6개월 동안 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암과 관련해 억울하거나 서운한 점은 없었다. 긍정적인 성격과 젊은 마음가짐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Q)리브리반트를 투여받기 전과 후를 비교할 때, 몸의 컨디션에 변화가 있었는가? 

A) 컨디션 변화는 특별히 느끼지 못했고, 부작용도 거의 없었다. 2021년 9월 27일 폐 좌측 상엽 절제 수술을 받았으나, 당시에도 통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수술 후 교수님이 통증이 있을 것이라고 안내했는데, 수술 이튿날까지도 통증이 없었다. 2023년 10월 말부터 리브리반트 주사를 맞기 시작했으며, 투여 과정에서 특별한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은 없었다. 부작용 방지를 위해 알약을 한 번 복용했으나 이후에는 복용하지 않았고, 의사에게서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신 매 투여 전 부작용 방지 주사를 맞고 리브리반트를 투여받았다. 현재까지 총 45회를 투여 받았다.
 
Q) 리브리반트는 비급여 약제인데 비용부담이 크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투약을 결정하신 이유가 궁금하다.

A) 폐암 수술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CT를 찍었더니 간 전이가 발견되었다. 당시 세포독성 항암제 병용 치료를 약 4개월간 받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후 교수님으로부터 리브리반트라는 약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2023년 10월 말부터 투여를 시작하였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첫째로 아직 80세가 되지 않았기에 우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둘째로 PFS가 평균 8.3개월이라는 설명을 듣고, 내성이 더 빨리 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최소 8개월은 버텨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폐암 진단은 2021년 5~6월경 받았다. 진단 직후 용인에 있는 집을 팔아 치료비를 마련하려 했으나, 다행히 36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몇 천만 원이 있었기에 우선 보유 자금을 활용해 치료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9개월이 지나자 자금 사정이 악화되었다. 집은 여전히 팔리지 않았고, 결국 대형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치료를 이어갔다. 2024년 7월까지 약 9개월간 치료비로만 8천만 원 이상이 소요되었다. 1년 3개월이 지난 2025년 1월에는 누적 치료비가 1억 2~3천만 원에 달해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이에 담당 교수님께 모든 책임은 환자 본인이 지겠다는 전제하에 투여량을 3분의 1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차라리 내성 반응이 와서 어쩔 수 없이 치료를 중단한다면 운명으로 받아들일 자신이 있었지만, 처방량을 자의적으로 줄이는 것은 스스로 치료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아 쉽지 않았다. 차라리 내성이 오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교수님은 투여량을 3분의 1로 줄이는 대신 절반 투여를 제안했고, 올해 2월에는 계획대로 2회 모두 투여했으나, 3월에는 건너뛰었고 4월에만 맞은 뒤 5월에도 투여하지 않았다. 격주 투여 원칙상 매월 2회 투여가 기준이지만, 이 기간 동안 총 네 번의 투여를 생략한 셈이다. 그 후 촬영한 CT에서 간은 명확하지 않았지만, 복부·가슴·목 부위의 림프절이 커져 있었다. 이 변화가 내성에 의한 것인지, 혹은 처방 간격을 지키지 않은 결과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처방 간격을 따르지 않아 림프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할 생각이었지만, 실제 원인을 확신할 수 없었다. 

5월 말, 두 달간 매월 2회씩 총 4회의 투여를 다시 진행해 보기로 했다. 투여 후 림프절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유지된다면 내성이 아니라 투여 간격 미이행이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계속 커진다면 내성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리기로 했다. 6월과 7월에 각각 두 차례씩, 총 네 번 리브리반트 주사를 맞았다. 이후 7월 CT 촬영 결과 병변이 자라지 않아 현재는 안정 상태(stationary state)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두 차례 투여를 건너뛴 시점에는 병변이 증가(increase)했다는 진단을 받았으며, 다시 원래 처방 간격대로 주사를 맞으니 안정 상태로 돌아왔다. 이는 아직 내성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마침 이 시기에 소유하던 주택이 매각되어, 지방에 소형 아파트를 마련하고 기존 부채를 상환한 뒤 남은 금액으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몇 달 간 더 주사를 맞을 예정이다. 다만 한 달 치료비가 최소 800만~900만 원에 달해 금년 내 치료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며, 치료를 중단할 가능성도 높다. 역설적이지만, 내성이 오면 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재산을 모두 치료비에 사용한다면 자녀도 원치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어르신들이 노년에 암 진단을 받고도 치료제 관련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표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A) 직장에서 26년,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종사해 온 만큼 암 진단 시 국가에서 최소 5년간은 전액 지원해줄 것이라 생각했다. 암에는 산정 특례 기간이 있어 환자가 비용의 5%만 부담하면 된다고 인지하고 있었으나,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상황은 전혀 알지 못했다. 별도로 들은 사보험도 없는 상황이었다.

건강보험 재정에는 한계가 있으니 적용 대상을 신중히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GFR 변이는 선암환자의 약 30~40%에서 관찰되고, 그중 약 5~10%가 엑손 20번 삽입 변이에 속하며 이는 전체 환자의 2~3%에 불과하다. 우선 첫째로 제가 가진 돌연변이가 소수라는 점, 둘째로 평균 생존기간이 짧다는 점이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고려했을 때 치료비 지원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균 생존 기간이 기존의 7~8개월에서 두 배 이상 연장됐다. 

저는 고령이기에 개인적으로 의료 보험 지원을 강하게 요구하지 않으며, 원망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50대에서 7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환자들 가운데 리브리반트를 6개월 또는 1년 넘게 투여하면서 내성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만큼은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수에 속하며 생존 기간이 짧은 젊은 환자들, 특히 몇개월이 아닌 6개월 또는 1년 이상 생존하는 이들에게 보험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브리반트 첫 투여 당시 항체 반응이 좋지 않아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2023년 10월에 입원해 리브리반트를 맞았다. 당시 병실에서 제가 가장 고령의 환자였고, 대부분이 50대에서 60대 초반의 젊은 환자들이었다. 저보다 11~12살 젊은 60대 초반 환자가 약 투여가 종료된 후 사망해 이송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70대 환자는 드물었는데, 이는 폐암이 70대에 많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치료비 부담 때문에 약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환자들에게 저는 “꿈”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본인보다 열 살 이상 많은 저를 보고 ‘저 사람처럼만 살면 여한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때, 지원이 필요한 대상은 저 같은 고령 환자가 아니라,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더 젊은 환자들이라는 점을 느꼈다. 분명 저보다 10~15년 젊은 환자들 중에도 경제적 이유로 리브리반트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국가는 이러한 젊은 환자들에게 반드시 치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엑손 20 삽입 변이 폐암 환자의 치료가 어려운 이유가 ‘소수 환자군’ 또는 ‘생존 기간이 짧다’는 통계 때문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 이상 생존 기간이 유지되는 경우에는 다른 약제를 사용하는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보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젊은 환자가 내성이 오지도 않았는데 단지 돈이 없어서 치료를 중단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젊은 환자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이며, 이를 위해 사회적 관심과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Q) 인터뷰에 자제분이 함께 하셨다. 가족의 입장에서 환자분의 치료와 지원 과정에서 특히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는가?

A) [환자 보호자] 아버지는 매우 정정하고 의지가 강하며 독립적인 분이었다. 주변 암 환자 보호자들도 그 점을 놀라워하고 부러워했으며, 그 부분은 보호자로서도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고가의 약값 때문에 아버지가 종종 “이제 그만 맞아야겠다”, “이렇게까지 돈을 쓰면서 맞을 가치가 있느냐”, “나는 살 만큼 살았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자녀로서 마음이 아팠다. 웬만한 비용이라면 가족들이 힘을 모아 마련할 수 있겠지만, 금액이 너무 커서 자식 입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과 괴로움이 컸다.

또한 개인적으로 시아버지가 초로기 치매로 60세부터 72세까지 인지 기능을 완전히 잃고 가족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를 겪은 경험이 있다. 신체는 건강했지만 인지 기능이 무너져 삶의 의미에 의문을 느끼게 했던 시아버지의 경우와 달리, 아버지는 지적·논리적 부분에서의 인지 기능이 그 어느 때보다 왕성했다. 

아버지는 지난 5년간 약 200권의 책을 읽으셨다. 아버지는 암 진단 직전, 우리 나이로 70세에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해 3,000m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도전을 하신 분이다. 최근에도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뒤 한 달 만에 한강 작가의 소설 5권을 읽고, 메모까지 작성해 제게 건넸다. 이처럼 아버지는 삶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하고 지적인 분이다. 보호자인 본인으로서는 지금이야말로 가장 삶을 온전히 누리셔야 하는 시기인데, 암 때문에 그 활동이 멈춰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Q) 아쉽지만 인터뷰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됐다. 이 전 대표님은 폐암 환자나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A) 우선 교수님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젊은 환자 중 리브리반트를 투여받아 효과가 있고 아직 내성이 오지 않은 경우에는 신속히 보험 혜택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저처럼 건강검진을 소홀히 하여 발견이 늦어지는 일이 없도록, 폐암이 없더라도 60~70대에 접어들면 최소 한두 번은 흉부 CT 촬영과 전립선 특이항원(PSA) 검사 등을 받기를 권한다.

저는 과거 폐 종양이 중앙부 3cm, 주변부 포함 4cm 크기였고 PSA 수치도 11에 달했으나, 정기 건강검진에서 소변검사와 엑스레이만 진행해 암을 발견하지 못했다. 만약 60대 후반~70대 초반에 CT를 찍었더라면 더 일찍 발견하고, 완치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지인 중에는 폐암을 초기에 발견해 절제 수술 후 현재까지 건강하게 사는 경우도 있다. 암은 조기 발견 시 치료 성과가 높고, 검사 비용과 신체 부담도 크지 않다. 따라서 고령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주요 장기에 대한 정기 검사를 통해 조기에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